“사할린서 김장하던 모습 떠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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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할린서 김장하던 모습 떠올라”
  • 이석호 기자
  • 승인 2006.11.24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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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귀국동포 박화서 할머니

▲ 박화서 할머니
7일만의 여름(그것도 영상 15도)만 허락되는 사할린 계절 중 한겨울의 온도는 무려 영하 40도. 10년 전 귀국한 박화서(82) 할머니는 사할린을 생각하며 몸서리친다. “말도 못해요 지금 그곳 추위는. 단단히 동여매도, 매서운 칼바람에 온몸이 얼어요”

매년 허리춤까지 눈이 쌓이는 러시아 사할린의 겨울, 할머니에게도 김장은 필수였다. 길이 막혀 옴짝달싹 못하게 만드는 폭설을 견디기 위해 김장김치는 겨울을 나기 위한 특별한 월동음식이다. 신기하게 사할린에서도 배추, 무는 그렇게 잘 자라고 한국만큼 싱싱하고 맛있단다.

10년 전 할아버지와 사별 후 홀로 귀국한 할머니는 사할린 추운 겨울에 가족끼리 일손을 도우며 김장하던 모습이 여전히 생생하다. 그리고 그곳에 남겨둔 자식생각은 더욱 절실하다. 할머니는 “사할린에선 50년 동안 고향에 돌아오고 싶은 생각뿐이었는데, 이곳에 와선 아이들 보고 싶은 마음밖에 없다”며 눈시울을 적신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동포2세와 함께 한국에 오는 것은 쉽지 않다. 한국어 구사에 어려움이 있는 그들에게 한국의 문화적 장벽은 높고, 동포 1세대 생각과 달리 러시아인으로서의 생활을 원하는 것도 한편으로 사실이다. 소련이 붕괴된 후 러시아의 문화적 변화는 더욱 급속히 진행돼 1세대와 2세대의 문화적 간극이 더욱 커져간 것을 할머니는 못내 아쉬워한다.

할머니가 얘기해주는 사할린은 아직도 동포들에겐 무척 살기 힘들고 먼 ‘남의 땅’이다. 50년간이나 살았지만 떠날 때까지 정붙이기 어려웠다고 한다. 도둑도 너무 많아 늘 불안하고 소수민족으로 좋은 직장을 얻는 것도 결코 쉽지 않아 몇 푼 안 되는 연금으로 지내는 생활은 매우 혹독했다. 할머니에게 18세에 떠난 후 다시 맞는 고향품은 따뜻하고 안정되지만, 사할린에 둔 자식들을 생각하면 여전히 가슴이 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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