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동포 노동자 75.1%, 직장 옮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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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동포 노동자 75.1%, 직장 옮기고 싶다
  • <여의도통신> 송민성 기자
  • 승인 2006.07.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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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와 소수자 문제-인종 국적 그리고 인권’ 토론회

   
국내에서 일하는 외국 국적 동포 중 75.1%는 직업 선택의 자유가 주어질 경우 직장을 옮기고 싶어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5일 ‘한국 사회와 소수자 문제-인종 국적 그리고 인권’이라는 주제로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한 전북대학교 사회학과 설동훈 교수가 발표한 ‘국내 거주 재외동포 취업실태조사’ 결과다.

조사는 중국과 옛소련 등 외국 국적 동포들의 자유 방문 및 취업을 허용하는 방문취업제 실시가 국내 노동시장과 사회에 미치는 효과를 파악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25일부터 12월 5일에 걸쳐 국내에 취업 중인 외국 국적 동포 462명(여성 273명 남성 189명/합법체류자 301명 불법체류자 161명)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낮은 임금, 과중한 노동으로 이직 원해
복잡한 이직 절차, 정보 부족으로 70% 이직 어려워

설 교수의 조사에 따르면 이직을 원하는 외국 국적 동포들은 △공장노동자 28.2% △가사도우미 20.7% △건설노동자 14.3% △음식점 취업 13.9%을 원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외국 국적 동포들이 이직을 원하는 이유는 △낮은 임금 33.0% △과중한 노동 27.1% △부당한 대우 17.2% △임금 체불 8.1% 등이었다.

이는 합법노동자와 불법노동자간 약간의 차이를 보이는데 합법노동자는 △낮은 임금 36.6% △과중한 노동 25.8% △부당한 대우 19.9% 순으로 답한 데 반해 불법노동자는 △과중한 노동 29.9% △낮은 임금 25.3% △임금 체불 16.1% 순으로 답했다.

외국 국적 동포들이 직장 생활의 어려움으로 꼽는 항목 역시 △외국인을 무시하는 한국인의 부정적 태도 53.6% △고국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 39.0% △인격적으로 부당한 대우와 폭력행위 24.1% △근로계약서와 다른 근로조건 20.5% △높은 물가로 인한 생활의 어려움 19.0% △종교적 차이 및 문화적 이질감 10.7%로 이직을 원하는 이유와 비슷했다.

또 직장 생활의 어려움을 외국인 노동자 지원단체나 노동부에 상담한다고 답한 비율은 각각 16.8%, 9.5%에 그친 데 반해 44.5%가 “그냥 참고 지낸다”고 답했다.

조사자 70.0%가 이직이 어렵다(비교적 어렵다 21.0% 매우 어렵다 49.0%)고 답해 외국 국적 동포들은 직장을 옮기는 데도 애를 먹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직이 어려운 이유로 복잡한 이직 절차를 꼽은 노동자들이 41.9%로 가장 많았고 △이직 절차에 대한 정보 부족(18.6%) △고용주의 방해 및 협박 등의 비협조행위(19.0%) △관련 국가기관의 비협조(8.2%)가 뒤를 이었다.

정체성, 대인관계 형성에 혼란 겪는 코시안 아동들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야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언어학습과 정체성 형성, 대인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코시안(KOSIAN, 코리안Korean과 아시안Asian을 합성해 만든 신조어로 보통 한국인과 아시아계 외국인 사이에서 출생한 2세를 일컫는다)들을 위한 별도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2005년 6월부터 두달에 걸쳐 코시안 아동의 외국인 어머니 6인과 담임교사 6인을 심층조사한 중앙대학교 교육학과 오성배 교수는 “코시안 아동들은 의사소통에 큰 문제는 없으나 질문에 대해 답하거나 읽고 쓰는 능력은 다른 아이들에 비해 낮다”며 “외국인 부모의 서툰 발음과 어휘력이 자녀의 언어체계 형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오 교수는 낮은 언어능력이 정체성 형성과 대인관계 형성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오 교수는 “정체성에 혼돈을 겪고 외양 때문에 놀림을 당하는 등 소극적인 대인관계로 학교 생활에 어려움을 느끼는 아동들이 많은데도 별다른 교육적 조치가 없다”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이들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교수는 “코시안 아동의 발달과 전반적인 학습 결손을 보완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외국인 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언어와 문화 적응 프로그램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려움 버리고 계속 만나면 어느 새 친구”

토론회에 참석한 자유기고가 박채란씨는 재외동포나 코시안 등 우리 사회의 ‘낯설고 다른’ 구성원에 대해 “먼저 만나자”고 제안했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국경없는 마을’을 펴내기도 한 박씨는 “낯설고 두렵더라도 계속 만나고 대화하다보면 어느 새 친구가 되어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외국인 노동자와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지면서 악수를 하는데 그의 검은 손등과 흰 손바닥이 너무 낯설고 가벼운 거부감까지 들어 망연자실했던 경험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박씨는 “낯설다는 것은 가치중립적인 감정이며 문제는 그 안에 포함되어 있는 멸시와 동경”이라며 “똑같이 낯설다해도 어떤 것은 멸시하고 어떤 것은 동경하게 하는 우리의 가치관부터 들여다볼 문제”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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