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 철폐’미주지역 민주화 운동 생생한 증언 - ②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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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 철폐’미주지역 민주화 운동 생생한 증언 - ② 미국
  • 이혜경기자
  • 승인 2006.0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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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문서 30년만에 공개] 시카고영사관의 ‘반정부집회 보고서’

4.19 14주년 기념예배 예민한 촉각
김재준 목사 ‘민주사회건설’선언문

외교통상부가 이번에 공개한 외교문서엔 ‘미국내의 반한 활동. 1974’가 포함되어 있다.
45쪽에 이르는 이 문서에는 당시 미국내 총영사관들이 유신에 반대하던 동포지식인들과 종교인들에 대해 첩보전을 방불케 하는 감시활동이 있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들이 있어 눈길을 끌었다.

1974년 시카고 총영사관이 4.19 14주년 즈음하여 있었던 민주화인사들의 시카고 기념예배 및 강연회에 대해 상당히 예민한 반응을 보였음이 나타났다.

주 시카고 총영사관이 작성한 ‘반정부 집회에 관한 종합보고’라는 외교문서 자료를 보면 1974년 4월 19일 시카고 기념예배에 대하여 주최측인 ‘시카고 그리스도 동지회’및 참여자의 인적과 그들의 말과 활동에 대해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문서에는 기념예배와 시청 앞 광장 기념식의 개최경과, 예배순서, 강연요지, 교포 및 주재지 언론의 반응 등을 조목조목 명시했다.

이날 기념예배에는 ‘민주사회 건설을 위한 선언문’낭독이 있었고 김재준 목사(전 한국신학대학장)가 설교를 맡았다. 차현희 목사, 안마래 성공회신부, 현순호 목사, 임창영, 김상돈, 김동수, 미국인 R.Poeting 목사 등 100여명의 교민들이 참석했다. 이날 예배는 4.19 민주화 정신을 기리고 박정희 유신정권이 정권유지를 위해 학생, 지식인, 종교인을 탄압하고 있음을 해외동포들에게 알리는 자리가 됐다.

다음날 시카고 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4.19 14주년 기념식은 동포는 물론 미국인들에게도 한국의 독재정권의 부당함을 알리는 집회가 되었다.

‘긴급조치령을 즉시 철폐하라’, ‘유신헙법을 폐지하라’, ‘제 2의 4.19는 왔다’등의 플래카드를 든 동포들이 광장을 메웠다. 그리스도 동지회 회원인 김상호씨의 개회사와 함께 시작된 집회는 애국가 제창 후 고국의 민주주의를 위한 강연과 함께 결의문을 채택했다. 교민들은 기념식 후 만세삼창을 외치고 광장을 행진했다.

이날 기념식에 대해 외교문서는 강연에 연설자로 참석한 김상돈씨의 강연내용을 “대통령에 대한 인신공격으로 시종일관하였으며 현 정권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선동함”이라고 기록했다.

특히 시카고총영사관은 대회 주최측인 ‘그리스도 동지회’에 관하여 두 번에 걸쳐 회원 명단을 만들고 주기적으로 인물들의 인적정보를 조사했다.

그중 간부 김동수 교수에 대해서는 더 많은 보고서를 작성했다. 북한 출신으로 월남한 김교수는 젊은 시절 남한에서 학교를 다니다 도미한 재미교포로, 미국에서 학업을 마치고 대학교편을 잡은 70~80년대 해외민주화 인사중 한명이다.

외교문서는 그에 대해 “불온전단 사건의 주범으로서 김대중 연설 등 반정부 집회 때 가장 선봉에서 활약한자임”이라고 주목했고, 그의 부인과 어머니의 인적사항과 활동에 대해서도 조사해 보고가 이루어졌다.

또한 김교수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수사 활동이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는 보고도 있다. 문서에는 “김동수에 중점을 두고 경찰에 대해 자금 출처 등 강력한 수사를 의뢰하는 한편 그의 동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적고 있다.

74년 6월 12일 외교부 문서를 보면 미 하원 Teno Roncalino의원(와이오밍주 출신, 민주당 소속)이 기독교 학생 연맹의 간부 및 학생 체포 사건에 관련된 자료 요청이 있었다.

와이오밍주 선거구민의 요청에 따라 Teno의원은 미 대사관을 통해 한국정부에 자료를 요청했고 외교부는 ‘외국 종교단체의 종교인 구속 항의에 대한 해명자료’라는 제목으로 보고서를 작성했다.

해명자료에는 1974년 당시 종교인 구속 사건에 대해 적법성을 명시했고 한국정부가 기독교에 대해 특별한 배려를 하고 있음을 밝히는 내용이다.

특히 당시 전국민주청년학생연맹(민청학련) 사건에 대한 해명자료가 주목된다.

민청학련 사건은 지난 해 12월 7일 ‘국정원 과거사건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가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수사방향이 미리 결정돼 사건이 조작되었음을 밝힌 바 있다.

74년 미국에 보내진 해명자료에는 민청학련을 반정부 혁명 단체로 규정하고 “이 단체는 주로 젊은 청년 대학생이 중심이 되어 각학교 학생을 선동하고 종교서적을 위장한 불온전단을 불시 배포하고 행방을 감추는 교묘한 행동을 자행한다”고 적었다.

이어 “박형규, 안병무, 김동길, 이직형, 나상기, 안재홍등은 대통령 긴급조치 제 4호 위반 (민청학련사건 관계)으로 당국에 연행되어 조사를 받고 있다”며 “그 죄상은 적법한 재판결과에 의해 밝혀질 것이다”고 주장했다. 한편, 해명자료에는 한국정부가 기독교에 대해 특별히 배려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73년 4월 비상사태 계엄령하에서 모든 집회가 법상 금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기독교에 대해서는 남산 부활절 전도 대회의 개최를 지원했고 1973년 5월 빌리그레함 전도 대회 때는 3,600만원의 정부 예산을 투자했으며 그해 9월 YMCA 동남아 교육세미나에는 전례 없는 정부의 특혜 지원이 있었다고 근거로 적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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