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60주년 특별기획> 북방에 핀 고려인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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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60주년 특별기획> 북방에 핀 고려인의 꽃
  • 연합뉴스
  • 승인 2005.1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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⑫우즈베크 고려인문화협회 블라디미르 신 회장

  (타슈켄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우즈베키스탄 고려인문화협회 블라디미르 신(52) 회장은 17만여 명에 달하는 우즈베크 고려인들의 신망이 두텁다. 2000년 3월 5년 임기의 회장에 당선된 이후 올해 재임됐다.

   신 회장은 3년 전부터 양어장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우즈베크는 생선이 귀한 곳이라 잉어와 붕어 등을 길러 시장에 내놓으면 성공할 것이란 확신에서다.

   어마어마한 호수를 고려인문화협회 이름으로 싼 값에 사들여 사업 준비를 마쳤지만 투자자를 유치하지 못해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

   "양어장 사업은 고려인의 이름으로 실시하는 사업으로 수익은 모두 고려인들의 위상제고에 사용된다. 사업이 성공하면 양어장은 고려인의 상징이 될 것이다"
   신 회장은 "모국 정부의 무조건 지원을 바라지는 않는다"며 "경제적 문제를 자체 해결할 이 사업에 한국 정부와 기업이 도와줘야 한다"고 지원을 호소했다.

   이 사업 추진과 맞물려 현재 우즈베크에는 '겨울연가'와 '가을동화' 등 한국 드라마의 영향으로 '한류열풍'이 불어닥치고 있다. 우즈베크인을 비롯해 타 소수민족들이 한국어를 배우려고 한국학교와 국제학교로 몰려들고 있는 것.

   한국 제품이 불티나게 팔리자 우즈베크인들은 중국산을 들여와 한국제품으로 둔갑해 시장에서 판매할 정도다.

   그는 "이런 열풍은 고려인 3-4세들의 어깨를 으쓱하게 만들고 있으며 새삼 모국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를 만들었다"며 "양어장 사업은 지금이 적기"라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모국이 우즈베크 고려인들의 출입국을 완전자유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자신의 의지가 아닌 타의에 의해 중앙아시아로 내몰린 고려인들의 모국 출입을 막는 것은 공평성에 어긋난다는 것.

   "모국은 고려인들의 자유왕래를 허용하면 노동질서를 흔드는 등 혼란을 야기한다고 우려하고 있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고려인들이 영구히 정착할 것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하며 반드시 우즈베크로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해 달라"
   신 회장은 "우즈베크 고려인은 절대 한국에서 살 수 없으며 시간이 흐르면 자신들이 한국 보다 경쟁력 있는 우즈베크에 돌아오기 때문에 취업, 교육 문제 등에서 고려인을 우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올해 '우즈베크 고려인의 아버지'로 불리며 영웅 칭호를 받은 김병화 탄생 100주년을 맞아 고려인문화협회는 기념 행사를 대대적으로 펼쳤다. 김병화는 공공시설 건설과 농촌경제 향상, 농촌사회발전 등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1961년 구소련 최고 소비에트 상임위원회로부터 노력영웅 칭호를 받았다.

   "제2, 제3의 김병화가 우즈베크에서 다시 나올 것"이라고 자신한 신 회장은 "이웃 카자흐스탄처럼 우즈베크도 경제가 성장할 것이고, 우즈베크와 친선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모국의 힘을 바탕으로 고려인들이 우즈베크 경제의 성장 원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김병화 같은 영웅이 계속해서 탄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신 회장은 고려인들이 한국어와 우즈베크어를 배우지 않는 등 노력하지 않아 경쟁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으며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고려인문화협회가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체첸공화국 출신인 신 회장은 7세 때 부모를 따라 우즈베크로 이주했고 14세 때 형과 함께 권투를 시작했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 때 사회주의 국가가 불참하면서 쿠바에서 사회주의권이 별도로 연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기도 했다.

   그해 선수생활을 그만두고 2000년까지 구소련 국가대표팀 코치와 우즈베크 국가대표팀 부감독 등을 지낸 그는 시드니 올림픽에서 우즈베크 선수들이 사상 처음으로 금메달 1, 동메달 2개를 획득하는데 기여했다.

   ghwang@yna.co.kr
  (끝)

등록일 : 11/2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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