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60주년 특별기획> 북방에 핀 고려인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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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60주년 특별기획> 북방에 핀 고려인의 꽃
  • 연합뉴스
  • 승인 2005.1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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⑩교사 출신 우즈벡 상원의원 베라 보리소나 박

(타슈켄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24년간 교사로 근무했던 우즈베키스탄 고려인 2세 베라 보리소나 박(67.여)씨는 고려인 중에서는 유일하게 상원의원이 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우즈베키스탄은 올해 상.하원 제도를 새롭게 도입했는데 하원의원은 직접 선거로 뽑고 상원의원은 선거가 아닌 시의원이나 주의원 중에서 선임한다. 하원의원은 100명, 상원의원은 13개 주에서 각각 6명, 타슈켄트시 6명 등 총 84명이다.

   그는 타슈켄트시에서 1천100km 떨어진 호리에즘주에서 교사로 일했고, 정부가 세운 고아원을 맡아 운영하면서 우즈벡 최고의 보육시설을 만든 공로를 인정받아 이번에 상원의원이 됐다.

   올해 호리에즘시 시의원에 당선, 상원의원에 진출한 그는 상원 산하 교육.과학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인구 20만명의 호리에즘시에는 고려인 600여 명이 살고 있다.

   부모가 연해주에서 카라칼파크스탄으로 강제이주해 정착한 이듬해인 1938년 태어난 박 의원은 카라칼파크스탄 국립사범대학을 졸업한 후 1961년부터 호리에즘주 희바시에서 교사생활을 시작했다.

   희바시에서 남편과 함께 줄곧 교사로 근무한 그는 시 교육청에서 잠깐 근무하다 1985년 '20번 고아원'을 맡아 운영했다.

   박 의원은 "고아는 못된 사람들이라는 편견을 없애기 위해 고아원을 가족 분위기로 만들었고, 스스로 '어머니'가 됐다"며 "가정교육과 학교 교육을 철저하게 시켰다"고 말했다.

   '우즈벡 제1의 고아원'을 만든 그는 1992년 대통령으로부터 '명예교육 활동가'상과 2001년 우즈벡 최고훈장인 '영웅훈장'을 수상했다.

   "상원의원은 모든 교통수단을 무료로 타는 등 혜택을 누리지만 국가 관리자로서 그만큼 책임도 크다"고 밝힌 그는 "현재 교육과 관련한 시설, 장비 교체 등 정부 교육 개혁 프로그램 법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우즈벡 민주당 당원인 박 의원은 고려인문화협회 회원으로 활동하는 등 고려인 사회 발전을 위해 뛰고 있다.

   그는 "고려인 중에서 하원, 상원의원이 많이 배출돼야 하며 우즈벡 번영에 20만 고려인이 앞장 서야 한다"면서 "고려인들의 정계진출을 적극 돕겠다"고 말했다.

   지난 5월 노무현 대통령이 우즈벡을 방문했을 때 박 의원은 강제이주의 아픈 역사와 고려인들의 고단했던 삶을 회상한 후 "앞으로 상원의원으로서 한국과 우즈벡의 관계발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해 노 대통령의 눈물을 자극했다.

   당시 노 대통령은 고려인들이 1937년 강제 이주된 뒤 고생했던 얘기들을 듣고 눈시울을 붉히면서 "우리가 힘없던 시절에 고통을 겪은 동포들이 어디에 살더라도 이제는 대우 받을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답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ghwang@yna.co.kr
  (끝)

등록일 : 11/2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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