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이달 중순과 말에 경기도 일산과 부산에서 사할린 우리말 방송 돕기 콘서트를 여는 모녀(母女)가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도깨비 방망이', '청계천 내사랑' 등을 부른 트로트 가수 이혜미씨와 그의 어머니 남점환(68) 씨이다. 이 씨는 '이혜미와 화이트폭스'의 리드 싱어이다.
모녀는 오는 21일 오후 일산 문예회관과 30일 부산 시민회관에서 사할린 우리말방송 돕기 콘서트를 열기 위해 각계에 도움을 요청하며 뛰고 있다.
이 씨는 5일 "사할린 우리말 방송의 어려운 사정을 들은 주변 분들이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며 "그 분들이 있어 콘서트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뜻을 함께 하며 출연료 없이 콘서트에 참가하는 가수 김국환을 비롯해 이자연, 이호섭, 조승구, 동빈, 숙자매, 김지영, 박노섭 등 출연자들께 감사드린다"며 "사할린 우리말 방송이 한민족의 얼과 혼을 지키는 구심체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부산 오륙도 로터리클럽(3660 지부) 회장을 역임하고 있는 어머니도 딸의 이런 기특한 마음을 돕고자 부산 콘서트를 도맡아 추진하는 등 힘을 보태고 있다.
속리산 달마선원의 법주스님이 부산 시민회관 공연 전 8m 크기의 달마도 그리기 퍼포먼스를 펼치고, 달마도 50점을 내놓은 것도 어머니의 덕택이다.
어머니는 콘서트에 허남식 부산시장을 비롯해 김광표 부산 지체장애인협회 회장, 이우주 낙동케이블방송 대표 등 지역 인사들을 초청했다.
어머니는 "아직 사할린을 한 번도 가보진 못했지만 딸이 전한 딱한 사정을 듣고 내가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며 "기회가 되면 내년에 사할린에 직접 가본 뒤 앞으로 어떻게 도울지를 연구하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이 씨가 사할린 우리말 방송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02년 KBS 한민족 노래자랑 녹화방송을 위해 처음 사할린을 방문하면서부터다. 당시 노래자랑 사회를 맡았던 그는 노래자랑을 주최한 김춘자 우리말 라디오방송 국장을 만났다.
그는 "김 국장으로부터 사할린 동포 강제 징용 역사와 우리말 방송의 필요성을 듣고 눈물을 흘렸다"며 "지금까지 바쁘다는 핑계로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어떤 활동도 못 하다 3년이 지난 지금에야 콘서트를 열게됐다"고 말했다.
이 씨는 '사사모(사할린을 사랑하는 모임)'를 재단법인으로 발족해 1회성이 아닌 장기적으로 우리말 방송을 돕는 길을 모색하고 있다.
춘천 MBC-TV 리포터 '사랑열차 주말열차'로 연예계에 데뷔한 이 씨는 바쁜 활동 중에도 몇 년째 덕양구에 있는 희망양로원을 찾아 봉사를 하는 등 가요계에 몇 안 되는 '천사'로 불리고 있다.
'수화로 노래하는 가수'로 알려진 그는 청각 장애인들에게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으며, 부산 지역에서는 인기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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