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비즈니스 풍토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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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비즈니스 풍토 매력”
  • 윤부용
  • 승인 2005.09.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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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호-여기서 살아보니]

   

필리핀 마닐라에 처음 도착한 때는 1983년으로 벌써 20년이 넘었다. 처음 와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마닐라 시내 중앙에 뚫려 있는 왕복 10차선 도로였다. 당시 내 기억으로는 한국에 세종로보다 더 넓은 길로 보였다.

시내 한복판을 가로질러 넓은 도로를 만들 수 있는 필리핀사람들의 미래에 대한 안목을 보고 나도 여기서 사업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던 것이 사실이다.

지난 80년대만해도 이곳 사람들의 한국에 대한 인식은 현재와 많이 달랐다. 50대 연배의 사람들은  한국을 필리핀이 도와줘서 일어선 나라라며 한수 아래로 접고 들어왔다. 그리고 30~40대는 한국을  일본에 속한 나라로 보았으며 그보다 젊은 세대는 잘 알지도 못한 상태였다.

그러다가 86년 아시아 게임, 88년 올림픽을 치루면서 한국에 대해서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 덕분에 한국 제품에 우수성이 인정받아 한국상품을 수입 판매하는 내 사업은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잘 나가는 조국의 덕에 돈을 벌게 되는 경험을 했다. 

나는 이곳에서 필리핀 동료들과 함께 교통부를 통한 중고택시 사업, 보사부의 간염백신 예방을 위한 의료기 공급사업 등을 투자청을 통해 허가받아 계속해왔다.

그러다가 96년 이후 IMF를 겪으면서 사업이 많이 어려워져 이민생활을 정리하고 귀국할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이곳에서 구축한  거래처의 신뢰와 동료들의 도움으로 2000년 이후 다시 재기하여 현재까지 무사히 살고 있다.

필리핀과 한국을 비교하자면 무엇보다 삶의 만족도가 다르다는 점을 꼽고 싶다. 지금은 한국에서도 많이 달라지고 있다지만 항상 바쁘게 움직여야하고 건강을 돌볼 여유도 없는 한국생활에 비하면 필리핀에서는 주말은 항상 가족과 함께 지낼수 있다.

한국의 남성위주사회와 달리  필리핀은 여성중심의 사회인데 과거 식민지 시대에 남성세력을 약화시키고 여성을 교육시켜 사회인으로 내세워 지배를 쉽게 하기 위한 목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

한국과 사업을 위해 대화를 하다 보면 그 자리에서 결론까지 신속하고 빠르게 도출하는 것이 좋은 점도 있지만 경쟁이 지나치게 치열하고 상대방에 대한 승복과 축하가 없는 모습은 여전히 안타깝다.

그러나 사업상 ‘대화의 편안함’이 있는 이곳에서 시간이 걸려도 신뢰를 바탕으로 서로 배려하면서  비즈니스를 상의하는 스타일이 내 성격과 잘 맞았기에 여기서 사업하기가 더 좋았다.

이곳 현지 TV에서는 매일 한국 드라마가 상영되어 한국인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졌고 이제는 많은 필리핀 사람이 한국에 가서 일자리를 얻고 싶어한다.

필리핀은 한국에 비해 치안이 불안한 것이 약점이다. 앞으로 진실하고 유능한 지도자들이 나와서 필리핀을 다시 일으켜 세워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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