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입양아 35년만에 가족 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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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입양아 35년만에 가족 상봉
  • 연합뉴스
  • 승인 2005.08.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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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너무 예쁘게 커줘서 고맙다. 엄마를 쏙 빼닮았구나"

28일 오후 대구시 서구 평리동 서부경찰서에서는 벨기에로 입양된 김순덕(벨기에 이름 김안드레.35.여)씨와 아버지 김영기(70. 경북 경산시)씨의 35년만의 가족 상봉이 이뤄졌다.

재외동포재단의 입양아 한국문화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처음 한국을 찾은 순덕씨가 헤어진 한국 가족을 찾기 위해 대구를 방문해 꿈에 그리던 가족을 만나게 됐다.

1970년 어머니가 순덕씨를 낳고 돌아가시자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태어난 지 3일만에 보육원에 맡겨졌다 2년 후 벨기에로 입양됐다.

양부모 밑에서 자라 대학까지 마치고 이제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순덕씨는 한국 가족을 찾기 위해 지난 3월 홀트아동복지회에 문의해 봤지만 가족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남아있지 않아 찾을 수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러나 순덕씨는 포기하지 않고 이번 문화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을 방문하면서 수소문 끝에 자신이 맡겨진 보육원이 대구에 있다는 것을 알게됐고 이날 대구의 보육원을 방문했다.

운 좋게도 보육원이 갖고 있던 입양 서류에는 아버지 김영기씨의 이름과 당시 주소, 본적이 남아 있어 순덕씨는 35년간 기다려왔던 가족을 드디어 만나게 됐다.

김영기씨는 "보육원에 맡긴 뒤로 미국으로 입양갔다는 이야기를 언뜻 들었을 뿐 그간 전혀 소식을 몰랐다"면서 "이제 평생의 한을 다 풀었다"고 말하며 얼굴에서 함박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순덕씨도 "이렇게 만나게 된 것이 정말 꿈만 같다"면서 빛바랜 사진으로 처음 어머니의 얼굴을 보고 "엄마와 얼굴형과 눈이 많이 닮은 거 같다"며 감격에 눈시울을 붉혔다.

이렇게 이들이 경찰서에서 상봉을 하게 된 것은 '가족찾기 전문 경찰관'으로 소문난 대구 서부경찰서 수사지원팀장 권태일(55) 경위 덕분이다.

순덕씨를 맡았던 보육원이 그동안 300번이 넘게 해외 입양아들의 가족을 찾아준 권 경위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권 경위가 아버지 김영기씨의 인적사항 조회를 통해 감격적인 만남을 주선하게 된 것이다.

특히 이번에는 권 경위가 가족을 찾는 데 그치지 않고 처음으로 경찰서에서 상봉까지 주선하게 되면서 더 뜻깊은 자리가 됐다.

권 경위는 "순덕씨가 밝게 잘 자라줘서 참 고맙다"면서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세상의 어떤 일과도 비교할 수 없는 보람을 느낀다"며 흐뭇해 했다.

nanna@yna.co.kr 
(끝) 등록일 : 08/29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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