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와 의무’ 대립지점 먼저 파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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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와 의무’ 대립지점 먼저 파악을
  • 한겨레
  • 승인 2005.06.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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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05-06-05 16:54]

[한겨레]
‘자녀 국적포기’ 공무원 명단공개 논란 ■ 기사원문 ‘공직자의 도덕적 책임이냐, 개인의 사생활 보호냐?’ 새 국적법 시행을 앞두고 국적 포기 신고인의 부모가 공무원일 경우, 그 명단을 공개하는 방안을 둘러싸고 논란이 거세다. 찬성하는 쪽에선 “최근 몰려드는 국적 포기 신고의 대부분은 병역의무를 피하려는 것인만큼, 이에 해당하는 공직자에겐 마땅히 도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반대하는 쪽에선 “공직자도 개인 사생활을 보호받아야 한다”는 논리를 편다.

국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은 18일, 국적 포기 신고인의 부모 직업 현황을 법무부에서 제출받으면 공무원의 경우 그 신상을 공개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홍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공직자는 국민이 낸 세금으로 먹고사는데, 국회의원은 국민이 낸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예산을 통제할 의무가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홍 의원은 “법무부가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장관을 고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국민 전체의 공복인 공무원이 아들의 국적 포기에 앞장섰다면 공직자의 자세가 아닌만큼, 공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반 여론도 명단 공개 주장에 훨씬 우호적이다. 홍 의원의 개인 홈페이지와 각종 인터넷 사이트 등에는 “외국인의 부모가 공무원을 해선 안 된다. 즉각 명단을 공개하고 공직에서 물러나게 해야 한다”는 등의 찬성글이 수백건 줄을 이었다.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가 이날부터 실명 공개에 대한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실명공개 찬성 응답이 80%를 훌쩍 넘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문병호 열린우리당 의원은 “국적 포기는 사적인 영역”이라며 “명단을 공개해 인민재판하듯 내모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변호사 출신인 한나라당의 한 초선 의원도 “병역 기피를 막자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헌법이 보장한 국적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다른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공무원의 경우 모두 공개하자는 것에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한겨레〉 2005년 5월19일치 ■ 살펴보기 원정 출산 등으로 이중 국적을 얻은 사람이 병역의무를 마치기 전에는 한국 국적을 포기할 수 없도록 한 새 국적법의 시행을 앞두고 국적 포기 신고자가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이처럼 병역 기피를 목적으로 한 국적 포기자에게는 국적 회복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대학의 특례입학 등의 혜택을 주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한다. 심지어 국적 포기자의 부모가 공직자인 경우에는 그 신상을 공개하겠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국민 정서에 앞서 개인의 권리의 보호가 우선이라며 국적 선택의 자유가 악용된다고 하더라도 하나의 기본권으로서 성인이 된 뒤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해 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리고 국적 포기 부모의 명단을 공개하겠다는 것에 대해서도 지나친 인권 침해라며 반론이 만만치 않다.

공직자의 도덕성인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기준으로 정책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한지, 아니면 개인 사생활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우선으로 정책을 정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생각해 보자.

■ 논 · 구술 개념수첩 속인주의(屬人主義)와 속지주의(屬地主義) 법의 장소적 적용 범위에 관한 원칙.

자국의 영토 주권이 미치는 영역에 대해서는 어느 나라의 국민이든 관계없이 그곳의 법을 적용하는 것이 ‘속지주의’이다. 우리나라는 속지주의를 원칙으로 한다. 이에 반해 국민이 어디에 있든 상관없이 자국민이 행한 행위에 대해 자국의 법을 적용한다는 원칙이 ‘속인주의’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보조적으로 사용되며, 일반적으로 형법과 국적법 등에서 중시된다.

■ 예상논제 국적 포기자의 신상을 공개하겠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예시] 저는 국적 포기자의 신상 공개는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공직자에 한해서 한다고 했지만 이 역시 법치주의 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세계화 시대에 누구에게나 국적을 선택할 권리는 있습니다. 원정 출산에 의한 것이든 아니든 미국법이 허용하는 속지주의에 따라 시민권을 취득했다면 어느 나라의 국민으로 살지는 각자의 선택에 달린 것입니다. 그런데 그 선택권이 병역 기피의 소재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그 선택권을 제한한다면 이는 문제의 본질을 넘어서 지나친 인권 침해를 낳는 것입니다.

선택권 제한은 인권침해 부모가 공직자라는 이유만으로 본인의 뜻과 상관없이 자녀의 국적을 무조건 한국으로 정해야 하는 것도 분명히 차별이 될 수 있습니다. 부모의 선택과 자녀의 선택은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신상 공개 자체는 법적 제재가 아니라도 해도 신상 공개가 가져 올 영향은 법적 제재보다 가혹할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입니다. 부작용이 있다면 그 부작용을 막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병역 기피자들이 국내 활동에서 불이익을 받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병역 기피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취지의 국적법의 제정은 자칫 인권 침해 현상을 낳을 수 있으며, 세계화 시대에 역행하는 또 다른 국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도움말] 우리나라에서 이중 국적을 제한하는 법 제정 문제는 결국 병역 기피를 위한 국적 포기자의 문제로 귀결된다. 우리나라에서는 병역의 문제가 매우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이의 의무 이행에 어떤 불공평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국민 정서다.

그와 같은 취지로 한나라당에서는 병역 기피 목적의 국적 포기자에 대해서는 재외동포 자격을 박탈하도록 재외동포 관련 법과 고등교육법을 고치는 방안을 당론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국적 포기자가 공직자일 경우 신상을 공개하겠다는 것에 찬성하는 논리는 다음과 같다. 공직자는 사생활이 공적인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일반인과 똑같은 기준으로 사생활을 보호받을 수 없으며, 국가에 대한 애정 없이 공직 생활 하는 것을 그대로 두는 것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민이 그들에 대해서 알고 심판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 마땅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반대 논리는 권리의 측면에서 의미를 갖고 있다. 공직자도 그 직업에 앞서 인격을 가진 국민이며, 자유로운 국적의 선택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행복 추구권에 해당되는 것이므로 공직자라고 해서 신상 공개를 하는 것은 인권 침해라는 것이다.

마치 마녀 사냥처럼 여론몰이식 재판으로 그들의 인격을 침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기출문제] ●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는 사실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가? 국민과 민족의 개념을 구별하면서 이중 국적에 대한 부정적 시각의 원인을 설명하고, 국적의 의미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설명하시오. (2003학년도 고려대) ● 성범죄자의 명단을 공개하는 것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시오. (2002학년도 성균관대) ● 사회 인사나 지도자들이 갖추어야 할 덕목으로서의 자질과 자세 등을 말해 보시오. (2003학년도 단국대) ● 원정 출산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해보시오. (2003학년도 서울대) [예상문제] ● 단일 민족 국가가 갖는 장단점에 대해서 말해 보시오.

● 여론에 의한 정책 결정이 갖는 한계가 무엇인지 예를 들어 설명해 보시오.

● 부모가 미성년자인 이중 국적 자녀의 국적을 선택하거나 포기하는 것이 정당한가? ● 국적법 적용에서 속인주의와 속지주의 중 어느 것을 우선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서울 예일여고 교사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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