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포기자들 "불이익? 겁 안난다" 시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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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포기자들 "불이익? 겁 안난다" 시큰둥
  • 중앙일보
  • 승인 2005.05.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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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005.05.24 14:48:20]
        
[조민근] '국적포기 불이익? 겁 안난다!'이중국적자의 병역 회피를 원천봉쇄하는 개정 국적법이 24일 발효됐다. 법무부에 따르면 이달초 개정법이 국회에서 통과된 이후 국내에서만 1천2백여명이 국적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에 대한 비난여론이 비등하자 최근 일부 정치권에서는 병역 기피 목적의 국적포기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추가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 국적포기자들을 재외동포가 아닌 외국인으로 분류해 이들이 국내 체류.교육.경제활동 등에서 혜택을 받지 못하게 하는 것 등이 거론된다.

그러나 한편에선 국적포기자 명단 공개 추진 등 일부 대응이 지나치게 감정적이라는 지적과 함께 이른바 '세계화 시대'에 최근 거론되는'불이익'이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를 의심하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당사자인 국적 포기자들까지도 이같은 조치들의 효과를 평가절하하고 있다.

최근 만들어진 국적포기자들의 카페에는 이를'단순한 협박'에 불과하며,"외국인이라도 큰 불편은 없으니 당당하게 살자"는 등의 글들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국적포기자들 사이에서는 앞으로 자신들을'국적포기자'가 아닌'글로벌 시티즌'으로 부르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외국인이라도 불편 없어"="요즘 언론이 보도하는 '협박성'소식들은 대부분 그대로 실현된다 하더라도 그리 겁낼 것도 아니다. 물론 대외적으로는 겁에 질린 듯 행동해야 사냥에 나선 몰이꾼들은 뿌듯해 할 것이다."최근 회원수가 200여명으로 급증한 한 국적포기자들의 카페에 올라온 글이다. 국적포기자들에게 불이익을 주려는 정치권의 움직임과 여론 대한 이들의 반응은 이처럼 냉소적이다.

이들은 그 이유로 ^현행법에서도 최근의 국적이탈자, 즉 부모가 한국 국적이고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경우 어차피 재외동포 대우를 받기 힘들고 ^외국인 대우를 받더라도 체류.진학.취업 등의 불이익은 자녀가 성인이 된 이후에나 생긴다는 것 등을 든다.

또 성인이 된 이후의 불이익에 대새서도 상당수 국적이탈자들은"어차피 국내 대학은 보내지 않을 것","다국적 기업에 취업하면 된다"며 큰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실제로 현재 외국인 자격으로 국내에 살고 있다는 한 회원은 "별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고 살고 있다"며 자신의 경험담을 상세히 밝혀놓았다.

우선 교육의 경우 교육법상 외국인도 의무교육을 받을 수 있으며, 중.고교 입학도 학교별 학칙이나 학교장 판단에 달려있는데 외국인을 딱히 거부할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외국인일 경우 국제학교에 진학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즉 경제적 여유만 있다면 국제학교에 보내 학교폭력.집단 따돌림.과도한 입시교육 등을 겪지 않아도 된다는 것.

의료보험의 경우에도 부모가 한국에서 합법적으로 직장을 갖고 있다면 자녀의 경우 주민번호에서 외국인등록 번호로 기재사항만 바뀔 뿐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금융.부동산 거래도 마찬가지. 그는 "금융이나 부동산 거래에는 외환위기 이후에 규제가 거의 풀렸다"며 통장개설이나 부동산 거래에서 거의 제한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국적포기자들에 대한 국내 체류 제한도 "그리 간단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OECD 국가는 거의 같은 수준의 체류자격을 부여하고 있는데 상호주의 관점에서 볼 때 일방적으로 우리만 엄격하게 제한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설명이다.

그는"한국이 선진국 수준의 복지혜택을 주는 국가도 아닌데 무슨 큰 불이익이 있겠는가"라며"오히려 미국 등에 거주하는 실제 재외동포들과 한국을 단절시키는 후유증을 불러올 것"이라는 전망까지 덧붙였다.

실제로 이 카페의 한 회원은 국적을 포기한 자녀의 의료보험을 발급받는데 단 5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국적포기자 아닌 글로벌 시티즌"=카페내에서는 개정 국적법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국적이탈자들의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한 회원은"많은 사람들이 이중국적자를 의무는 지지않고 권리만 누리려는 나쁜 사람들로 매도하지만, 병역을 마치고 국적을 포기하라는 개정 국적법은 의무만 지고 권리는 포기하라는 것"이라며 개정 국적법의 논리를 반박했다.

여기에 일부 회원들은 우호적인 전문가들을 끌어들이고, 헌법소원을 내자는 등 보다 적극적인 활동까지 제안하고 있다.

하지만 국적포기에 대한 과도한 합리화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주장도 군데군데 등장한다.

한 회원은 게시판에서"자녀를 미군으로 보내면 보냈지, 한국군으로 보내기는 싫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군대의 복지나 인권보호 수준이 미국 등 선진국보다 떨어진다는 점을 들어"아무런 대우도 혜택도 없으면서 의무만 강요하는 것은 북한에서나 통하는 만행"이라고 주장했다.

또'국적 포기자','이중국적자'라는 명칭에서 자신들을 범죄자 취급하는 분위기가 느껴진다며 "글로벌 시티즌(global citizen)이나 코스모폴리탄(cosmopolitan)으로 부르자"는 주장도 나온다.

조민근 기자 jming@joongang.co.kr ▶조민근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com/sakun/- '나와 세상이 통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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