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적 없어도 한국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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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적 없어도 한국을 사랑합니다"
  • 브레이크뉴스
  • 승인 2005.05.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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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뉴스 2005-05-16 14:44] 

국적법 개정을 계기로 본 이중국적에 대한 나의 생각

국적법 개정을 계기로 이중국적에 관한 논쟁이 시끌하다. 국적법 개정의 원인이 되었던 것은 이중국적자들의 병역의무 회피였다. 남북이 분단되어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병역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겠다는 것은 국민으로서의 가장 기본적인 의무를 이행하지 않겠다는 것에 다름아니다.

대한민국의 국적법은 이중국적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상당수의 이중국적자가 존재한다.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국적을 부여하는데 적용하는 속지주의와 속인주의가 충돌하여 생기는 현상이다.

부모가 대한민국의 국적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태어 난 어린이는 태어 난 곳이 어디이건 대한민국의 국민이 된다. 속인주의에 따른 것이다. 그 아이가 만약에 미국에서 태어 났다면 미국의 시민권자가 된다. 속지주의에 따른 것이다. 출생에 의하여서만 이중국적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해외에 나와 살고 있는 상당수의 사람들도 이중국적을 보유하고 있다. 거주국의 시민권을 취득한 경우이다.

출생에 의한 것이건, 귀화에 의한 것이건, 이중국적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스스로 한국 정부에 알리지 않는 한, 한국 정부는 해당인이 이중국적을 보유하고 있음을 알 수가 없다. 미국에서 출생한 아이의 출생 신고를 할 때, 출생지를 한국에 있는 주소를 적어 넣으면 된다. 출생 신고서를 접수하는 창구에서 태어 난 아이의 출생지까지 일일히 확인하지는 않으니 말이다. 해외에 나와 살면서 거주국의 국적을 취득하여 이중국적자가 된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해당인이 스스로 알려오지 않는 한 한국 정부로서는 그 사람이 이중국적자인지의 여부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필자는 2002년도에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 시민권 선서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때의 감정은 필설로 표현하기에는 어려운 복잡한 것들이 한데 어우러져 있었다. ‘이제 대한민국의 국적은 포기해야 하나? 아니면, 이중국적자로 그대로 있어?’ 내가 국적상실신고를 하지 않으면, 적어도 몇 년 동안은 이중국적자로 남아 있을 수 있었다.

왜? 내가 소지하고 있던 대한민국 여권의 유효 기간이 상당 기간 남아 있었으니까. 하지만, 난 시일을 끌지 않고 국적 상실 신고서를 뉴욕총영사관에 제출했었다. 내 조국 대한민국의 법이 금하고 있는 이중국적을 보유하고 있어야 할 이유가 없어서였다. 나의 조국에 대한 사랑과 관심은 내가 대한민국의 국적을 보유하고 있느냐 아니냐와는 관계가 없어 보였다. 내가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한 후로 3년이 지났다. 나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나의 조국 대한민국에 대한 사랑과 관심은 내가 대한민국 국적을 보유하고 있었을 때나 지금이나 전혀 차이가 없다고.

해외에 나와 살고 있는 동포들 중에는 ‘이중국적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상당수 있다. 그 사람들은 “이중국적을 인정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고 국제화에 도움이 되며, 해외 동포들의 본국 투자를 촉진한다”고 주장한다. 지구상에는 이중국적을 인정하는 나라들이 제법 있다. 하지만, 그와 같은 나라들이 최근들어 이중국적을 인정하기 시작한 경우는 많지 않다. 추세라는 표현을 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이중국적을 허용해야만 국제화가 된다는 생각은 무슨 논거인가? 국제화는 이중국적의 허용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첨단 산업을 발전시키고, 선진 문화를 육성하며, 최고의 학문적인 토양을 닦아감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중국적을 허용해야만 해외동포들의 본국 투자가 촉진된다는 말에도 대단한 타당성을 부여할 수는 없다.

현재 대한민국의 법률은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기업 활동을 하는데에 거의 제약을 가하고 있지 않다. 특히 해외 동포들이 한국내에서 생활하거나 기업 활동을 할 때에는 본국인들에게 발급되는 주민등록증과 유사한 효력을 갖는 거소증을 발급해 주어 모든 금융 거래 등에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고 있다. 이중국적을 허용해야만 해외동포들의 본국투자를 늘릴 수 있다는 주장은 전혀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국가와 국민들 사이에는 계약이 존재한다. 계약에는 권리와 의무가 수반된다. 해외에 나와 살고 있는 동포들은 국가에 당연히 져야 할 의무들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당연히 져야 할 의무들을 하나도 부담하지 않는다. 국민된 도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국민으로서의 모든 권리를 갖겠다고 한다면 그것은 욕심이다.

그래서는 안된다. 내가 해야 할 도리를 하지 못했으면, 바랄 것도 바라지 않아야 한다. 해외에 나와 공약(空約)을 해대는 정치인들도 각성해야 한다. 괜스레 “이중국적이 실현되도록 하겠다”는 선심성 약속은 하지 말아야 한다.

이야기의 방향을 돌려보자. “병역을 필하기 전에는 국적상실신고를 할 수 없다”는 조항에 대하여 많은 사람들이 찬사를 보내고 있다. 한국내에 거주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는 것 같다. 그 조항에 반대의 뜻을 표하는 사람들은 해외에 살고 있는 동포들 중 일부인 것으로 보여진다.

혹시, 오해할 사람이 있을지 몰라 밝혀 둔다. 나에겐 1980년생 아들이 있다.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지만, 아직은 이중국적상태로 남아 있다. 몇번인가 국적을 정리하라고 이야기를 했지만, 아이가 게으름이 심해서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그 아이는 이번에 개정된 법에 따라 이제 병역을 필하기 전에는 한국 국적을 포기할 수 없게 된다.

내 아이가 한국에 가서 생활을 하게 되면 군대에 갈 수 밖에 없는 형편임에도 불구하고, 난 이번에 개정된 국적법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낸다. 왜? 위에서 언급했듯이 국가와 국민간에는 계약이 존재한다. 국민이라면 응당 국가를 위하여 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것들을 이행하지 않겠다면 이미 국민이기를 포기한 사람이다. 국민이기를 포기한 사람을 위하여 국가가 존재하지는 않는다.

”이중국적자가 된 것이 아이들의 뜻이 아닌데 아이들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은 잘못”이라는 시각이 있다. 그런 식의 논리는 억지다. 우리 중에 누가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 나기를 원한 사람이 있었는가? 우리가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태어 난 것도 우리들의 뜻은 아니었다. 우리를 낳아 준 부모가 대한민국 국민이었기에 우리도 대한민국의 국민이 된 것이다.

한 아이가 있었다. 이 아이는 부모가 미국에서 주재원으로 근무하던 시절에 태어 났다. 당연히 미국 시민권을 보유하고 있는 이중국적자였다. 젖을 떼고 조금씩 말을 할 수 있게 되었을 때에 본사로 귀임하는 부모와 함께 한국으로 와서 학업을 계속하던 중 군에 입대할 시기가 되었다. 이 아이는 미국 시민권을 내어 보이며 군대에 가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또 다른 아이가 있었다. 미국에 영주하고 있는 한국인 부모에게서 태어 난 아이였다. 이 아이가 초등 학교에 입학하게 되었을 때에 그 아이의 부모는 그 아이를 한국에 계시는 조부모에게 보냈다. 한국인으로 키우겠다는 욕심도 있었다. 한국 국적도 가지고 있는 그 아이가 한국에서 학교에 입학하는데는 아무런 장애도 없었다. 한국에서 주는 모든 교육 혜택을 다 받았다. 세금 한 푼 내지 않고서 말이다. 국방의 의무를 져야 할 때가 되었을 때에, 이 아이도 역시 미국 시민권을 내어 보이며 군대에 가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이중국적을 허용해야 할 이유를 나는 찾지 못한다. 아무 때고 한국에 돌아가 정치판에라도 뛰어들 요량이라면 모를까, 나처럼 평범하게 살아가는 해외 동포의 입장에서는 이중국적을 허용하라고 목청을 높혀대는 사람들을 전혀 이해할 수가 없다.

조국에 대한 사랑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다. 살고 있는 곳에서 성실한 모습으로 살아가면 된다. 경제력도 키우고, 정치력도 키워가며 거주국에서 굳건하게 뿌리내리며 살아가는 것이다. 종사하는 업종도 다양화시키고 첨단화시켜서 본국에서 이민을 오는 고급 인력들이 저급한 시장에 매달려 처참한 모습으로 살아가도록 버려두지 아니하고, 그들을 수용할 수 있는 터전도 만들어 가야 한다. 이중국적을 허용해야 하는가의 문제는 ‘내 입장에서만’ 생각해서는 안된다. 국익과 국민적인 정서가 같이 고려되어야 한다.

*필자 김동욱은 뉴욕 맨하탄에서 무역업에 종사하며 인터넷매거진 '코리안닷넷'(www.korean.net) 운영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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