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우즈베키스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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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우즈베키스탄
  • 세계일보
  • 승인 2005.05.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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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2005-05-16 18:39]  
 
 

   
우즈베키스탄에서도 민주화가 실현될 수 있을까. 반정부 시위대에 대한 정부군의 무차별 발포로 인한 유혈참상이 알려지면서 우즈베크에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우즈베크를 비롯해 인접국인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 중앙아시아 일대 국가들은 복잡한 대미·대러시아 외교노선에다 인종·종교 문제까지 겹쳐 불안한 정정을 보여 왔다. 소련이 해체될 때 ‘독립의 영웅’들이 집권하는 것까지는 좋았으나, 대부분 독재자로 변모해 철권통치를 하고 있다는 유사성도 갖고 있다. 종신대통령을 선언한 경우도 있으며, 장기집권을 위해 딸을 제1야당 지도자로 내세운 독재자도 있다.

물론 2003년 그루지야에서의 벨벳혁명(장미혁명), 지난해 12월 우크라이나에서의 오렌지혁명, 지난 3월 키르기스스탄에서의 레몬혁명의 성공은 이들 인접국들에 강한 민주화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시민혁명 성공 여부는 미국과 유럽의 거대한 힘에 좌우된다. 그루지야 정부가 장미를 흔드는 시위 군중을 향해 총을 쏘지 못한 것도, 우크라이나 보안군이 오렌지색 옷을 입고 독재타도를 외치는 시위대와 한편이 되어버린 것도 미국과 유럽이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독재자 카리모프가 친미파인 우즈베키스탄만은 사정이 다르다는 것이다.

우즈베크라면 한민족의 수난사가 빚어진 현장이며 거주 동포가 25만명을 헤아린다는 점에서 우리가 무관심할 수 없는 곳이다. 1937년 스탈린의 고려인 고립·말살 정책에 따라 하바로프스크 등 연해주 일대의 고려인들이 영문도 모른 채 집에서 끌려나와 시베리아 대륙 횡단열차에 실려간 종착지가 바로 우즈베크였다. 물 설고 낯선 이국에 버려진 채로 불모의 땅을 일구며 모진 삶을 견딘 우즈베크 동포들이 또다시 위험에 처해 있다. 현지 동포들의 안전을 위해 정부 차원이든 민간 차원이든 지원을 아끼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김국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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