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계 온정으로 새생명 찾은‘…조선족 소녀’고모가 감사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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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계 온정으로 새생명 찾은‘…조선족 소녀’고모가 감사 편지
  • 동아일보
  • 승인 2005.05.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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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2005-05-17 04:45]  
 

   
[동아일보]
“우리 조카를 살려 주신 한국 동포 여러분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등이 S자로 휘는 ‘선천성 척추측만증’으로 생명이 위험하지만 수술비가 없어 마음만 졸였던 조선족 김려(金麗·10) 양의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다.

척추가 너무 휜 바람에 수술을 두 번에 나눠 해야 했다. 조재림(趙在林) 한양대병원장은 지난달 21일 척수신경을 제외하고 뼈와 디스크, 인대를 모두 제거했다. 이어 일주일 후인 28일 보형물을 넣어 척추를 곧게 하는 2차 수술을 실시했다.

16일 김 양의 등은 곧게 펴져 있었다. 김 양을 돌봐온 고모 김선자(金善子·40) 씨가 “두 살 때 부모에게서 버려진 뒤 저렇게 밝은 모습은 처음이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 씨가 편지 한 통을 내밀었다. 김 씨는 “감사의 마음을 전할 길이 없어서…”라며 말을 흐렸다. 그동안 김 양에게는 4000여만 원의 성금이 답지했다.

A4용지 절반 크기 종이 2장에 깨알 같은 글씨로 써 내려간 편지. 맞춤법이며 문장력은 엉망이었다. 그러나 한국과 동포에 대한 고마움이 가득 담겨 있었다.

“옆 입원실에 있는 보경이 엄마는 옷과 생활용품을 사주셨어요. 앞 병실에 있는 데레사 언니는 꼬마곰인형, 과일, 학용품을 사주면서 훌륭한 사람이 되라고 격려해 주셨고요. 얼마나 고마운 분들인지….”

김 씨는 한국을 다시 보게 됐다고 한다. 그 전에는 “자본주의 국가라서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단다. 편지에도 “한국이 얼마나 인정이 많고 살기 좋은 나라인지 이번에 알게 됐다”고 적었다.

김 씨는 이번 도움을 반드시 동포에게 되돌려줄 것이라고 다짐하며 편지를 맺었다.

“조카가 꿈인 선생님이 돼 조선족 아이들에게 우리 민족문화를 전달하고 대대손손 이어갈 수 있도록 옆에서 힘껏 격려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새 생명을 주신 동포 여러분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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