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경 미얀마대사, 한인회와 첫 상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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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경 미얀마대사, 한인회와 첫 상견례
  • 미얀마한인회
  • 승인 2016.07.04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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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도와주고 이끌며 힘들고 어려운 땅 미얀마서 함께 성장하길 기대”

▲유재경대사(뒷줄 오른쪽 5번째), 이정우 회장(6번째)와 한인회 임원단.
"유재경 주미얀마 한국대사가 미얀마 한인회 임원들과 첫 상견례를 했다. 다음은 미얀마 한인회가 제공한 '유재경 대사와의 좌담'이다."

<유재경 대사 이야기>

   미얀마, 제2의 인생

저는 30년 기업인이었는데 국가의 부름으로 인생 2막을 미얀마에서 열게 됐다. 퇴사 후 지난 1년 책을 내고 또 다른 인생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삼성 이사 출신 수천 명 중 유일하게 대사로 임명됐다. 삼성에서 대사직을 밀어주었다고 하는데 이는 농담으로 치부한다. 그리고 삼성출신으로 청와대 인사처에 있는 이모 씨가 추천했다고 하는데 난 그분과 일면식도 없다.

대통령이 임명장 줄 때 시장개방에 기대가 크다면서 잘해 달라고 부탁하시더라. 혹시 대통령께서 제가 쓴 책을 보고 낙점하지 않았나 하고도 생각해본다. 여하튼 저에 대한 임명에 대해 따져봐야 의미 없다. 나는 이제 여기 왔고 앞으로 제대로 일할 게 있을 뿐이다.

삼성전기 과장으로 브라질(아르헨티나, 칠레 포함)에서 5년, 유럽판매 법인장으로 독일에 있었고, 본사로 돌아와 사업부장과 글로벌 마케팅실장을 역임했다. 개발과 제조분야에서 30년 해외영업맨으로 살았다. 대사로서 외교와 정무 부분은 공사 등의 도움을 받아 진행하고, 제 경험을 십분 살릴 수 있는 무역이나 시장 개척 등에 힘쓰고 싶다.

영업맨으로 일하다 보니 항상 '을'의 입장이었고 목과 허리가 아주 부드럽다. 하지만 이젠 개인이 아닌 국가를 대표하는 공인으로서 각도가 문제가 될 것 같다. 너무 굽히면 국가가 허리를 굽히는 것이 되므로 처신에 좀 더 신중해야 할 것 같다.

   대사관 운영

직장에서 자신을 희생했다고 언급하는 것은 좀 부적절하다. 월급을 받아 실상 가족을 부양하지 않았나. 월급을 받지 않고 직장을 다니면 그게 희생이다. 저 같은 경우 직장을 통해 넓은 세상을 봤다. 그래서 기쁜 마음으로 나왔다. 원래 대기업이 성과와 결과주의 아닌가. 특히 삼성이 더 그런데, 그냥 위에서 찍어 누를 때가 많다. 그들의 마음을 보듬고 어루만지면서 책을 낸 것인데…. 퇴임할 때 직원들이 많이 울면서 눈물로 나를 보내더라. "헛되게 살진 않았다", 그리고 "잘 살았다"라는 생각이 든다.

기업인으로서 외교관과는 기본적으로 스타일이 다르다고 보는데 긴장보다는 기대가 된다. 조직이 속성상 뚜껑이 바뀌는 등 흔들리는 것을 싫어한다. 하지만 조직은 항상 변한다. 대사 임명 직후 그런 우려와 불안 해소를 위해 제가 쓴 책 ‘지구 100바퀴를 돌며 영업을 배웠다’를 대사관 직원들에 보냈다. 책 읽은 후 저에 대한 이해를 돕고 회의나 대화를 진행하면 다 통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어디든 유독 반대세력이 있기 마련인데, 지금 여기 공관엔 그런 사람이 없다. 지뢰가 없다. 저 또한 공무원에 대한 고정관념이 바뀌었다. 대사가 전문외교관이 아니어서 힘들 것이라고 하는데, 아니다! 같은 과(科)다. 그래서 통(通)한다고 본다.

   예전 브라질 같은 미얀마

브라질은 금요일 밤이면 소음 그 자체다. 독일에서 그렇게 소리를 내면 경찰이 달려온다. 일단 미얀마는 브라질 스러워서 좋다. 거리를 다닐 때면 여기가 브라질과 비슷해서 "와서 많이 본 것 같다"는 데자뷰(기시감, 旣視感)가 느껴질 정도다. 또 독일은 틈이 안 보여 지사장 등으로 오면 대부분 눌러 앉지 않고 고국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브라질은 대부분 정착하는데 그들 모두 이구동성으로 '돈이 보인다'고 말한다. 그리고 기회가 보이면 과감하게 결단한다. 저는 아내와 아들 둘(21, 26세)이 있는데, 나의 처는 적응력이 좋고 농담도 잘 하고 성격도 좋아 여기서 잘 지내리라 본다. 전 소주 2병정도 마시는데 열대지역이라 조금 줄이려고 한다.

   중소기업 진흥을 먼저

뗏우마웅 주한 미얀마대사와 면담도 그랬고 네피도에서 만난 고위 관료들도 제가 대기업 출신이라 대기업을 유치하게 해달라고 하는데 이는 넌센스다. 대기업의 투자 의사결정 과정이 안 빠르다. 인프라나 전력, 그리고 시장조사를 다 하는데 수년 걸린다. 그래서 지금은 중소기업이 더 나은 환경이라고 본다. 중소기업들이 미얀마에서 기업하는데 별 애로사항이 없다는 게 증명되면 그 다음에 대기업이 들어올 수 있다.

삼성은 이미 다국적기업이다. 그래서 중소기업이 여기에 기회를 찾아 들어올 때 미얀마가 잘해 줘야 대기업이 그 다음에 들어올 수 있다. 기업의 투자 관건은 불확실성이다. 그런 게 해소되고 뭔가 확실한 것이 보이면 대기업은 들어온다.

   미얀마, 미몽(迷夢)과 미래(未來) 사이

해외지역에서 사업 환경 쉬운 곳이 없다고 본다. 모든 비즈니스 환경의 최우선 순위는 사람이다. 저는 거래선을 볼 때 그 사장을 보고 그 사람이 괜찮으면 거래를 트고 사업을 시작한다.
모든 것은 현장에 답이 있다. 여기 나와 있는 기업체와 교포 사업장을 돌며 애로사항을 듣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함께 고민하고 대화를 하고 싶다.

브라질에서 대사관과 한인들 간 반목이 있어서 썩 보기가 안 좋았다. 대사관 사람들을 몇 년 있다 훌쩍 가는 사람으로 치부해버린다. 문제는 질적인 시간이다. 그 시간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모든 것을 달라지게 할 수 있다. 서로 도와주고 이끌며 힘들고 어려운 땅 미얀마에서 함께 성장하길 기대한다.

 

<한인회 임원들의 이야기>

   봉제업, 어떻게 활로를 모색할 것인가

봉제업의 불황이 심각하다. 도대체 밑바닥이 어디인지 모르겠다. 한국과 일본의 불경기 여파, 그리고 한-베트남 FTA로 관세가 줄어 베트남을 더 선호하게 되면서 미얀마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는 대량주문이 오는데 반해 미얀마의 70%는 소량주문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생산성이 올라갈 수 없고 생산라인(Line)을 자주 바꾸는 것도 문제다.

가장 큰 문제는 의식구조다. 여기 사람들이 일을 제대로 하려는 게 아니고 또 잘하자 하는 마인드도 아니다. 남들이 더 주면 더 받기를 원할 뿐이다.

   세관 관련업무의 난맥상 

세관이 일관성이 없고 변화무쌍하다. 컨테이너가 1주일이면 될 것을 3~4주 그냥 두게 만든다. 그러면 비용이 다섯배, 열배로 늘어난다. 신정부가 세수를 확보하기 위해 더 많이 도랑치고 가재 잡는 꼴이다. 세관조직의 수장과 넘버 2가 자주 바뀌는 것도 어려움을 준다.

세관이 현재 알리바바를 통해 기준가를 잡는다. 그래서 점점 더 관세가 올라간다. 어떤 품목은 2~3배 뛴 것도 있다. 이런 불확실성 속에서 사업이 어려워진다.

   미얀마, 신시장 개척

시장을 분석하는 3요소가 시장 규모, 시장 경쟁 정도, 핵심역량이 가능한가로 정리되는데, 예를 들어 여기서 식품시장은 답이 안 나온다. 소금공장에서 1비스(viss, 1viss=1.6kg)에 100짯 가져와 가공한 후 175짯에 판다. 연간 60만불 수익을 대부분 화교들이 주도한다. 설비도 열악한데, 50~100만불 이익이 생긴다.

시장조사나 촬영 등에 아무 제재도 안 하는 것은 외국사람이 들어와도 이 시장만은 자신 있다는 표시 아닌가. 또 자기들 아니면 구매 못 한다는 그들의 네트워크도 엄청나고. 미얀마 신시장 개척, 정말 힘들다.

미얀마 시장이 생각보다 작다. 화장품이 약 500억 시장밖에 안 된다. 아직은 잠재성(POTENTIAL)이 있을 뿐이다. 부자들은 화장품을 밖에서 사오기 때문이다.

   여전히 가난한 노동시장

여기 장점이 저임인데 문제는 생산성이 많이 떨어진다는 데 있다. 대표적인 예가 캐디인데 한국의 1명을 미얀마 4명이 못 따라오는 상황과 유사하다. 노동시장이 생각만큼 효율적이고 생산적이지 못해 외국기업에서 안 들어오는 것이다.
또 노동문제는 너무 앞서간다. 노동법은 완전 선진화가 다 됐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일주일 40시간을 일하니까 말이다.

   빈 강정, 외국인 투자법

여기 로칼들은 세금을 거의 안 낸다. 어떻게 공정경쟁을 할 수 있겠나? 외국인에게 법인세 5년 면제 등을 준다지만 실질적인 매력이 없다. '외국인 투자법'을 조사해보면 실상이 여실히 드러난다.

미얀마는 부자 세상이다. 유산이나 옥이나 루비 등 보석사업, 그리고 무역 등으로 엄청난 돈을 챙겼는데 그들이 돈을 벌어서 재투자할 곳이 없다. 2003년 민간은행이 파산하면서 아직도 은행을 불신한다. 넘치는 돈을 중고차와 부동산에 투자해서 국가 경제구조를 왜곡시켰다. 부동산 가격 상승의 주범이 바로 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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