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정부 마지막 청사 ‘경교장’, 시민 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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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정부 마지막 청사 ‘경교장’, 시민 품으로
  • 고영민 기자
  • 승인 2013.03.04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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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3년여간 원형복원 거쳐 3월 2일부터 무료 개방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백범 김구, 「나의 소원」,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 중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마지막 청사이며, 백범 김구 선생의 숨결이 깃들어 있는 역사의 현장 ‘경교장’(京橋莊, 서울 종로구 평동 108-1/새문안로 29)이 백범 서거 64년 만에 시민 품으로 돌아왔다. 서울시는 사적 제465호인 경교장을 3년여 간에 걸쳐 원형 복원해 3·1절 다음날인 지난 2일부터 시민들에게 무료로 개방했다.

▲ 지상 1층 : 1945년 12월 2일 임시정부의 공식 만찬이 개최되고, 김구 선생이 서거 했을 때 빈소로 사용된 귀빈식당(왼쪽), 임시정부 국무위원회 등 대표적인 회의들이 열리고 김구 선생이 국내외 주요 인사들을 접견한 응접실(오른쪽).

임시정부 주석을 지낸 정치가이자 독립운동가, 김구 선생이 72세인 1947년 발표한 「나의 소원」도 이곳 경교장에서 쓰여졌다고 한다. 경교장은 일제강점기 광산업으로 큰 부를 축적한 최창학에 의해 1938년 ‘죽첨장’(竹添莊)이란 일본식 명칭으로 건립됐다. 1945년 11월 임시정부가 환국하자 이름을 ‘경교장’으로 바꾸고, 임정의 활동공간 및 김구 주석과 임정요인들의 숙소로 사용됐다.

김구 선생과 임정 요인들은 경교장에서 남과 북의 역량을 단결해 자주 통일의 구체안을 완성하기 위한 국무위원회를 지속적으로 열었고, 신탁통치반대 운동도 추진했다. 김구 선생은 통일정부 수립을 위해 남북협상에 참가하는 등 최후의 노력을 전개하던 중 1949년 6월 26일, 경교장에서 대한민국 육군 소위며, 주한미군방첩대(CIC) 요원인 안두희의 흉탄에 맞아 서거했다.

▲ 지상 2층 : 김구 선생이 평상시 공무를 보거나 접견 장소로 사용되던 거실(집무실), 1949년 6월 26일 대한민국 육군소위며, 주한미군방첩대(CIC)요원인 안두희의 흉탄에 맞아 서거한 곳이다. 특히 2층 창문에는 총알이 유리창을 뚫고 지나간 흔적까지 그대로 복원돼 있다.

이후 경교장은 중화민국 대사관저, 월남대사관 등으로 사용되다가 1967년부터 병원시설(고려병원, 현 강북삼성병원)로 쓰였고, 이때부터 건물 내·외부가 개조돼 그 원형이 변형됐다. 이후 각계에서 줄기차게 경교장 복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2001년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129호 지정, 2005년 국가 사적(제465호)으로 승격된 이후 서울시와 삼성병원이 협의해 2010년부터 본격 복원 작업이 시작됐다. 하지만 병원 기반 시설 등으로 인해 완벽히 복원되지 못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토지 396㎡, 건물 1동(지하1층·지상2층/총면적 945㎡) 규모의 경교장 지상 1층에는 국무위원회 등 임시정부 회의가 열렸던 응접실과 대외홍보를 담당했던 선전부 활동공간, 귀빈식당 등이 복원돼 있다. 2층에는 집무실과 침실, 임정요인 숙소, 욕실, 서재 등이 있고, 특히 집무실 복도 창문에 서거 당시의 총탄 자국을 재현해 놓았다.

▲ 지하 1층 전시실에는 김구 선생이 안두희의 저격을 받아 서거할 당시 입고 있었던 저고리와 바지가 전시돼 있다.

보일러실과 부엌으로 썼던 지하 1층은 임시정부 역사를 조망하는 전시공간으로 탈바꿈 됐다. 김구 선생이 서거할 당시 입었던 혈의와 ‘백범일지’ 초간본, 북한 내 비밀조직원들이 김구 선생과 이승만에게 북한 동향을 보고했던 속옷 밀서 등이 전시돼 있다.

▲ 김구 선생의 유묵, '신기독'(愼其獨, 홀로 있을 때에도 자신을 삼가다), 김구 선생 인장(印章)과 백범일지 친필 서명본(오른쪽 위), 속옷밀서(왼쪽 아래), 경교장 전경(오른쪽 아래).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 복원으로 경교장 건물 복원은 마무리됐지만, 경교장 서측과 북측은 강북삼성병원과 직접 연결돼 있고, 정원 등은 병원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어 이번 복원에서는 제외돼, 이 부분에 대한 복원 검토는 향후 과제로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고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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