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백조의 우아한 매력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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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백조의 우아한 매력에 빠지다
  • 박정연 재외기자
  • 승인 2012.11.26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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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발레단, 한-캄 재수교 15주년 기념 갈라공연

백조들의 황홀하고 아름다운 매력에 캄보디아가 흠뻑 빠졌다.

차이코프스키의 발레작 ‘백조의 호수’의 처연하리만큼 아름다운 음악이 퍼지는 가운데 짜토묵 국립극장 500여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은 숨을 죽이며 무아지경에 빠져들었다.

아름다운 자태의 12백조들이 펼치는 환상의 백색 군무는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 눈을 한시 돌릴 틈도, 숨조차 멈출 정도로 극한 전율이 피부에 와 닿았다.

▲ 국립발레단 캄보디아 갈라공연 포스터(왼쪽), 국립발레단 최태지 단장 겸 예술감독(오른쪽 위), 발레작품 '돈키호테'의 한 장면(오른쪽 아래)[사진제공: 국립발레단]

때론 부드럽게, 때론 격정적으로 인간의 감정을 몸으로 섬세하게 표현. ‘발레라는 것이 이런 거구나’, 객석에선 연이어 탄성이 쏟아졌다. 인간의 육체가 만들어낸 위대한 예술작품에, 조명이 꺼지고 막이 내릴 때마다 박수와 함께 ‘브라보’라는 찬사가 객석에서 터졌다.

작품 ‘돈키호테’중 키트리(김기완)와 바질(김리회)가 등장하고 둘이 영원히 잘 살 것을 만인 앞에서 맹세하는 그랑 파드두(2인무)를 시작으로, 2001년 동양권에서는 최초로 국립발레단이 예술의 전당에서 초연, ‘한국발레의 장(章)을 연 작품’이란 극찬을 받은 ‘스파르타쿠스’와 ‘고집쟁이 딸’, 창작극 ‘왕자 호동’ 등 주옥같은 작품들이 연달아 무대 위에 선을 보였다.

특히, ‘스파르타쿠스’의 발레리노 정영재가 펼친 고난이도의 격정적인 리프트는 “인간의 육체는 신이 만들었지만, 발레는 인간이 만들었다”는 자부심을 느낄 만큼 감동적인 갈라 무대를 연출했다.

이번 공연은 문화의 불모지인 캄보디아에서는 과거 70년대 ‘킬링필드’ 이후 최초로 열리는 발레공연.

이날 관객 중 일부 유럽 국가출신의 외교관들을 제외하곤 발레를 처음 접하는 이들이 대부분. 영화나 사진속에서 발레를 보아 온 현지관객들은 황홀하리 만큼 아름다운 발레작품을 직접 눈으로 봤다는 사실이 믿지 않는 듯 한 표정들이었다.

막이 오르자, 난생 처음 접하는 발레공연이라 낯설고 어색해 한 것도 잠시. 중반을 넘어서며 관객들은 익숙함을 넘어서, 함께 호흡하고, 함께 느끼기 시작했다. 박수와 환호성도 막이 끝날 때마다 더욱 커져갔다.

지은 지 50여년이 넘는 차토묵 국립극장의 열악한 음향시설도, 막조차 없는 낡고 초라한 무대와 조명도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프놈펜 메콩강변에 위치한 짜토묵 국립극장에서 24~25일 양일간 대한민국 국립발레단이 펼친 감동의 무대는 한-캄 재수교 1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주 캄보디아 대사관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리셉션을 겸한 24일 첫날 공연은 주재국 외교관들과 현지 정부고위관료들, 그 가족들로 공연시작 1시간 전부터 1층 로비는 문전성시를 이뤘다.

박광복 한인회장과 강남식 한국경제인협의회 회장 등 교민단체장들도 대사관의 초청을 받아 공연을 감상했다.

김한수 주 캄보디아 대사는 “발레의 본고장, 프랑스와 러시아대사가 칭찬할 만큼 좋은 무대였다”며 “한국의 클래식 문화의 수준을 알리게 된 매우 뜻 깊은 날”이라고 말했다.

최태지 단장은 “1962년 발족한 국립발레단의 지난 반세기 역사는 유럽 발레단을 쫓아가고자 열심히 달려온 것이었다면, 앞으로의 반세기는 누군가에게 본이 되고 가르치는 역할도 수행해야 한다”며, “국립발레단이 이런 위치에 선 사실이 기쁘고 감사하다”고, 공연을 마친 후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소감을 밝혔다.

[글·사진 : 박정연 재외기자(캄보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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