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아 초청잔치에 미시간 한인사회 총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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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아 초청잔치에 미시간 한인사회 총출동
  • 주간미시간=김택용 기자
  • 승인 2010.03.30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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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아들이 정성을 다해 색칠한 태극기는 이 아이들을 떠나보낸 미안함에 부끄러워 홍조를 띠었다.
한미문화교류(이하 KACE : Korean American Cultural Exchange)가 지난 28일 미시간 지역 한국 입양아들을 초청해 한국의 문화를 가르쳤다.

올 해로 8회째를 맞는 입양아 초청 구정 잔치에는 미시간 한인 사회가 총 출동했다. 미시간 문화회관, 미시간 상공회의소, 미시간 뷰티서플라이협회, 미시간 세탁인협회, 미시간 평통 분회, 세종학교, 재미한미여성회와 같은 한인 사회 직능 단체들이 후원금을 보내왔으며 DTE 에너지, 코메리카 은행, 53 은행, 글로벌 어린이 재단, 디트로이트 한인 연합감리교회와 디트로이트 무역관도 기부금으로 도움을 주었다.

특히 이화여대 동창회(회장 : 오미령)와 수도여자고등학교 동창회도 사진촬영 용 한복을 수거하고 수정과 식혜 등 전통 음료를 만드는 등 적극적으로 참여해 큰 도움을 주었다. 앤아버 서울가든도 한국 음식을 실비로 제공해 주었다.

행사 1시간 전부터 문화회관에 도착한 자원봉사자들은 행사에 필요한 준비를 하느라 분주했다. 수백벌이나 되는 한복을 나르고 입양아들이 마실 음료수도 몇 박스씩 실어 날랐다. 봄비로 인해 싸늘한 날씨였지만 열심히 일하다 보니 온도가 많이 떨어져 있던 문화회관도 금새 따뜻해 졌다.

1시가 되자 양부모들이 입양아들의 손을 잡고 하나 둘씩 문화회관에 도착했다. 1년새 부쩍 자란 낯익은 어린이들의 얼굴을 보며 관계자들은 얼싸 안았다. 몇년전만해도 엄마 품에 안겨 떨어지지 않으려고 울기만하던 어린이들이 이제는 의젓하게 걸어서 등장했다.

얼굴에도 미소가 만연하다. 올해는 특히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어린이들이 많아 인상깊었다. 인터넷을 뒤져 한국에 있는 한복점들과 연락을해서 구입했다고 한다. 외국인으로서 한국에있는 한복을 산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아이들에게 한복을 입히고 싶은 어머니들에게 불가능은 없었다.

1부 사회는 입양아 출신이자 전 미시간 주 하원위원인 훈영 합굿이 맡았다. 어린 아이들에게는 하원위원 출신이라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어보이지만 훈영 합굿은 미시간에 사는 모든 한국 입양아들에게 본보기가 된다. 입양아로 찾은 미국이지만 성인이 되어 미국 커뮤니티를 위해 정치가의 길을 선택한 그는 공익을 위한 봉사자가 되기를 희망했다. 부모를 떠난 외로움과 부족한 마음을 채워넣기 위해서라도 달라고만 해야 할 것 같은 그였지만 사회를 위해 줄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정신을 같게되었다. 이런 정신을 후배 입양아들도 배웠으면 좋겠다.

올해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한국 문화를 즐길 수 있었다. 세종학교 언니 누나들이 장구춤을 선보인 후 어린이들이 직접 장구를 쳐 볼 수 있는 기회도 주었다. 북채를 쥐고 한참 동안 북을 두드리는 입양아들은 핏속에 녹아 있는 한국적인 가락이 낯설지 만은 않은 모양이다. 옆방에서는 김병준 미시간 평통 분회장이 준비한 젓가락 콘테스트가 열렸다. 젓가락으로 동그란 캔디를 집는 것이 쉽지는 않아 웃음을 자아냈다. 샘 인로즈, 앤디 피숴, 로나 플라워데이가 각각 1,2,3 등을 차지해 트로피를 탔다.

가장 인기를 끌었던 코너는 <한복 체험> 코너였다. 디트로이트 한인 연합장로교회, 디트로이트 한인 연합감리교회, 성김대건 성당의 교인들로부터 도네이션을 받은 한복들을 재미한미여성회 조미희 회장이 플린트에 있는 한인 경영 프로 클리너들( 홍순주, 이충훈, 이승태 )의 도움을 받아 깨끗히 드라이 클리닝까지 해서 준비했다. 행사 당일에는 코메리카 은행의 제시카 위오스카우스키씨가 조미희 회장과 손발을 맞추었다. 입양아들과 양부모들은 한인들이 기부한 한복을 입고 가족 사진을 찍었다. 또 마음에 드는 한복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도 있었다.

매년 멀리 랜싱에서 참가하는 캐이씨 씨는 올해도 입양아들을 위해 태극기, 한국 탈 색칠하기 코너를 준비했다. 한국인의 세심한 손동작이 남아있는 입양아들은 복잡해 보이는 태극기도 척척 색칠해 냈다. 입양아들이 정성을 다해 색칠한 태극기는 이 아이들을 떠나보낸 미안함에 부끄러워 홍조를 띠었다. 자신의 이름을 한글로 써달라는 아이들과 부모들도 있었다.

세종학교 김선미 교장이 한국 전래동화를 영어로 들려주었고 최원옥, 홍주리, 장채원, 최지우 등 세종학교 학생들은 동생들과 윷놀이, 제기차기를 하면서 함께 놀아주었다. 벤 윤 등 세종학교 학생들은 입양아들을 위한 <친구 클럽>을 만들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이들은 매주 금요일 5시부터 한시간 동안 블룸필드 타운쉽 도서관에서 입양아 동생들을 위해 한국어 공부나 숙제를 돌봐주고 있다. 이 모임은 입양아는 물론 한국적인 것을 배우기를 원하는 한국계 2세 3세 어린이들에게 오픈되어 있다. 영화도 보고 한국 음식 만들기도 체험해보도 공부 뿐만이 아니고 재미있는 특별 활동까지도 계획하고 있다.

한국 입양아의 어머니인 젠 힐징거씨와 미시간 주 아태 자문위원장인 박혜숙 씨가 공동위원장이 되어 본 행사를 준비해 왔다. 연초부터 준비위원회를 만들어 준비작업에 들어갔으며 미시간 지역 한인 단체들이 좋은 취지에 화답하면서 협조의 분위기가 고조되었다.

여러 한인 단체들과 뜻있는 독지가들이 나서서 4천 달러의 기금을 마련해 전달했다. 매년 150명이상이 참가하던 입양아들이 불경기로 인해 올해는 120여명으로 줄었다. 참가하고 싶은데 참가비 걱정에 마음을 접는 사람들도 있었다. 무료로 하고 싶어도 참가하는 부모들이 원치 않았다.

아이들에게 한국을 가르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마련해 준것만도 고마운데 공짜로 참가할 수는 없다는 뜻을 전해와 매년 성인의 경우 $15, 어린이는 $5씩을 받는다. 가족이 많다보면 그것조자 부담스럽기 마련이다. 그래서 준비위측은 정 어려운 가정을 위해서는 준비위측에서 부담하겠다면 초청하기도 했다. 이 행사가 좋아 멀리 플린트, 그랜트 래피즈에서도 참가한 가정들도 있었다.

한국에서 데려온 자녀들에게 한국을 가르치기 위해 이렇게 열심을 다하는 양부모들에게 이제는 더 이상 양부모라는 단어를 쓰기가 미안하기만 하다. 또 우리와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이 아이들을 금지옥엽처럼 키우는 미국 부모들에게 오늘도 우리는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가슴으로 전했다. 한국이 낳고 미국이 키우는 어린 꼬마들이 부쩍 자란 모습에 KACE 회원들을 올해도 고마운 마음으로 행사를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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