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동포 경험을 다문화 교훈으로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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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동포 경험을 다문화 교훈으로 삼아야”
  • 이석호 기자
  • 승인 2010.03.30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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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차 재외동포포럼
지난 25일 방송통신대에서 개최된 ‘2010년 제9차 재외동포포럼’에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가 연사로 나섰다. 윤 교수는 ‘코리안 디아스포라와 다문화’를 주제로 발제를 진행했다. 다음은 그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편집자 주>

한국사회의 주요 트렌드 중 하나는 단연 다문화일 것이다.

법무부, 여성부, 교육부, 문체부 등 정부 부처들은 앞 다퉈 다문화정책을 발표하면서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다문화연구 열풍’이라고 불릴 만큼 각처에서 다문화연구센터가 설립되고 다문화를 주제로 한 학위논문들이 급증하고 있다.

한편 이러한 다문화 열풍과는 반대로 다문화에 대한 한국사회의 관심에도 불구하고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다문화의 본질을 제대로 바라보는 자기성찰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그리고 개념 정의뿐만 아니라 다문화집단의 ‘범주’에 대한 상이한 해석이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다문화교육을 전공하는 연구자들은 대체로 북한이탈 주민을 다문화교육의 대상으로 본다.

하지만 북한이탈주민들을 지원하는 민간단체들은 “어떻게 외국인 이주노동자들, 결혼이민자들과 북한이탈주민들을 동일시할 수 있는가”하고 반대의사를 보인다. 또한 국내에 체류하는 재외동포의 존재는 다문화 담론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90일 이상 장기체류하는 외국인 110만명 중 조선족 동포는 40%에 달한다. 조선족동포는 전체 외국인 이주노동자의 56%, 결혼이민자의 28%, 국적취득자의 58%, 외국인주민 자녀의 17%를 차지한다. 뿐만 아니라 노동, 결혼, 주거, 소비 등 내국민과 밀접하게 한국사회에 영향력을 미친다. 이러한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다문화 담론에서는 재외동포가 빠져있다.

미국, 일본, 중국 등에 거주하는 재외동포의 경험은 다문화연구와 정책개발에 심도 있게 연구될 가치가 있다. 170여 국에 거주하는 재외동포는 다문화사회로 진입하는 한국이 벤치마킹할 대상이다.

재외동포는 오랫동안 다인종·다문화사회에서 상이한 문화집단들과 공존하는 방법을 체득한 사람들이다. 조선족동포는 중국에서 민족문화와 정체성을 온전히 지켜왔다. 재일동포들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차별철폐운동과 민족교육 운동을 줄기차게 전개했다.

재미동포는 주류사회에 적극 참여하여 높은 사회경제적 지위를 향유하고 있다. 지금 한국에서 재미동포 출신 연예인들은 미국의 대중문화와 한국 대중문화를 결합한 ‘한국식 랩’을 만들었고, 미국에서 한국인 디자이너들은 한국의 미를 서양 패션에 접목시켜 패션계를 주도하고 있지 않은가.

재외동포의 디아스포라와 성공의 경험을 다문화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반성과 분발의 교훈으로 삼아야한다.

‘조용한 아침의 나라’ ‘은자의 왕국’으로 불리던 한국인들이 19세기 중엽부터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 만주와 연해주로 떠나면서 시작된 디아스포라의 역사는 1세기 반이 지났다. 이들의 경험을 다문화연구에 접목시켜야한다.

미국, 멕시코, 일본, 아르헨티나, 브라질, 독일 등 거의 전 세계로 퍼져나가 역경을 딛고 뿌리를 내리며 살고 있는 것은 우리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다.

우리 동포가 외국에서 이민자로, 소수자로 또는 불법체류자로 부당한 대우를 받을 때 우리들이 가슴아파하고 분노하듯 국내 외국인 이주노동자, 결혼이민자, 다문화가족 자녀가 피부가 다르다는 이유로 또흔 한국어가 서툴다는 이유로 무시하고 차별받는 것에 대해 부끄러워해야 한다.

역지사지(易地思之). 이는 한국사회의 실제적 구성원인 외국인과 이주민을 인간적으로 대우하고 보호할 수 있는 논리이다. 지금까지 국내의 다문화연구는 주로 캐나다, 호주, 일본 등지의 다문화정책을 소개하고 한국적 상황에 적합한 다문화주의 모델을 찾는 데 치중했다. 재외동포의 경험을 연구하고 참고하는 데 관심을 갖지 못했다.

앞으로 재외동포의 디아스포라와 다문화경험을 보다 심도 있게 연구해서 한국의 다문화연구의 지평을 넓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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