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라도 더 배워 아이들 가르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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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라도 더 배워 아이들 가르칠래요”
  • 최선미 기자
  • 승인 2009.08.10 1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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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관기 / 2009 재외동포교육 국제학술대회


지난 3일 공주대 신관캠퍼스 백제교육문화관은 각국에서 온 한인 교육자들로 붐볐다. 건물 로비 한쪽에는 한글기초 교재가 전시돼 있고 선생들을 안내하는 대학생들의 티셔츠에 ‘함께 가요! 우리학교’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전세계 40개국 300여명의 재외동포 교육자들이 ‘2009 재외동포교육 국제학술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공주로 모인 것.

교육과학기술부가 주관하고 재외동포교육진흥재단이 주최한 이 대회에는 참가자들이 5박 6일간 이곳에 머물면서 한국어 교수법과 우리 문화를 익힌다.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오래된 한글학교에서 왔어요. 수도인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북쪽으로 1천km가 넘게 떨어진 뚜꾸만이라는 도시의 한글학교인데 올해 개교 15주년 기념행사도 했습니다. 이 대회 프로그램에는 처음 참여하는 거라 기대가 커요.”

박임호 뚜꾸만 한글학교 선생의 말이다. 그는 첫날인 3일 저녁 학생생활관 1층 식당에서 오리엔테이션을 마친 후 이렇게 이야기했다.

“독일 마인츠에서 왔어요. 마인츠에 있는 구텐베르크박물관 한국관에서 한글을 소개하는 자원봉사를 하고 있죠. 유럽 각국에서 온 관람객들에게 24개의 한글 자음과 모음의 조합이 매우 과학적이고 쉽기 때문에 한국의 문맹률이 낮다고 말하곤 합니다.”

파독간호사 출신의 문정균 재독한글학교협의회 자문위원은 이번 대회 프로그램을 통해 박물관 관람객들에게 한글과 한국문화를 더 쉽고 재미 있게 알릴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이번 대회의 주제는 ‘변혁의 시대, 재외동포 교육자의 역할’입니다. 여러분이야말로 변혁의 시대 지구촌 곳곳에서 진정으로 대한민국을 빛내는 분들이지요.”

다음날인 4일 오전 백제교육문화관 컨벤션홀에 모인 교육자들 앞에서 서영훈 재외동포교육진흥재단 이사장이 본격적인 대회의 시작을 알렸다.

“올해 여름 공주대에서 11개 프로그램에 1천300여명의 재외동포들이 참여했어요. 동포들의 산 경험이 하나의 교육콘텐츠라고 생각합니다.”

김재현 국립 공주대학교 총장도 축사를 통해 교육자들을 반겼다.

이날 개회식에는 이완구 충청남도지사와 심대평 자유선진당 대표 최고위원, 재단 상임대표인 윤경로 전 한성대 총장, 공동대표인 박갑수 서울대 명예교수, 이광규 전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한상진 서울대 교수, 박희양 상임이사 등이 자리를 함께 했다.

개회식에 이어 권태준 서울대 명예교수의 기조강연에 참가했던 교육자들은 점심을 먹고 다시 백제교육문화관에 모였다. 한국어교수법 워크숍이 시작된 것.

“세종대왕이 처음 한글을 만들었을 때 자음이 모두 몇자였을까요?”

입문반 김선정 계명대 교수의 물음에 교실에 모인 교육자 50여명이 “17자”라고 자신 있게 대답한다.

“한글 모음의 기본자인 ‘ㅡ’는 땅이 만물을 받치고 있는 것처럼 ‘자음’을 받칩니다.”

이번에는 김 교수의 설명에 선생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입문반 옆 교실에서는 초급반과 중급반 그리고 고급반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교사가 학생에게서 최적의 대답을 이끌어내기 위해 기다려야 하는 시간은 얼마일까요?”, “요즘 존댓말에서 하오와 하게는 잘 사용하지 않아요.”, “수업시간에 본인소개를 하기 싫어하는 학생들에게는 좋아하는 한국연예인 소개를 시켜보세요.”

이정희 경희대 교수, 이해영 이화여대 교수, 김재욱 한국외국어대 교수 등 전문가들의 수준별 강의에 교육자들이 몰입한다.

“대회에 처음 왔는데 한 분과만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아쉬울 정도예요.”

뉴질랜드에서 온 김덕례 오클랜드 한민족학교 선생의 말이다.

김무선 멕시코 유카탄 무지개한글학교 교장도 “지난해 대회 때보다 내용이 알차다”며 만족을 표했다.

워크숍 시간이 끝나고 교육자들이 각 층과 근처의 무용관 건물로 흩어진다. 우리문화배우기 시간이다.

장구, 민요, 유아무용, 전래와 창작동화, 종이접기, 전래놀이 등 선택과목도 다양하다.

참여자가 가장 많은 과목은 장구 배우기로 장구채가 부족할 정도. 무용관 창으로 들어오는 강한 햇살에 땀을 흘리면서도 교육자들은 웃으며 장구를 두드린다.

“장단이 정말 신나죠. 장구를 기증받았는데 연주 방법을 잘 몰랐어요. 이번 대회기간 동안 많이 배워가서 아이들에게 가르쳐 줄거에요.”

라오스 비엔티안 한글학교의 이순아 선생이 말했다.

공주대에 모인 각국 재외동포 교육자들은 지난 8일 폐회식까지 오전에는 특강을 듣고 오후에는 워크숍에 참여하면서 우리말을 가르치는 방법을 배우고 우리 문화를 익혔다. 저녁에는 그룹모임을 통해 정보와 친분을 나눴다.

이밖에도 이들은 공주시 ‘중동초등학교’ 수업에 참관하고 ‘공주 5일장’과 무령왕릉 등 백제문화유적을 답사하는 시간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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