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헤세가 말하는 행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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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헤세가 말하는 행복은…
  • 이석호 기자
  • 승인 2009.06.08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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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의 「행복」

“불현듯 당신들 주위의 공기, 잠과 일 사이에서 당신들에게 베풀어진 신선한 아침의 입김을 감지하게 될 것이다. 모든 날이 특별한 날임을 발견할 것이며 지붕의 합각머리도 새롭게 보일 것이다”(작은 기쁨 중에서)

20세기 독일문학 거장 헤르만 헤세는 행복을 어떻게 말할까. 헤세의 작품과 편지, 시, 일기에서 행복이란 주제를 모아 시대별로 엮은 책, 「행복」(오희천 옮김, 종문화사)에서 그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성급한 사람이라면 책장을 금방 덮을 수가 있다. 이 책에서 행복에 관해 직접적으로 한마디로 정의하는 장면을 발견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헤세는 행복이 어디에 있는지도 말하지 않으며,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는지는 더더욱 알려주지 않는다.

단지 여행을 하고 음악을 듣고 수채화를 그린다. 알프스의 잔디밭에 누워 흘러가는 구름과 잔잔한 호숫가에 앉아 미풍에 이는 잔물결을 바라본다. 헤세는 지극히 일상적인 일들에 대해 말할 뿐이다.

그러나 그의 수필을 읽다보면 어느덧 마음이 편해지고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되며, 행복해지는 것을 느낄 것이다.

1877년 독일 뷔르템베르크의 칼프에서 태어난 헤르만 헤세는 1946년 노벨문학상과 괴테상을 동시에 수상했다.

이 수필집은 헤세가 등단했던 22세부터 그가 죽기 전인 85세까지의 작품 중 ‘행복’과 관련된 주제의 글을 모아 후대 출판인들이 엮은 것이다.

「데미안」, 「유리알 유희」, 「수레바퀴 아래서」 등에서 주옥같은 글을 남긴 헤세의 소설의 특징은 한 인간의 삶을 가장 중심이 되는 부분부터 풀어간다는 것이다. 인간 외면의 삶보다 내면세계에 중심을 두고 있다.

에세이 「행복」에서도 행복이 자신을 찾는 구도자의 자세를 띠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헤세는 자연과 인간, 인간과 사회라는 범주에서 흐르는 내면의 조화를 중요시한다.

“모든 소원을 포기할 때 비로소 / 그대의 목적이 아직 욕망으로 변하지 않을 때 비로소 / 행복을 더 이상 이름으로 부르지 않을 때 / 그때 비로소 더 이상 그대의 가슴에 / 풍파가 일지 않고 / 그대 영혼이 쉼을 얻으리라”(‘행복의 노래’ 중에서)

그는 현대인들의 조급한 삶이 행복에 악영향을 끼쳤다고 보고 있다. 그 결과 오락은 점점 많아지지만 기쁨은 점점 작아진다고 말한다.

‘행복에 관한 헤세의 단상들’이라는 부록에서는 행복에 대한 주제를 담은 글들을 함께 모은 것이 눈을 끈다.
그는 여기에서 “행복은 사랑이다. 그 밖의 어떤 다른 것도 아니며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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