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자부심은 ‘민족교육’에서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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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자부심은 ‘민족교육’에서 나와”
  • 최선미 기자
  • 승인 2009.06.08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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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로 재외동포교육진흥재단 상임대표

“도산과 백범은 한민족의 롤모델”

▲ 윤경로 재외동포교육진흥재단 상임대표.
“5대양 6대주 곳곳에 살고 있는 한민족 후예들은 우리 민족에게 귀한 ‘구슬’입니다. 구슬도 꿰어야 보배죠. 동포들이 고국에 가진 애정과 관심을 잘 묶어주고 한인 2,3세들이 ‘한국인’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도록 민족교육을 지원해야 합니다.”

한성대 총장 임기를 올해 2월 마치고 최근 차세대 교육에 더욱 힘쓰고 있는 윤경로(62) 재외동포교육진흥재단 상임대표는 ‘뿌리 교육’을 강조한다.

지난달 22일 마포구 상수동의 재단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한성대에서 20년 넘게 한국근현대사를 가르쳐온 역사학자로서 언어와 문화의 힘을 잘 알고 있었다.

“지난 100여년간 한국 근현대사는 좌절과 공백(일제강점기) 그리고 민족분단으로 이어지는 비극의 역사였습니다. 이런 한국이 싫어서 많은 사람들이 태평양을 건너기도 했죠. 2002년 한일월드컵 대회를 본 해외동포들의 반응이 ‘한국인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게 되었다’인데 이를 뒤집으면 ‘그동안 한국인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윤 상임대표는 우리민족의 ‘남다른 역사’와 ‘민족적 콤플렉스’를 말하면서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달라졌지만 과거 이민 1세대들이 한민족의 자긍심과 정체성을 자식들에게 가르치는 일에 적극적이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모국에 대한 열등의식과 ‘혼란스러운’ 정체성 문제에 빠지지 않으려면 오히려 뿌리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

윤 상임대표의 이러한 소신은 2002년 당시 서영훈 적십자사 총재를 비롯해 한민족 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에 공감한 이들이 재외동포교육진흥재단을 설립할 때 참여하는 계기가 된다.

“해외에서 한글과 한국문화를 가르치는 선생님들을 민간차원에서나마 지원하게 된 거죠. 개인시간을 쪼개 헌신적으로 봉사하는 이들이 ‘어떻게 가르쳐야할 지’ 고민하고, 교재가 없어 안타까워 하는 것까지 방관할 수는 없었습니다.”

재외동포 교육자들에게 한글학교 교과서를 배포하고 ‘만남의 장’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 윤 상임대표의 말이다.

“매년 여름이면 재외동포교사를 대상으로 국제학술대회를 엽니다. 많이 참여할 경우 40여개국 300명에 이르죠. 올해도 8월 3일부터 5일간 충남 공주대학교에서 진행할 예정입니다.”

올해 대회의 주제는 ‘변혁의 시대, 재외 동포 교육자의 역할’이다. 대회 프로그램은 현장에서 한글과 한국문화를 가르치는 교사들이 전문성을 기를 수 있도록 특강과 워크숍, 우리문화를 배우는 시간 등으로 구성되고 올해 다시 개통한 재단 홈페이지를 통해서 관련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90년대 초 몸담고 있던 경실련 주도로 ‘세계한민족청년대회’에 참여한 적이 있어요. 그때가 LA폭동 직후입니다. 미주이민 1세대 지도자였던 도산 안창호 선생을 ‘롤 모델’로 삼아 당시 재미동포들의 정체성을 하나로 묶는 방안을 논의했죠.”

윤 상임대표는 처음 동포문제에 눈을 뜨게 된 시점을 회상하면서 사람을 키우는 일에 승부를 걸어야한다고 재차 말한다.

“우리 민족은 가진 것이 사람 밖에 없습니다. 따지고 보면 사람만큼 중요한 자원과 자본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자본 중에 가장 큰 자본이 ‘신용’이라는 점을 간파한 도산 선생과 ‘문화 민족’으로서 우리 민족을 이야기한 백범 선생을 롤 모델 삼아 한민족의 정체성을 이어가야 합니다.”

한민족의 앞날을 고민하는 윤 상임대표가 재외동포 차세대 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윤경로 상임대표는 1947년 경기 양주 출생으로 1974년 고려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석, 박사 과정을 마쳤다. 1981년부터 한성대 역사문화학부 교수로 재직중이고 지난 2005년부터 올해 2월까지 한성대 총장을 역임했다.

또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 위원장,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소장, 도산학회 회장,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중앙위원회 의장, 서울YMCA 운영위원 등 사회단체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주요저서로는 <한국 근현대사의 성찰과 고백>, <한국 근대사의 기독교사적 이해>, <안창호일대기>, <새문안교회100년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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