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한인 울린 ‘이철수 사건’ 담아
상태바
재미한인 울린 ‘이철수 사건’ 담아
  • 이광규
  • 승인 2009.04.17 21: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재건 저 「함께 부르는 노래」

유재건 변호사의 저서 “함께 부르는 노래”가 나왔다. 이것은 미국의 1970년대 이철수 사건을 소개한 책이다. 우리 재외동포 역사상 잊을 수 없는 개인 사건으로 둘을 들 수 있다.

하나는 미국의 이철수 사건이고, 하나는 일본의 김희로 사건이다. 재일동포 김희로는 일본인의 차별과 편견에 대항하여 인질극을 벌였다. 그는 일본인 경찰서장에게 한국인을 박해하고 부당하게 취급한 것이 잘못이라는 사과의 말을 듣기 위해 여관에서 일본인 투숙객을 볼모로 인질극을 벌이다가 체포돼 종신 징역을 선고받아 복역 중 한국 여인과 서신교환으로 결혼을 했다. 김희로 사건은 한국에 많이 알려져 있다.

미국의 이철수 사건은 재미동포의 애환을 대변하는 사건이다. 이철수 어머니는 1960년대 무작정 상경하여 서울역에서 제비족에게 유혹을 받아 여관방에서 하루를 묵고, 어느 집에 식모로 팔려갔다. 몇 개월 후 임신한 것을 알고 결국 시골집에 가서 이철수를 낳았다. 다시 서울에 와 미군 부대에서 일을 하다 미군과 결혼하여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이철수의 어머니는 지구상에 유일한 핏줄인 이철수를 미국으로 초청하여 학교에 보냈다 그러나 철수는 말도 잘 못하고 생전 처음 다니는 학교에서 자기를 놀리는 학생을 때리다가 선생에게 발각되어 퇴학을 맞는다.

학교를 간다고 집을 나와 공원에서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오던 그는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어 자전거를 훔쳐 타고 무조건 북으로 달렸다. 하루 종일 자전거를 타 지친 철수는 자전거를 잡혀 빵을 사먹으려 했으나 자전거방 주인이 경찰서에 신고를 했기 때문에 경찰에 잡혀 절도죄로 감옥에 들어가게 됐다.

이후 시내에서 사건만 나면 경찰은 이철수를 잡아가 철수는 감옥을 자기 집 같이 드나들게 됐다. 철수가 성장해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 근방에서 여자 친구와 식사를 할 때 차이나타운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이철수가 살인범으로 몰려 감옥에 가게 된다. 철수가 간 감옥은 살인자들만 감금된 곳이었다. 이곳에서 감옥 생활을 하던 어느 날 철수는 자기를 죽이려고 달려드는 미국인과 싸우다 결국 그를 죽이고 말았다. 말하자면 이철수는 2중 살인행위를 한 것이 돼 사형제도가 없는 캘리포니아에서 대표적인 살인자로 몰려 사형을 선고받게 된다.

이철수 사건을 접한 유재건 변호사와 이경원 기자는 철수가 살인자가 아니라는 것을 확신하고 끈질기게 노력해 첫 번째 살인자를 결국 찾아낸다. 그 결과 이철수는 첫번째 살인에서 무죄가 되고, 두 번째 살인은 정당방위라는 것이 증명돼 결국 10년 만에 무죄로 풀려나게 된다.

이 사건은 재판이 진행된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에서의 변호인단의 활약상뿐만 아니라, 이 사건을 계기로 전 미국 거주 한인 동포들이 하나로 단결해 구명운동을 전개, 미국 동포가 처음으로 일치단결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큰 의의를 지닌다. 더 나아가 사건의 전말이 한국에도 전해져 국내에서도 이철수 구명운동이 크게 일어났다. 이철수 사건은 이처럼 국내외의 한국인이 이철수 구명을 위해 하나로 단결했다는 점에서 그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이철수 사건을 직접 담당한 유재건 변호사가 집필한 책의 제목이 “함께 부르는 노래”인 까닭은 전 재미동포가 하나가 됐다는 의미에서 함께 부르는 노래인 것이다. 유변호사는 직접 담당한 사건이기에 누구보다 사건의 전모를 자세히 알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이철수 사건에 대한 사건의 기록으로 사건을 이 책보다 상세하고 정확하게 기술한 기록을 본 적이 없다. 특히 필자 유재건 변호사가 어떻게 30년 전인 1970년대의 사건을 그렇게 정확하게 기록할 수 있는지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재판의 기록은 마치 오늘 진행한 재판을 기록하고 있는 것처럼 상세하다. 변호인단에 참가한 모든 사람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그 신상까지 밝히고 있다. 이철수 후원의 밤 행사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고, 행사에 어떤 사람들이 참가했었는지 참가자 전원을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

새크라멘토에 이어 샌프란시스코, LA, 그리고 뉴욕에서 조직된 이철수 후원회도 언제 어디서 누가 시작해 어떤 회의를 어떻게 진행했다는 식으로 정확하게 내용을 서술하고 있다. 이러한 모든 기록의 정밀함이 놀랍고, 인물에 대한 상세한 묘사가 섬세하다. 행사나 사건에 대해서는 마치 그 일들이 어제 발생한 것처럼 생생하고 정확하게 기록하고 있다.

“함께 부르는 노래”는 하나의 사건에 대한 기록이고 정확한 다큐멘터리이지만 아름다운 문장이나 서술방식, 내용의 전개로 보아 기가 막힌 문학작품이다. 재미동포 특히 1960년대와 1970년대의 한인 이민생활을 이해하는데, 그리고 1970년대 재미한인 사회를 이해하는데 이보다 더 도움이 되는 책은 없을 것이다. 많은 동포들의 일독을 바란다.                

---------------------------------
서평 / 이광규 재외동포재단 전 이사장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