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한민족이 나아갈 길은 북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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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한민족이 나아갈 길은 북방이다
  • 최선미 기자
  • 승인 2009.03.06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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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하의 역사’를 ‘북상의 역사’로 바꿔야 민족 웅비 가능
2009년 제2차 재외동포포럼 발제 / 이윤기 해외한민족연구소장

“국경 주권 개념 퇴색… 문화·경제적 영토 출현”
“연해주와 연변은 한반도 비상 위한 희망의 땅”

▲ 지난달 24일 열린 재외동포포럼에서 이윤기 해외한민족연구소장(사진 왼쪽 5번째)이 연사로 나서 21세기 한민족의 진로를 제시했다.

21세기에 한민족이 지향할 역사적 제일 과제는 역사 주체로서의 지위를 확보하고 한민족을 통합하는 일이다. 여기서 한민족 통합이란 물리적 힘에 의한 인위적ㆍ지역적 통합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 도처에 산재해 있는 한민족이 민족의식과 민족문화를 승화시켜 그 정체성을 제고하고 공동운명체적 연대감을 인식케 하여 함께 번영을 도모하는 것을 뜻한다.

밖으로 눈을 돌려 향후 한 세기를 조망해보면 시ㆍ공을 초월하는 통신 및 교통수단의 발달과 지역공동체의 형성으로 인해 국경과 주권의 개념은 퇴색하고 생활권 또 문화(민족)권 중심의 새로운 형태의 영역, 이른바 문화적 영토 또는 경제 영역이 출현할 것으로 예견된다. 이 현상은 21세기에 예견되는 인류사의 획기적 변화의 핵이라 할 만하다.

이러한 전망과 아울러 우리의 관심을 끄는 지역은 연변과 연해주다. 두 지역은 고대사로부터 근 현대사에 이르기까지 우리 민족과는 특별한 연고가 있다. 고대에는 고구려와 발해가 한민족의 기상을 떨치고 문화를 꽃피웠으며 근, 현대에는 독립운동의 근거지로서 경제ㆍ사회적 기반을 형성해 독립군을 지원하고 이곳으로 모여든 항일 애국지사들에게 활동 무대를 제공했다.

특히 연해주 신한촌은 해외망명정부가 제일 먼저 세워진 곳으로서 1937년 스탈린에 의해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 당할 때까지 군사, 교육, 문화, 산업, 행정 등 자치 기능까지 수행했다.

연변과 연해주에 대한 상세한 역사적 고찰은 잠깐 접어두고, 현재의 상황을 관찰해 보면 연변은 중국 조선족의 대표적 집거지로서 1952년 조선족 자치주가 성립돼 우리의 문화를 계승하며 한민족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다. 참으로 자랑스런 지역으로 앞으로 우리의 노력 여하에 따라서 한민족 문화영역으로 가꿀 수 있는 충분한 여건을 갖추고 있다.

연해주 또한 면적은 16만 5천 평방㎢ 로서 한반도 전체 면적에 준할 정도이다. 여기에 비해 인구는 불과 220만 밖에 되지 않아 텅 비어 있는 땅이다. 여러 가지 부존자원이 풍부하여 무한한 개발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대륙이다. 러시아는 여러 가지 여건상 연해주 개발에는 여력이 없고 지역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행정력이 제대로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과 중국 등이 연해주 진출을 꾀하고 있으나 러시아는 이에 대해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다. 반면에 한국의 진출에 대해서는 겉으로는 나타내지 않지만 내심으로 환영하는 형편이다. 왜냐하면 향후 한국은 연해주에 진출하더라도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연해주로 진출하여 이 지역을 개발하고 앞으로 한민족의 생활공간을 넓혀야 한다. 혹자는 러시아와의 마찰을 우려할지 모르나 결코 이 점에 구애될 필요가 없다. 연해주를 개발하여 산업을 일으키고 러시아와 공동번영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을 잘 모색하면 마찰을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으며 공생공영을 도모할 수 있다.

이에 대한 모델케이스는 하와이다. 하와이는 일본군의 진주만 공격으로 악연이 있지만 지금 미ㆍ일 간에는 하등의 마찰이나 갈등 없이 공동 번영을 누리고 있다. 하와이는 형식상으로는 미국의 주권 하에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일본 영토가 되어가고 있다. 경제적으로 일본계가 상권을 장악하고 정치적으로도 주지사와 상원의원이 일본계이다. 주의회도 사실상 일본계가 장악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미국과 공동번영을 누리고 있기 때문에 하등의 문제가 제기되지 않는다. 앞으로 세계 여러 곳에 이러한 현상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며 이것이 다민족사회 또는 복합문화시대의 도래를 의미한다.

텅 비어 있는 땅 연해주. 하와이와 같은 모델로 우리의 경제적 영역을 만들 수 있는 희망의 대지다. 이 과정에서 배타적 또는 폐쇄적 민족주의를 내세워서는 결코 안 된다. 주재국의 시민으로 잘 적응하고 융합하면서 의식의 내면에서 “우리는 한민족이다”라는 긍지를 가지고 정체성만 견지하면 되는 것이다.

가령 연변이나 연해주에 집거하고 있는 한민족이 국제법상으로 그 나라 국적을 가지고 있더라도 조국과 유대가 강화되고 한민족의 문화를 간직하여 정신적으로 한민족임을 인식하고 있으면 그들이 집거하고 있는 지역은 사실상 우리의 문화영역이며 경제영역이 되는 것이다. 연변도 이러한 개념에서 우리의 문화영역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 접근 방법을 문화적 경제적 측면에서 출발해야 한다. 전근대적 군사적 접근방법은 절대금물이다. 앞으로 모든 나라는 문화와 경제 두 바퀴에 의해 운영된다. 국력을 평가함에 있어서도 군사력보다 경제력과 문화력이 우선한다는 것이 미래학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우리나라는 옛날, 몽골 또는 시베리아로부터 남하의 역사를 창조해왔다. 이제 북상의 역사를 창조할 때다. 발해 멸망 후 천 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발해의 고토 연해주로 진출해 뜻을 심고 씨를 뿌려 문화적ㆍ경제적으로 우리의 생활공간을 넓혀 가면 이것이 곧 북상의 역사 창조인 것이다.

------------------------------------- 토 론 -------------------------------------

김봉규 초대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 이 소장님이 말씀하신 부분에 대해서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런데 우리가 반성해야 할 것은 지금 연해주, 또 연변이 우리가 기대하는 만큼의 상황이 안 된다는 것이다. 자본주도 시장 경제가 들어서면서 정부가 나서서 동포들이 부자가 되도록 적극 도와야 한다. 여기 와서 3년만 돈 벌면 중국에 돌아가서 부자가 된다. 그러면 조선족 자치주가 부자가 된다. 조선족 자치주가 강해지면 저절로 중국에서 강한 소수민족이 될 것이다.

도재영 동북아평화연대 공동대표 : 연해주에 대한 애정에 불을 지펴주는 말씀을 들으니까 더욱 뜻이 깊었다. 이번에 재외국민 참정권 허용으로 재외동포에 대한 정치인들과 정부의 관심이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장만기 인간개발연구원장 : 중국이 잘 되야 세계가 잘 된다. 또 중국이 잘 돼야 한국이 잘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국경 중심의 사회가 되어 있지만 나중에 국경이 무너진 사회가 되면 전 세계가 우리의 무대가 되도록 노력했으면 한다.

이용후 한중경제친선교류협회 이사장 : 조선족 동포들이 한국으로 오면서 땅을 포기한 사람들이 많다. 그 땅을 우리동포들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경작할 수 있도록 연구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일남 한중경제친선교류협회 상임이사: 대한민국이 정책 하나만 바꿔 놓으면 우리 동포들도 잘 살 수 있다. 월드컵 당시에 한족은 비자를 주지만 조선족은 퇴짜를 놓았다. 정부가 동포들을 배척하는 정책을 펴는 것 같아 아쉽다.

정랑희 한국외대 강사 : 지난 겨울에 갔을 때 할아버지와 손녀가 조선말로 소통이 안 되는 것을 여러 번 지켜봤다. 학교가 없기 때문인데 중국의 동포들이 우리 문화를 지키고 배울 수 있는 장을 지속적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정리=최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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