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고을의 맥 빠진 정치적 예술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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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고을의 맥 빠진 정치적 예술축제
  • 백기영
  • 승인 2008.10.06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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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비엔날레 참여 작가평

▲ 백기영(본지 칼럼니스트, 커뮤니티 스페이스 리트머스 디렉터)
올 가을 미술계는 다양한 미술행사들로 분주하다. 그 중 벌써 7회를 맞이한 광주 비엔날레는 그동안 신정아 사건을 통해 조직위원회가 대폭 교체 되는 등 위기를 겪었으나, 지난달 5일 무사히 문을 열었다.

당초 아프리카 나이지리아 출신의 오쿠이 엔웨저 감독이 결정되면서 지난 2002년도 카쎌 도큐멘타 11회에서 보여주었던, 정치적 예술의 힘을 다시 확인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연례보고-1년 동안의 전시>라는 기록적 속성의 무맥한 전시로 문을 열 수 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광주 비엔날레의 역사를 돌이켜 볼 때, 전적으로 외국인 감독에게 전시기획의 권한을 위탁한 경우가 없었으나 이번 비엔날레는 신정아 씨의 도중하차로 오쿠이 엔웨저가 전시를 총괄지휘하게 되었다.

지난 카쎌 도큐멘타에서도 오쿠이 감독은 많은 아프리카 출신의 작가들을 대거 기용하였고, 서양인들이 아프리카와 제 3세계 국가들에서 저질렀던 제국주의적 침탈과 식민시대를 살아야 했던 그들의 삶을 보여주는 전시를 기획했었다.

이번 광주 비엔날레에서도 많은 아프리카 출신 작가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이와 같은 그의 정치적 예술의 동반자들이 함께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하지만, 당시에도 지적되었던 것들은 오쿠이 감독이 아프리카에 대해서 보여주는 세심하고 정확한 정치적인 입장에 비하여 아시아나 기타 국가들의 작가들을 선정하는 데에 있어서 소홀하다는 점이었는데, 아시아의 중요한 비엔날레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는 광주 비엔날레에서 보여준 그의 정치적 예술은 피상적이고 파편적인 것이었다.

다만, 지금까지 광주비엔날레에서 볼 수 없었던 큰 변화 중에 하나라면, 대다수 비엔날레가 비엔날레 관에 집중되어 있었던 관례를 깨고 비엔날레관, 시립미술관, 의재미술관, 대인시장, 광주 극장 등 광주 시내 곳곳의 장소를 전시장소로 설정하였다는 것이며, 이 공간들은 독자적인 주제를 가지고 기획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전시 전체는 도시 전체에 존재하며 테마는 산만하게 흩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간의 비엔날레와는 달리, 도시를 따라 이동하고 도시의 삶을 동시에 돌아 볼 수 있도록 한 이 기획은 광주를 보다 깊이 이해하는 데에 도움을 주었다.

대표적인 정치적 예술을 선보였던 독일작가 한스 하케는 이번 비엔날레에서 정치적 예술 작업을 시작하기 이전에 제작했던 <하얀 흐름> 이라는 제목의 작품을 출품했는데, 이 작업은 매우 시적이어서 관람객들의 인기를 독차지 했다. 한스 하케의 예에서처럼, 예술이 정치와 만나기 위해서는 예술이 위치하고 있는 사회의 문맥을 이해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이번 비엔날레를 지나며, 오쿠이 엔웨저 감독에게 전해진 '신정아 사건'에 대한 질문에 그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거나 외면해 버렸다. 그가 비엔날레라는 미술 제도를 통해 한국사회에 던질 수 있는 예술적이거나 정치적인 메시지는 무엇이었는가?

우리는 스스로 질문해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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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비엔날레 '대인시장' 참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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