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한 동포타운, 마작도박장만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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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한 동포타운, 마작도박장만 늘어
  • 이석호 기자
  • 승인 2008.09.26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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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공간 없는 중국동포들, “마작은 대표적 놀이문화” 주장해 갈등

‘중국동포 활동실’ 또는 ‘중국동포 휴게실’ 등으로 불리는 불법 ‘마작도박장’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서울 건대입구를 중심으로 하나, 둘씩 문을 열기 시작한 불법 마작도박장은 올해 들어 가리봉동, 대림동 일대 및 인천과 안산시 등 전국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모습이다.

이처럼 일명 ‘중국동포 활동실’이 전국적으로 퍼지는 데는 방문취업제로 국내에 들어온 중국 동포들의 수가 30만명에 이르면서, 일부 중국동포들이 경제적 기반을 다지며 소자본 창업에 눈을 돌리게 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겨울, 옌볜출신 최애자(가명) 씨가 서울 가리봉동에서 중국동포 활동실을 개업한 사례도 이러한 사회적 흐름으로 볼 수 있다.

1천만원 정도의 자금을 마련한 그는 “적은 자본으로 매달 수천만원의 고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건대주변 활동소에 대해 듣고, 개업을 결심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중국동포들에게 이렇다 할 여가를 즐길 ‘꺼리’가 없는 겨울철은 창업을 하기에 안성맞춤인 계절이기도 했다.

마작을 통해 약간의 돈 내기를 하는 것은 중국에서 일반적인 것으로 인식돼 당시 ‘활동소’를 여는데 큰 망설임이 없었다.

지난 18일 취재 현장에서 만난 최 씨는 시종 “마작을 통해 약간의 돈 내기를 하는 것은 한국에서 알려진 것과 같이 불법도박이 아니고, 바둑이나 화투와 같이 가족이나 친구들끼리 즐기는 단순한 놀이문화”라고 강조하며, 최근 강화되고 있는 단속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이날 중국동포타운에서 만난 중년의 다른 조선족동포 역시 “한국에서도 바둑을 하면 일정 사용료를 받고 있고, 사실상 몇 만원씩 판돈이 오가는 것이 아니냐”면서 ‘마작은 오락거리’라고 주장했다.

최 씨는 약 1년간 중국에서 들여온 자동식 마작기계 4대로 테이블 당 15만원의 사용료와 식사 제공비 3만원을 받고 월 1천500만원 가량의 수익을 내고 있었다.

그에 따르면, 중국동포들은 특별한 약속이 없으면 저녁에 친구들과 함께 저녁을 함께하면서 마작을 즐기며, 특히 공휴일에는 의례적으로 활동소를 찾아 시간을 보낸다. 대게 마작은 한 두 시간만에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정을 넘기기 쉬워서 활동소 내에는 수면용 방을 마련하고 있는 실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수년전 방문취업제로 한국에 들어와 일용직으로 일 하다가 활동소를 포함해 ‘조그만 장사’를 몇 차례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방문취업제로 들어왔지만, 구청에서 사업자등록을 받고 활동소를 운영하기에 전혀 제약이 없었다. 그런 최 씨에게 “방문취업제로 들어온 동포들은 단순 일용직 외 다른 사업을 할 수 없다”고 법규를 설명하자, “정말이냐”고 되물으며 놀랐다.

법규와 관계없이 중국동포타운에서는 방문취업제로 입국한 중국동포들의 국내 사업장 인가가 제재를 받지 않고 허용되고 있는 것.

최 씨는 “많은 동포들이 방문취업제로 들어와 사업자등록을 받아 장사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 사업장을 운영하면서 일부 불법도박에 대해 경고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지역 경찰들이 판돈이 테이블에 놓여 있지 않으면 현장에서 불법행위로 적발할 수 없다고 조언해 주어 그동안 사업 하는 데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는 것이 그의 귀띔이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중국동포들의 도박 관련한 폭행사건에 잇따르고 있다. 더욱이 중국동포들이 ‘휴게실’이라는 명칭을 오용 불법도박을 벌이고 있다는 기사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경찰이 사행성 게임 근절 차원에서 점차 ‘중국동포 활동실’단속 강화 의지를 보이자 사업 전환을 고려하는 곳이 늘고 있다.

최 씨는 “중국에서는 ‘활동실’, ‘휴게실’이라는 명칭이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것이어서 고의로 마작하는 곳을 감추기 위해 활동실이라는 명칭을 사용했던 의도는 아니다”며 “언론도 중국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서운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오히려 그는 “대부분의 중국동포 활동실에서 큰 금액이 오가기는 힘들다”면서 “중국동포들이 국내 사행성 게임에 큰 금액을 탕진하는 것이 더 큰 문제일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국내의 비판여론과 달리 중국동포들에게 활동소는 사행성 게임이 아니라, 여가생활 정도로 여겨지는 경향이 강하다. 또 30만명의 중국동포들과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문화적 이해와 대책 없이 일방적인 단속만 진행할 경우, 근본적인 해결을 기대할 수 없는 미봉책에 불과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가리봉동에만 20여개 도박장이 운영되고, 전국에 수백여개 불법 도박장이 운영 중인 현실에서 “중국동포들이 국내에서 보다 건전하게 여가를 보낼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채 단속만 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는 지적이 귓가에 쟁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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