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동포들, 어디서 치료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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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동포들, 어디서 치료받나?
  • 오재범 기자
  • 승인 2008.09.26 1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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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만 동포 중 6천여명만 모국서 진료… 대다수 현지서 해결

최근 국내 한 일간지에 재외동포가 우리나라에 입국해 약 6만원의 한달치 건강의료보험료를 지불한 뒤 700만원 상당의 혜택을 받았다는 내용의 기사를 게재해 국내 네티즌들의 비난을 산 바 있다.

정말 대다수 재외동포가 우리나라 건강의료보험 혜택만 챙기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인가?

최근 10년 새 한국과의 교역 활성화로 약 100만명의 한국 국적 동포들이 거주하는 중국의 경우, 몸이 많이 아프면 비행기를 타고서가까지 한국에 와 진료를 받는다.

비행시간이 2시간 내외로 국내선 처럼 지리적으로 가까운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우리나라 의료기술이 중국보다 훨씬 발달했기 때문에 한국에 와서 치료를 받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물론 이들 재중 동포들은 건강보험에 가입된 상태이고 보험료도 꼬박꼬박 내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

재중국한국인회 오재승 사무국장은 “베이징에 한국인 의사가 근무하는 전문병원이 있고, 비용 또한 큰 부담이 없어 큰 병 아니면 그냥 이곳에서 치료하고, 크게 아픈 경우에만 한국으로 간다”고 밝혔다.

70만 동포가 살고 있는 일본의 경우, 대부분의 동포들이 일본에서 치료를 받는다. 일본의 의료보험 시스템이 한국과 유사해 의료보험이 잘 운영되고 있으며, 의료수준도 우리나라보다 높기 때문에 굳이 한국까지 오지 않는다.

또 뉴질랜드와 캐나다 동포들도 국가가 부담하는 의료보험이 기본적으로 보장돼 단돈 1원의 의료비 지출이 없다. 현지 법적으로 영주권, 시민권을 가진 동포들이 모두 의료보험 혜택을 받고 있으며, 유학생이나 단기체류자도 저렴한 비용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의료비 걱정을 하지 않는다.

오스트리아 지역한인연합회는 지난달 3일 비엔나 한글학교에서 무료 건강검진을 실시했다. 이날 검진 대상자는 의료보험을 신청했으나 아직 발급되지 않았거나 언어 미숙 등으로 병원에 찾기 불편한 유학생 등이었다. 연합회 측은 이를 아픈 동포들을 최대한 배려하는 차원에서 마련한 것이다고 말하고 있다.

한국에서 비행기로 6시간 떨어져 있는 말레이시아의 경우에는 세계적인 보험회사인 알리안츠보험과 직접 계약을 맺고 한인동포들을 위한 단체의료보험 가입을 실시했다.

이는 한인동포들의 건강 보호 및 병원 이용 시 높은 진료비 절감을 위한 것으로 한인회 회원카드 소지자면 누구나 가입이 가능하도록 해놓은 것이다.

미국의 경우, 한인회가 직접 팔을 걷고 문제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나 어려움이 많다. 미국의 의료보험은 민영화에 실패해 현지인들과 동포들에게 엄청난 의료비 부담을 안겨주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유독 미국에 거주하는 동포들이 의료보험 문제가 심각한 게 현실이다.

60만 동포들이 살고 있는 뉴욕한인회는 지난해 3월부터 단체의료보험인 ‘코리안 헬쓰 플랜(Korean Health Plans)’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한인회는 지난해 미국 캠브리지 리스크 매니지먼트사와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 의료보험은 개인자격보다 보험료가 최대 60%가 저렴하고 유학생이나 여행객들에게도 문을 열어놓은 것이 특징이다.

미주한인회총연합회의 경우, 한국 의료기관과 MOU를 맺고 서울에서 저렴하게 의료보험 해택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다. 미주총연이 추천한 한인의 경우, 서울의료원에서 편의를 제공, 재미동포들이 편안하게 진료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 대문에 지난 2일 서울의료원과 MOU 체결 이후 미주총연 사무국으로 문의전화가 하루평균 무려 60여 통이 쏟아져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동포들의 높은 관심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미주총연 허상연 사무총장은 “실제 미국에서 암치료를 받을 때 드는 비용이 3만달러라고 했을 때, 협약을 맺은 병원에서 치료하면 최대 10분의 1로 떨어진다”며 “서울을 갈 기회가 있는 동포들이 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이민 등으로 건강보험 가입 자격이 말소됐다가 다시 건강보험에 가입한 동포가 현재 6천683명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700만 재외동포 중 미국 등 극히 일부지역 6천여명의 동포만이 치료 목적으로 한국땅을 밟고 있는 것을 국내 언론에서는 이를 과장보도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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