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명절] 추석, ‘정’을 나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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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명절] 추석, ‘정’을 나누다
  • 최선미 기자
  • 승인 2008.09.11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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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곡식으로 곱게 빚은 송편따라 처녀총각 ‘천생연분’ 찾아온다네…

민족 최대 명절, 한민족 발걸음 저마다의 고향으로 이동하는 그 날

추석(음력 8월 15일)은 ‘한가위’, ‘가배’로도 불리며 이는 ‘정(正)가운데’를 의미한다. 그 의미대로 일년 중 달이 가장 밝은 이날, 우리 민족은 가을 추수의 기쁨을 기념하고 성묘와 차례를 통해 조상에게 감사했으며, 다양한 놀이를 통해 그 풍성함을 이웃과 함께 나눴다.

도시화가 진행된 오늘날까지도 추석은 설날과 함께 우리나라 4대 명절, 아니 민족 최대 명절로 전승되며, 객지에 살고있는 한민족의 발걸음을 저마다의 고향으로 인도하고 있다. 최악의 경제 불황과 여느 해보다 짧은 추석연휴이지만 올해도 민족 대이동의 행렬 만큼은 예외가 아니다. <편집자주>


◇  추석의 유래

한가위, 가배, 중추절로도 불리는 추석의 기원이나 유래에 대해서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일부 학자들은 고대 달 신앙에서 그 뿌리를 짐작하고 있다.

맹수와 적의 습격을 확인하기 어렵게 만드는 어두운 밤은 고대시대에 두려움의 대상이었고, 이 때문에 한 달에 한 번 만월을 이루는 달이 고마운 존재였다. 따라서 일년 중 가장 달이 밝은 음력 8월 15일을 축제일로 여기게 돼, 강강술래, 씨름, 줄다리기 등의 민속놀이가 자연스럽게 형성됐다는 추측이다.

후대에 전해오며 명절로 제정돼 오늘날까지 전승되고 있는 추석의 기원에 대해서는 『삼국사기』에 잘 나타나 있다.

이에 따르면, “신라 제3대 유리왕 9년(서기 32년)에 왕이 6부를 정하고, 왕녀 두 사람으로 하여금 각 부내의 여자들을 거느리게 해 두 패로 가른 뒤, 편을 짜 7월 16일부터 날마다 6부의 뜰에 모여 길쌈을 하는데 밤늦게야 일을 파하고 8월 15일에 이르러 그 공이 많고 적음을 살펴 지는 편이 술과 밥을 장만하여 이긴 편에게 사례하고, 이에 온갖 유희가 일어나니 이를 ‘가배’라 한다”고 전해진다.

◇ 추석의 풍속

●  벌초와 성묘
추석에는 조상의 무덤에 여름동안 무성하게 자란 잡초를 베어 주는데 이를 ‘벌초’라 한다. 옛날, 조상의 묘를 풍수설에 따른 명당자리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고, 이 때문에 거주지에서 거리가 먼 경우가 발생했다.

이 경우에도 성묘 및 벌초를 하는 것이 효성의 표시 및 도리로 여겼으며, 벌초를 하지 않은 묘는 ‘임자 없는 묘’라 해서 남의 웃음거리가 되곤 했다.

●  차례
▲ 차례 지내기
추석 이른 아침에 종가에 모여 조상에게 감사를 표하는 차례를 지낸다. 추석은 추수의 계절이라 시기적으로 곡식과 과일 등이 풍성한 때이므로 햇곡식으로 밥과 떡, 술을 만들어 제찬을 준비한다.

추석의 차례 상에서 빠질 수 없는 술은 백주(白酒)라고 하는데, 햅쌀로 빚었기 때문에 신도주(新稻酒)라고도 불린다.

●  소놀이
소는 농사일에 없어서는 안될 조력자이며, 농경문화에서는 풍요를 상징하기도 한다. 우리 조상들은 추석날 차례를 마치고 난 뒤 알맞은 시간에 ‘소놀이’를 진행했다.

먼저 마을 사람들로 구성된 농악대가 풍물을 울리면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고 상쇠의 선도에 따라 한바탕 신나게 풍물을 울리며 어우러져 놀다가 ‘소놀이’가 시작된다.

두 사람이 허리를 굽히고 그 위에 멍석을 씌우며 이 때, 앞사람은 막대기 두 개로 뿔을 만들고 뒷사람은 큰 새끼줄로 꼬리를 달아 소의 시늉을 한다. 이 소를 끌고 농악대와 마을 사람들은 그 마을에서 가장 부농 집이나 그해 농사를 가장 잘 지은 집으로 찾아간다.

대문 앞에서 “소가 배가 고프고 구정물을 먹고 싶어 왔으니 달라”고 외치면, 주인이 나와서 일행을 맞이했고, 그러면 사람들은 앞마당으로 들어가 농악을 치면서 노래하고 춤추며 주인집에서 대접하는 술과 떡을 나눴다.

이렇게 마을 사람들은 한참 놀다가 다시 소를 끌고 다른 집으로 향했고, 해가 질 때까지 어울려 놀며 축제를 즐겼다.

●  원놀이ㆍ가마싸움
조선시대 서당교육을 책임지는 훈장도 추석이 되면 고향에 가서 차례, 성묘 등을 하게 돼 서당은 며칠 동안 쉬었고, 이때 학동들은 자유롭게 ‘원놀이’와 ‘가마싸움’등을 벌였다.

‘원놀이’란 학동들 중에서 공부를 많이 했고 재치가 있는 사람을 원님으로 선발하고 나머지 학동들은 백성이 된 후, 원님께 소장을 내어 그 판결을 받는 놀이이다. 오늘날 대학에서 행해지는 모의재판과 그 성격이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가마싸움’은 훈장이 없는 틈을 타 학동들이 주가돼 가마를 만든 후, 이웃 서당 또는 이웃 마을의 학동들과 대결을 하는 놀이이다. 넓은 마당에서 가마를 부딪혀 부서지는 편이 지게 되는데, 이긴 편에서 당년에 등과한다는 설이 있었다.

▲ 거북놀이

●  거북놀이
추석날 밤 주로 중부 지역에서 이뤄졌다. 수숫대를 벗겨 거북이 모양을 만든 후 3~4명이 그 속에 들어가 마치 거북이가 돌아다니듯이 집집을 찾아다니며 한바탕 놀다가 힘이 빠진 척 쓰러져 움직이지 않았다.

이때, 거북이를 몰고 다니는 아이가 “이 거북이가 동해를 건너 여기까지 오느라고 힘이 지쳐 누웠으니 먹을 것을 좀 주십시오”라고 하면, 집주인이 송편, 떡, 과실 등을 제공했다.

그러면 거북을 모는 아이가 “거북아! 먹이가 나왔으니 인사나 하고 가자”고 했고, 거북은 넙죽 절을 하고 다시 한바탕 뛰놀다가 또 다른 집으로 갔다. 이는 한해 풍년을 축하하고 마을과 집안의 잡귀를 몰아내는 무속적 성격을 지닌 놀이였다.

●  반보기
추석이 지난 다음 서로 만나고 싶은 사람들끼리 일자와 장소를 정하고 만나는 것을 ‘반보기’라 한다. 특히, 조선시대 시집간 여자들은 친정 나들이를 할 수가 없었고, 때문에 모녀 사이에 중간 지점을 정해 만나 한나절 동안 회포를 풀 수 있었다.

또한 한 마을의 여자들이 이웃 마을의 여자들과 경치 좋은 곳에서 집단으로 모여 하루 동안 우정을 두터이 하기도 했다. ‘반보기’란 중간 지점에서 상봉했으므로 회포를 다 풀지 못하고 반만 풀었다는 데서 나온 말이다.

◇ 추석음식

먹을 것을 거두는 시기인 추석때는 사람들의 마음이 풍족해 인심 또한 후하고, 서로 술을 대접하는 수도 흔하다.

추석의 대표적인 음식으로는 송편을 빼놓을 수가 없다. 송편 속에는 콩, 팥, 밤, 대추 등을 넣었고 재료는 모두 햇곡식으로 했다.

추석 전날 가족들이 모여 밝은 달을 보면서 송편을 만들었는데, 이때 송편을 예쁘게 만들면 좋은 배우자를 만나고 잘못 만들면 못생긴 배우자를 만나게 된다는 설이 있어 총각, 처녀들은 송편을 예쁘게 만들려 노력했다.

이밖에도 녹두나물과 토란국도 추석 절식이다. 녹두나물은 잔치상에 잘 오르는 식품이고, 토란은 몸을 보하게한다고 해서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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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자료제공=국립민속박물관, 한국민속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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