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동포 양로원 건립...할 건가? 말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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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인동포 양로원 건립...할 건가? 말 건가?
  • 오재범 기자
  • 승인 2008.06.12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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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약속 후 연기만 해오다가 올 여름으로 미뤄
▲ 고려인을 위한 양로원 건립이 3년째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한명숙 총리 약속사업, 한승수 총리가 재약속 '추태'

정부가 어려운 처지에 놓인 고려인을 돕기 위해 약속한 고려인동포 양로원 건립사업이 3년째 지났지만 시행조차 하지 않아 동포사회의 거센 비난을 사고 있다.

정부는 열악한 여건 속에서 지내는 고려인 노인동포들을 위한 양로원 건립사업과 관련 지난 2006년 9월 한명숙 국무총리가 우즈베키스탄을 공식방문한 자리에서 “혼자 살고 있는 고려인 노인들을 위해 양로원 건립을 지원하겠다”고 처음 약속했다.

당시 한 총리는 국회의원 시절부터 현지를 방문해 CIS지역 동포들을 돕기로 약속한 바 있고, 이후 관련 법안을 상정하는 등 활동을 펼쳐오다 총리로 입각하자 "즉시 돕겠다"는 약속을 한 것이다. 이에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그 해 11월 한국정부 측에 양로원 건물 터와 주변 부지를 무상 제공했다.

하지만 다음해에도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지난해 2월 국내언론에 '고려인 돕기로 한 정부의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못하고 있다'는 뉴스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당시 외교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올해 고려인 강제이주 70주년을 맞이해 정부는 우즈베키스탄의 독거노인 100명을 대상으로 한 양로원을 건립할 예정이다”고 거듭 약속했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해에도 아무런 지원 없이 해를 넘겼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 후 취임한 한승수 국무총리는 최근 첫 순방국으로 우즈베키스탄을 공식방문해 미르지요예프(Shavkat Mirziyoev) 총리와 한-우즈베키스탄 회담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한 총리는 “‘고려인 독거노인 양로원’ 설립 등 고려인 지원을 위해 양국 정부 차원에서 공동으로 노력한다”는 선심성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그러나 이는 한명숙 전 총리가 3년 전 공수표를 남발한 것과 똑 같은 내용을 다시 반복한 '추태'에 불과했다.

현재 정부는 지난해 말 재외동포재단의 예산안을 통해 애초 계획된 10억원의 기본계획안에서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며 양로원 건물 리모델링 비용 5억원만 배정한 상태다. 정부가 고려인 돕기 양로원 건립사업 한 건을 진행하는데 무려 3년을 허비한 셈이고, 이마저도 결국 반쪽 지원으로 의미가 퇴색케 된 것이다.

재외동포재단의 한 관계자는 “올해 5억원이 배정돼 현지 대사관을 통해 사업자 선정이 되면, 바로 지급될 예정이다”며 “하지만 내년 추가로 필요한 5억원은 어떻게 될 지 아무도 모른다”고 말해 계속 지원 여부를 확신하지 못했다.

그 관계자는 또 “양로원 건립 이후에도 운영비가 매년 1억원 가량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정부 지원 여부가 불투명해 몇몇 민간단체를 통한 방안도 동시에 강구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즈베키스탄 현지에서 관련 사업을 지원하고 있는 국내 민간단체의 한 관계자 역시 “현지 양로원과 병원이 들어설 지역은 이미 우즈벡 정부에서 제공했지만, 여전히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며 정부의 약속 지연으로 고려인 동포들에게 신뢰를 잃게 되지나 않을까 우려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거듭해 “재외동포의 거주국내 안정적 정착 지원 및 모국과의 유대관계 강화 지원에 역점을 두고, CIS지역 고려인을 위한 재외동포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지난 2005년 제5차 재외동포정책위원회에서 러시아·CIS 지역 재외동포를 위한 종합적인 지원 대책을 확정하여 현재 시행중에 있다”고 매년 홍보성 보도자료만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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