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로 입양문제 외치는‘뿌리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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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로 입양문제 외치는‘뿌리의 집’
  • 이석호 기자
  • 승인 2008.05.08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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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청담동 한 골목‘뿌리의 집’에서는 지난달 21일‘입양인’들을 위한 조그만 울림이 퍼져 흘렀다.

3년째 부모를 찾기 위해 한국에서 연주활동을 펼치고 있는 클래식 기타리스트 드니 성호는 이날‘입양인 사회와 한국 사회의 하나됨’을 알리기 위해 ‘뿌리의 집’과 함께 콘서트를 준비했다. '탄원과 춤'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미국과 벨기에 국적을 가진 한국인 입양인인 무용수 제니 나와 레나 순희 마이어코드가 함께 소리 없는 무용으로 답했다.

해외 입양인들은 이날 공연을 마치며 “고국을 미워하지 않고, 옛 기억을 아파하지 않는 마음으로 입양인들과 함께하는 작은 음악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뿌리의 집'은 이처럼 입양인들과 내국인들의 마음을 하나로 하는 무대를 지속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뿌리의 집'은 오는 11일 ‘입양의 날’을 맞아 해외입양인연대가 주최하는 연주회를 청담동 무대에서 개최할 예정으로 연 10회 정도의 정기적인 예술행사를 꾸준히 열고 있는 저력있는 단체다.

'뿌리의 집'은 5년 전 2002년 해외입양인센터를 세운 뒤 한두 명씩 찾은 입양인 쉼터가 발전한 곳이다. 이제 '뿌리의 집' 쉼터는 1년에 400명 정도가 숙박, 4천박 을 성사시키는 대표적 입양인 쉼터로 자리잡았다.

하루 숙박비 1만 원은 운영하기 턱없이 부족하지만 재외동포재단, 서울시, 보건복지부 등 정부 기관과 많은 민간단체의 후원에 힘입어 5년 넘게 운영할 수 있었다고 한다.

벌써 3번째 한국을 방문, 부모를 찾는 입양인 라파엘 브로조아(이철수) 씨는 “벨기에에서 인터넷과 주변 소식을 통해 뿌리의 집을 알게 됐고, 한국인 입양인들에게 꽤 잘 알려졌다”고 말했다. 그는 “3년 전 한 TV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을 방문했을 때는 방문기간 중 부모와 모국을 찾는 것보다 방송 출연으로 정신이 없었지만, 뿌리의 집을 통해 서서히 한국을 알아갈 수 있게 됐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입양인에 관한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한국을 찾은 미국 펜실베니아에서 온 헬레나 아모르스 씨도 “이곳 뿌리의 집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조금씩 찾고, 한국이라는 낯선 곳을 조금씩 알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소개했다.

그가 처음 입양인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또 다른 형제가 유럽 어디에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의 충격과 상처를 뿌리에 집에서 치유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도현 원장은 처음 '뿌리의 집'을 설명할 때 “이곳은 해외 입양인들을 위한 장소이기 보다, 우리들을 위한 곳이다”고 소개했다. '뿌리의 집'은 우리가 입양인을 배려하고 도와주는 곳이라기 보다, 입양을 보낸 우리를 치유할 수 있는 곳이라는 것.

그는 또 “ '뿌리의 집'은 입양인의 문제를 통해 우리가 한국적 정체성을 발견할 뿐만 아니라 우리자신이 성숙한 사회의 존재로 변화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고 설명했다. 우리 자신이 1954년 처음으로 혼열인 입양아를 해외에 보내고 인종청소를 감행하는 범죄를 저질러온 역사를 아직까지 치유하지 않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뿌리의 집'은 한국사회에 입양인에 대한 문제를 성숙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오는 7월 토비아스 휘버넷의 ‘컴포팅 오펀 네이션(comforting orphan nation)'이라는 책을 국내에서 번역·출간할 예정이다. 이 책은 몽골에 공여를, 임진왜란에 도공을, 일제 시대에 정신대를 연해주, 하와이 옥수수 농장, 입양인 까지 등에 자국민을 내보내며 국민들을 지키지 못하는 국가의 수치심을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뿌리의 집'은 치유 과정의 하나로 생모들이 자신의 아이들을 해외에 보내는 문제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입양인들의 문제를 사회에 전달하려는 계획도 마련하고 있다. 매주 토요일 흙별날 돌아와살기 배움터를 개교 모국의 문화와 언어를 가르치는 교육을 매주 진행하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김도현 원장은 “아동정책은 모든 가족이 자신의 아이를 스스로 키울 수 있는 가족복지 정책으로 바뀌어야 된다”면서 “더 이상 자신의 아이들을 남의 손에 보내는 비극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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