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체류 가족 납치했다" 보이스피싱 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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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체류 가족 납치했다" 보이스피싱 기승
  • 이현아 기자
  • 승인 2008.04.16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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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대만 거점 전형적인 전화사기조직 소행으로 추정
지난 달 프랑스에 유학 중인 자녀를 둔 정 모 씨는 “아들을 납치했으니 1천만원을 입금하라”는 협박 전화를 받았다. 지난해 8월 경남 창원에 거주하는 김 모 씨도 이와 유사한 협박전화를 받았다.

김 씨는 정체불명의 남성으로부터 미국 동부지역 대학에서 연수 중인 아들이 범죄 조직원에게 납치돼 인질로 잡혀 있다는 전화를 받고 석방금 명목으로 300만원을 지정계좌에 입금했으나 전화 내용은 거짓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인도에 여행 중인 아들을 둔 또 다른 김 모 씨는 지난달 아들을 납치해 감금 중이라는 정체불명의 사람으로부터 1천만원의 몸값을 요구하는 협박전화를 받았다. 협박자들은 중국 동포들의 말투를 사용했으며 아들과의 통화요구를 거절한 대신 아들의‘신음소리’를 들려주는 수법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보다 앞서 1월, 이집트에 여행 중인 아들 납치․감금하고 있다는 이로부터 2천만원을 요구하는 협박전화를 받은 김 모 씨도 이를 즉시 국내은행에 송금했으나 전화 내용이 사기인 것으로 판명됐다.

당국은 최근 보이스피싱(전화사기) 조직들이 잇달아 해외 유학생 및 여행객을 납치했다면서 국내에 있는 부모와 가족들에게 돈을 요구하는 사기를 벌이고 있음에 따라, 교민사회 및 여행객의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최근 발생하고 있는 보이스피싱(전화사기)은 발신번호를 해외 현지로 교묘히 위장, 유학생 자녀나 해외여행 중인 가족을 납치했다며 돈을 요구하는 점이 특징이다.

실제 이집트 여행객인 아들이 납치됐다는 협박전화를 받았던 창원의 김 모 씨는 발신번호가 이집트로 돼 있어 아들의 납치 사실을 믿고 석방금 일부를 보냈지만, 경찰 조사결과 발신지역은 국내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납치를 가장, ‘신음소리’를 들려주거나 해외에서 사고가 나 합의금이 필요하다며 지정된 계좌로 거액을 입금할 것을 종용하면서 자녀와 멀리 떨어져 있는 부모의 불안감을 악용하고 있다.

이들이 ‘어눌한 한국말’이나 ‘조선족 말투’를 사용한다는 피해자들의 진술로 미루어 중국·대만에 거점을 둔 전형적인 전화사기조직에 의한 소행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경찰 당국은 △유학 또는 여행 중인 자녀를 납치했다는 협박전화가 오면 송금을 하기 전 반드시 자녀와 통화를 시도해 납치여부를 확인할 것 △사기조직들이 자녀의 목소리라며 신음소리를 들려주더라도 당황하지 말고 납치되었다는 자녀와의 직접통화를 요구하는 등 침착하게 대응할 것 △유학생 자녀와의 연락이 용이하지 않을 경우에 대비 평소 현지에 체류 중인 자녀친구들의 연락처를 파악, 자녀의 위치나 안전여부를 확인할 것 △해외 배낭여행객의 경우 휴대전화 로밍·이메일 등을 통해 한국 가족과의 비상연락망을 유지토록 하여 유사시에 대비할 것 △전화사기로 의심되는 경우 현지 해외공관으로 문의·신고할 것 등의 세부 지침을 해외공관을 통해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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