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동포 권봉옥 씨 사망사건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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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동포 권봉옥 씨 사망사건 이후
  • 이현아 기자
  • 승인 2008.02.14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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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오연씨 “단속지침인권 마련하고 중국동포 자유왕래 허용해 달라” 주장

중국동포 권봉옥 씨의 장례식이 지난 5일 서울대병원 영안실에서 열렸다.

지난 달 15일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의 단속을 피하려는 과정에서 추락사 한 권 씨는 가족과 친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치러졌으며, 황택환 서울출입국관리소 심사국장 등이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빈소 마련과 가족의 입국 등을 도왔던 김해성 ‘중국동포의집’ 대표는 “정부는 이러한 불행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합리적인 정책으로 불법체류자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면서 “고인 같은 비극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사고 후 우발적인 사고인지, 단속반의 강제적인 단속에 내몰린 타살인지에 세간의 관심이 쏠렸다. 경찰은 창문에 나 있는 손자국 등으로 미루어 아래층으로 몸을 피하려다 벌어진 사고로 사건을 종결했다고 알려졌다.
이에 사고소식을 듣고 급거 귀국한 딸 오연 씨는 매체와의 인터뷰 등을 통해 “창문에 난 손자국은 어머니가 밖의 단속반이 돌아가기까지 기다리며 살고자 매달렸던 안타까운 흔적”이라고 주장해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하기도 했다.

오 씨는 장례식이 있던 5일 ‘노무현 대통령님께 호소합니다’라는 장문의 편지를 통해 “어머니를 비롯한 중국동포들은 가족과 행복한 생활을 하기 위해 온갖 차별과 불안을 참아내며 한국에서 살았으나, 한국 정부는 불법체류라는 이유 하나 만으로 같은 동포를 중죄인 취급하며 무자비한 단속을 일삼았으며 그 과정에서 어머니는 생명을 잃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오 씨는 “중국의 공민이 됐지만 한시라도 조국을 잃어버린 적이 없고 중국에서 북경사범대학을 졸업했지만 조국의 언어를 잃어버린 적이 없다”면서 “그런데 조국을 잊지 말라고 가르친 어머니를, 몸이 부셔지도록 고생하면서 딸자식을 키운 어머니를 끝내 죽음으로 내 몰았다”고 탄식했다. 오 씨는 다시는 이런 비극적인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무자비한 단속을 방지할 수 있는 ‘단속인권지침’을 마련할 것과 더불어 중국 동포들의 자유왕래를 조속히 실현해 달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국내에 체류 중인 중국 동포 및 관련단체들은 지난 2004년에 통과됐으나 실질적인 효력을 발휘하지 않고 있는 개정 재외동포법의 시행을 촉구하고 있다.

중국동포들과 관련단체들은 개정된 재외동포법이 제대로 시행되기만 했어도 권 씨 같은 사고는 없었을 것이라며, 조선족 등 재중동포들에 타지역의 동포들과 마찬가지로 동포로서의 법적 지위와 자유왕래를 허용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권봉옥 씨의 사망사건과 관련해 사건 규명 활동을 벌여온 이선희 목사는 “정부로부터 보상을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위로 차원의 모금 활동을 벌일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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