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불길에 사라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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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 불길에 사라지다
  • 이석호 기자
  • 승인 2008.02.13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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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단, 미주한인회 등 성금운동 전개 움직임

서울의 상징 국보1호 숭례문이 방화로 잿더미로 변해 사라졌다. 일제의 침략에도, 6.25전쟁에도 파괴되지 않고 제 자리를 지켰던 600년 역사의 숭례문이 하룻밤 새 가라앉자 충격에 휩싸인 국민들은 불탄 숭례문을 찾아 연일 조문을 하고 있으며,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오세훈 서울시장은 대국민 사과회견과 담화문 발표에 나서는 등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일산신도시 토지보상에 불만을 품은 방화범 채모(70) 씨에 의한 화재는 지난 10일 저녁 8시 50분께 숭례문에서 2층 누각에서 발생됐다. 한 때 불이 잡힌 것으로 판단됐던 화염은 10일 자정께 본격적으로 외부로 분출되기 시작해 11일 오전 0시 25분 순식간에 누각 전체를 불길에 휩사이게 했다. 그리고 마침내 불은 5시간 만에 목조건물 대부분을 무너뜨리고 태조 7년인 1398년 완성돼 600년 이상 서울을 지켜온 숭례문을 역사 속으로 앗아갔다.

현장에서, 방송을 통해 목격한 시민들은 5시간만에 화염으로 변해버린 모습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으며, 다음날 11일 해외 주요 언론에서 대서특필한 뉴스를 통해 접한 재외동포들 또한 믿을 수 없다는 반응들이었다.

미국 유타에 거주하는 한 동포는 “뉴스를 듣고 깜짝 놀랐다”며 “소방관들이 백여 명이나 출동하고도 국보 1호를 어떻게 그 지경이 되도록 손을 못 쓸 수 있느냐”고 분을 참지 못했으며, 뉴저지에 사는 주부도 “하다보면 불이야 날 수 있다지만, 불이 난 뒤에 그렇게 한심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일본 도쿄사무소에 근무하는 한 동포는 “조간신문을 보면서, 성묘를 갔는데 아버지 묘소가 감쪽같이 없어졌을 때의 황당함이 느껴졌다”며 허망한 심정을 표현했다.

화재소식을 접한 동포들의 인터넷 댓글 또한 줄을 이었다. 미주의 한 동포는 “빨리 진화가 되지 않아 피해를 키운 거 같다. 정말로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이다”며 “소중한 문화재가 없어지다니”라는 글로 아쉬움을 나타냈고, 또 다른 동포는 “정말 가슴이 메어진다"며 "우리나라의 자존심이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질 줄은 몰랐다”고 전했다.

비난과 안타까움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빠른 재건을 바라는 목소리도 있었다. LA평통의 차종환 회장은 “과거가 있어야 현재가 있고 미래가 있다”며 “하루빨리 복원해 새 정권이 새 출발을 할 수 있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한편 해외 한인동포 사회에서도 타버린 숭례문을 복원하기 위한 성금 모금도 벌써부터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재일본대한민국민단은 지난 12일 광복회가 주관하는 ‘숭례문 복원 범국민추진본부’(가칭)에 성금 2천만 엔을 전달했다. 정 단장은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구 광복회 사무실을 방문해 “숭례문 화재소식을 듣고 어제 일본에서 왔다"며 "동포로서 숭례문 복원에 힘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LA, 시카고, 뉴욕 등 미주동포들 사이에서도 한인회를 중심으로 성금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미주한인방송인 라디오코리아는 지난 11일부터 “250만 미주 한인의 힘으로 숭례문을 복원하자”며 모금 활동을 펼치고 나서는 등 국내에서는 이명박 당선인의 '국민 모금에 의한 복원' 제안이 거센 반발을 산 것과 달리 동포사회의 모금운동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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