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정신질환 상담 1/4 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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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정신질환 상담 1/4 차지
  • 류수현 재외기자
  • 승인 2008.01.09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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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저지여성사회봉사센터 가정상담소 자료에 따르면

한인들의 정신질환 상담이 전체 상담 건수의 1/4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AWCA(뉴저지여성사회봉사센터, 회장 윤미옥) 가정상담소(소장 김경실) 통계자료에 따르면 작년 한해 상담한 전체 1,186건 중 320건이 우울증, 마약, 음주, 도박 등 정신질환 상담으로 27%를 차지한 것으로 보고됐다.

또 가정문제연구소(소장 레지나 김)가 작년 한해 집계한 바에 의하면 전체 1,600여건의 상담 중 330여건이 정신질환과 관련한 상담으로 약 2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민 초기에 고도로 분화된 미국 특유의 스트레스와 이민자들의 선결 과제인 신분문제 해결과 경제적 자립이라는 3중고가 겹쳐 적지 않은 한인들이 정신질환에 노출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어떤 형태로든 각종 정신질환에 시달리는 사람의 숫자를 2억명 이상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민사회에서 정신질환의 원인
전문가들은 자라 온 한국 문화의 특성상 대인관계 유형이 수직적, 집단주의적인 데 반해 이민지인 미국문화는 수평적, 개인주의적일 뿐만 아니라 의사소통이나 감정표현 방식에 대한 심리적 구조가 달라 자신의 의견이나 감정을 억누르다보면 폭발적이고 충동적 분노 등으로 표출된다고 한결같이 입을 모으고 있다.

김경실 AWCA 가정상담소장은 “이민 초기에는 소수민족으로서 주류 문화에 대한 동경과 자신의 문화에 대해 부정 또는 경멸 단계를 거쳐 갈등과 혼란, 수치심과 긍지가 혼재한다”며 “주류 문화에 대한 거부감과 소수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갖는 저항과 몰입 단계에 들어서게 된다”면서 “소수민족의 한 구성원으로서 제약을 인식한 뒤 통합적 인식 단계인 내적인 안정감을 획득하게 된다”고 발달심리학을 인용해 밝혔다.

많은 한인들이 미국 속에서 한국적인 생활을 영위함으로써 자신을 문화적으로 고립화, 주변인화해 경계인으로 고착시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민지에서 정신질환의 유형
이민지에서의 정신질환 형태는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난다. 좁게는 정신분열증이나 조울증과 같은 극심한 증상에서부터 넓게는 불안초조, 마약, 알콜, 도박중독 등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하다.

웬만한 자리나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감정이나 주장을 최대한 숨기고 자신의 유익에 따라 아전인수식으로 지나치게 확대해석하는 것 또한 넓은 의미에서 정신질환의 일종이라고 한다.

심지어 1ㆍ2세간의 갈등 요소도 한국의 경우 부모와 자녀가 서로 상대방의 문제점을 잘 파악하고서도 반대함으로써 갈등을 빚으나 이민사회의 경우 의사소통이 잘 안 돼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 부모와 자녀 모두 불안증에 시달리는 경우도 있다고.

레지나 김 소장은 “소수 한인들은 정신적 불안감에서 벗어나기 위한 일환으로 일과 돈에 더욱 매달리기도 한다”면서 이런 불안감은 고도로 발달한 미국 자본주의 특유의 냉정한 적자생존의 논리와 맞물려 더욱 증폭되는 경향이 짙다고 한다.

■이민지에서의 건강한 삶
건강한 이민생활을 위해서는 자신의 정체성과 문화를 깊이 인식하고 주류 문화의 장ㆍ단점을 분석, 통합, 조정하는 능력을 길러 자신만의 고유한 정체감을 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경실 소장은 “특히 문화적으로 집단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 한인으로서는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는데서 소외감, 우울감, 허탈감이 올 수 있다”고 전제한 뒤 “이는 언어, 관습, 문화적 차이 때문일 수 있으므로 굳이 극복하려 하지 말고 차이에 대한 이해와 통합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특히 소속된 집단의 일원으로 책임감을 갖고 PTA 모임이나 자원봉사 등을 통해 참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이민지에서의 정신질환은 대부분 환경적 요인에 기인한 것이므로 치료 또한 어렵지 않다. 우울증이나 불안증은 대개 기분 등을 조절하는 물질인 세라토닉 등의 분비 이상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항우울제나 항불안제 등을 복용함으로써 증상을 크게 호전시킬 수 있다.

심리상담 등을 통한 치료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정신질환자 중 상당수는 신체적으로 건강하지 못할 때 악화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운동을 통해 신체적 건강을 회복하는 것도 예방이나 치료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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