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국민 참정권 회복 이끌어낸 '조국참정시민연대'의 발자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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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국민 참정권 회복 이끌어낸 '조국참정시민연대'의 발자취
  • 이현아 기자
  • 승인 2007.12.27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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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는 지난 6월 28일 공직선거법과 국민투표법 일부 조항에 대해‘헌법불합치’결정을 내렸다.

8년 만에 뒤집힌 이날 결정으로 210만 여 재외국민 유권자의 투표 참여가 가시화됐다. 마침내 재외국민 참정권 실현을 위한 초석이 마련된 것이다.

이번 소원을 낸 14명 중 10명은 재일동포였으며, 그 중심에는 재외국민 참정권 회복을 위해 지속적인 활동해 온‘조국참정시민연대’가 있었다.

재외국민 참정권 획득을 위한 시민단체 및 개인회원들의 연대체‘조국참정시민연대’는 일본 오사카의 이건우 씨와 국내의 백병규 씨가 공동 간사를 맡아 주요 활동을 이끌어 오고 있는 자생적 단체로서 재외동포 참정권과 관련해 '상징적' 의미를 갖는 주요단체로 평가 받아왔다.

헌법소원 8년만에 얻은 결실 '헌법 불합치'

애초에 오사카지역 한인들의‘재외국민 참정권’과 관련한 공부 모임으로 시작된‘해외동포와 하나되기 시민운동’은 1995년 10월 본격적으로 일본 동포사회를 대상으로 본국 참정권 회복운동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당시 일본의 재일 외국인에 대한 동화․수용 정책으로 말미암아 동포사회에서는 일본 지방참정권 획득이 더욱 시급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조국참정시민연대’는 본국과의 연대를 통해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한편, 재외국민에 대한 본국의 인식을 변화시키고자 한국 내 인사들과 연대해‘해외동포와 조국 참정 회복을 위한 시민연대’로 조직의 틀을 정비하게 된다.

“재일 국민의 기본적 인권으로서의 참정권은 일본의 식민지 지배 이후 박탈당한 채 방치돼 왔으며, 이 권리는 없는 것을 획득하는 것이 아니라 원래 국민으로서 보장되어야 할 권리가 회복되어야 하는 자국의 역사적 수복작업의 하나다”라는 활동 취지로 시작한‘해외동포와 조국 참정 회복을 위한 시민연대’는 96년‘조국참정시민연대’로 개칭한 후 헌법소원 활동에 본격 돌입했다.

헌재는 97년 9명의 재일동포들이 처음으로 헌법소원을 제출하자 이를 기각하면서 △우리나라가 분단국가이기 때문에 북한 주민이나 총련계 재일교포에 대해서는 선거권을 인정할 수 없다 △선거기술상으로 보아도 불가능하다 △납세․병역 등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재외국민에게 선거권을 인정할 수 없다 는 점 등을 사유로 내세웠다.

그리고 재외동포 참정권 문제를 대하는 정부당국의 태도 역시 이러한 기준 위에서 맥을 같이했다. 이후 97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김대중, 김종필, 이회창 후보 등에게 보낸 공개질문에 대해 세 후보는 당선 후 임기내 국정선거권을 보장하겠다는 회신을 보내 변화의 조짐이 정치권에서부터 드러나기 시작했다.

98년 5월에는 대한변호사협회가 주요 관계기관 및 정당에‘재외국민의 선거권 보장을 위한 대책 수립 요청서’를 발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에만 해도 재외국민 참정권 획득에 대한 전망은 요원한 것이었다.

국민기본권에 조국의 정치 상황이나 행정적 편의가 우선하는 것도 억울했지만, 무엇보다 이들을 낙담하게 한 것은 재외국민을 바라보는 내국인의 시각이 조금도 변화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헌법소원은 기각, 재외국민에 대한 인식조차 없어

그럼에도 불구하고‘조국참정시민연대’는 끊임없이‘법’의 문을 두드렸다. 2002년 3월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민족 정체성 손상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이러한 호소의 일환이었다. 2002년‘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산하 공익소송위원회 소속 13명의 변호사가 전원 변호인단으로 참여했다. 물론 손해 배상 소송 역시 기각 당하지만 이 시기를 통해 국내 시민단체들의 관심은 높아졌다.

첫 헌법소원이 기각당한 이후에는 국내 주요 언론사들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으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의 단체가 이들과 뜻을 함께 했다. 또한 김영호 전 산업자원부 장관 등도 재외국민 참정권 획득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하는 데 앞장섰다.

2002년 대표변호사로 소송에 참여했던 정지석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시민연대’는 2004년 새로운 10명의 재일동포들과 함께 청구인의 명의를 바꿔 다시금‘재외국민선거권’과 ‘주민투표법개정’두 가지를 담은 헌법소원을 제출했다.

이에 헌재는 지난 5월 공개변론을 여는 등 이례적인 행보 끝에 6월 지난 99년의 판례를 뒤집어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리기에 이르렀다.

국내사회의 관심, 마침내 판례 뒤집혀

이는 한국 국적을 지닌 재외국민에 대해 원칙적으로나 실질적인 투표권을 허용하지 않는 현행의 제도가 헌법의 기본정신에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마침내 일시적으로 해외에 소재하는 주재원, 유학생, 사업가 등은 물론이고, 재일동포 등 여전히 한국 국적을 소지하고 있는 동포들에 대한 참정권 보장이 현실로 다가오게 된 것이다.

헌재는 현행법의 제도적 정비에 필요한 시간을 감안해 2008년 12월까지 유예 기간을 두었다. 하지만 입법부의 법적 제도 정비 과정을 거쳐 2008년 총선부터는 재외국민 투표 참여가 가능할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지난 6월‘헌법불합치’판결을 이끌어내기까지 국회 앞 1인 시위 등으로 줄기차게 한국 사회에 동포 참정권 실현을 환기시켜온‘조국참정권시민연대’는 참정권 획득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향후 입법 활동을 감시하는 한편 현지 동포사회를 대상으로 한 본국 투표 계도활동도 병행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어 그들의 다음 행보가 더욱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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