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학술교류 통해 소통의 통로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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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학술교류 통해 소통의 통로 만들어야”
  • 재외동포신문
  • 승인 2007.10.05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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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김병민 중국 연변대 총장
<대담>김병민 총장(중국 연변대 총장, 우측), 조남철 교수(한국방송통신대 연변대 개원교수, 본지 편집위원장)

조남철 편집위원장 ▶  한중 수교 이후에 조선족 사회에 나타난 변화 등에 대해 말씀 나누고자 합니다. 연변대학은 200만 조선족 동포들의 정신적 구심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 먼저 역사와 현황을 중심으로 연변대학의 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김병민 총장 ▶  연변대학은 1949년 4월1일에 창립되었습니다. 연변대학이 발전해온 58년의 역사는 중국공산당과 중국정부의 사심 없는 배려와 200만 조선족 동포들의 관심 속에서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출범시 조선족 민족교육을 위한 인재양성, 민족 간부 양성을 위한 교육,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과학기술 인재양성 등이 그 주요 목표였습니다. 연변대학은 중화인민공화국 창건 이전에 이미 설립되었는데, 다시 말하면 중국공산당이 세운 첫 번째 민족 대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중국에서 연변대학은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미 8만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하였으며 이 중에는 유명한 정치가, 교육자, 과학자 등의 인재들이 있습니다.

연변대학은 58년의 역사 속에서 고유한 특수성을 기반으로 발전해 왔는데, 대학의 민족적 색채입니다. 예를 들어 조선족 인재의 양성을 위해 조선족 교수진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한국어, 한국문학, 한국경제, 민족 이론과 정책, 한국 및 조선족 역사 등의 학과개설을 통해 중국내 타 대학과의 차별성을 두고 있습니다.
또한 이와 같은 교육을 통해 조선족으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중국 사회의 다문화주의 속에서 공존할 수 있는 역량을 학생들에게 심어주고 있습니다.

현재 연변대학은 19개의 단과대학 아래 300여명의 정교수와 600여명의 부교수, 2만 3천여명의 학생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중국 2천여개 대학 중 100대 대학 안에 들었습니다. 현재는 교육부와 길림성에서 공통으로 지원, 중점 관리하는 대학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저희 학교 입장에서 볼 때 실제 연변대학의 실력은 97위~130위 정도로 생각됩니다.

조 ▶  남북한이 분단되어 있는 상황에서 혹은 곧 도래할 통일한국시대에, 연변대학이 갖는 역할과 의미는 무엇입니까?

김 ▶  우리의 꿈은 세계에서 전무후무한 특수한 대학을 만드는 것입니다. 즉, 소수민족이 주체가 되어 운영되는 대학으로서 중국뿐만 아니라 동북아 지역 최고의 종합 대학으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남한과 북한의 통일은 평화를 갈망하는 모든 인류의 소망이며 중국 정부도 이를 적극 지지한다고 생각합니다.

연변대학은 중국 정부와 학교 기본 방침 하에 한국과 중국, 또 남한과 북한 사이의 교량적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대학은 학술기관이기에 학술교류를 통해 내재된 문제들을 해소할 수 있는 소통의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 ▶  연변지역은 중국 조선족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인데, 연변대학은 조선족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요.

김 ▶  중국은 다민족 국가이므로 이러한 상황 아래 조선족들은 단일 민족과는 다르게 국가 정체성, 민족 정체성 등의 혼란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연변대는 조선족의 정체성 확립에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언론, 출판, 학교 교육과 민족의 지역사회 발전, 그리고 민족 전통문화를 통해 자기 정체성을 탐구해 가고 있습니다. 연변대를 졸업한 학생들은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해 끊임없는 의문을 제기하는 과정을 통해 자기 정체성에 대해 나름대로의 생각을 가지게 되고 그러한 후에 중국 전역에 나가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연변대는 조선족 사회의 미래에 도움이 될 ‘건실한 씨앗의 산실’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조 ▶  한국의 많은 분들이 조선족에 대해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고 또한 중국 국민으로서 잘 살길 바라고 있는데 가끔 조선족 사회의 위기를 거론하는 얘기를 듣곤 합니다. 총장님께서 생각하시는 중국사회의 문제점과 그 원인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 ▶  조선족의 80%는 농촌에서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소주 민족으로서 민족 전통 문화를 비교적 잘 보존해 왔습니다. 그러나 중국의 개방, 개혁 정책 실시 이후에 조선족 사회 역시 도시화, 현대화 되면서 사회의 지각 변동이 일어났습니다.

동시에 많은 농촌 인구가 도시로 이동하게 되었습니다. 약 25만 인구가 한국으로 일자리를 찾아 떠났고 40만 명이 연해주 등의 큰 도시로 떠났습니다. 이로 인해 동북 지역의 조선족의 인구가 감소하게 되었고, 초·중·고등학교의 수가 엄청나게 감소하였습니다. 예를 들면 동북지역에 200개의 중학교와 1천여개의 초등학교가 있었는데 최근에 약 60%가 줄어 들었다고 합니다.

또한 이와는 반대로 연해주나 대 도시로 간 조선족의 민족 교육의 부재는 또 다른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정리해서 말씀드리자면 인구 이동으로 인한 도시간 교육 수급의 불균형을 첫 번째 문제로 들 수 있겠습니다.

두 번째로 모든 사회 구성의 기본 단위인 가족의 해체를 조선족 사회의 또 다른 문제로 들 수 있겠습니다.  이혼률의 증가가 비단 조선족 사회의 문제만은 아니겠으나 한국과 일본 등으로 일을 하러 간 사람들이 증가함에 따라 정상적인 가족의 형태가 무너지고 있으며 부모의 부재로 인한 자식들의 상실감 내지는 가정 교육의 부재가 또다른 사회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세 번째 문제로는 조선족 인구의 감소로 인한 조선족 사회의 해체에 대한 것입니다. 이 밖에도 다른 문제점이 있겠지만 크게 위의 3가지가 가장 심각한 것 같습니다.

조 ▶  그런 사회적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 총장님께서 생각하시는 방안이 있으신지요?

김 ▶  우선 중국에 있는 조선족은 자기의 생활에 대한 가치관을 확립해야 합니다. 돈을 많이 버는 것만큼 사용의 방법과 가치를 아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부에 대한 과도한 욕심보다는 풍요로운 삶을 유지하고 타인을 도울 수 있을 정도에서 스스로를 조절하고 일정 시간이 흐르면 자기의 터전으로 돌아와서 그 삶의 터전에서 스스로의 또다른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이혼 등으로 인한 가족의 해체, 혹은 아이들의 삐뚤어진 인성관 등의 문제는 어느 정도는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또한 조선족 교육에 대한 문제는 중국정부에서 매우 심각하고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사안입니다.  그 해결 방안으로  학교 내 기숙사 운영 등을 실례로 들 수가 있겠습니다. 또한 연해주 혹은 대도시 중심으로 조선족 학교에 대한 개설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저 또한 해당 중국 정부 기관에 이러한 것에 대한 건의서를 올리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의 조건을 충족시킨다면  타 지역 내 조선족 학교의 설립은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또한 한국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인구감소에 대한 문제는  연변지역에 산업발전 관련 공장 및 부대시설을 유치함으로써 그 감소율을 조금 늦출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조 ▶  한국사회와의 만남이 이러한 긍정적인 측면 외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조선족 동포사회에 끼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어떤 것이 있을지요.

김 ▶  창을 열면 신선한 공기와 함께 파리 등의 벌레 등도 동시에 들어올 수 있겠지요. 우선은 발달된 문화의 본질보다는 표면적인 것만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노래방, 나이트클럽 등 유흥문화의 무분별한 유입이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겠지요.

겉에서 볼 때는 조선족 사회의 개방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실상 이루어져야 할 의식세계의 심층적 개방은 이루어지고 있지 않습니다. 선진국의 민주주의 제도나 사회질서를 먼저 받아들이지 못하고 한국 사회 내에서도 문제시 되고 있는 부정적인 문화의 단면들을 먼저 받아들이고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독일이나 프랑스, 미국에 가보면 유흥장소가 그렇게 많지는 않은데 일본이나 한국에는 그런 유흥장소가 많은 것 같습니다. 물론 동양인의 특성일지도 혹은 이런 문화의 수입과 향유가 자기의 경제력과도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요.

조 ▶  한 가지 더 여쭈어 보자면 약 150년 전 우리 민족이 이곳으로 이주해 와서 민족사에 독립투쟁 등의 역사적 발자취를 많이 남겼고, 그리하여 중국내 조선족 사회의 생존과 역사가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중국의 조선족 사회, 혹은 연변대학이 앞으로 우리 민족사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김 ▶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연변대학은 조선족 사회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고 또 조선족 사회를 이끌어 가는 학술, 문화 기관으로서 계속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비단 조선족뿐만 아니라 ‘중국이 사랑하는 대학’으로 태어나야 되겠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요즘 연변대학은 이 지역사회와 매우 긴밀하게 밀착되어 있습니다.

중국정부와 길림성 정부의 지원도 있지만 조선족 사회의 엄청난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 연변대학은 조선족 사회의 발전과 경제를 위해 공헌을 하고 이로써 조선족 사회에 전반적으로 그 영향력을 끼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연변지역 외 거주하는 조선족 동문과의 연계를 통해 그 영향력을 중국 전역으로 확대하고 조선족 동포 사회를 총체적으로 이끌어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 ▶  그러한 부분 외에도 남과 북, 그리고 중국과의 역할에 있어서도 조선족 사회의 역할이 있다고 생각됩니다만.

김 ▶  연변대학은 예전부터 조선인민공화국과 교류가 있었고 한·중 수교 이후에는 한국과의 교류가 매우 활성화 되었습니다. 우리는 학술 모임을 통해서 대화의 장을 마련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해양연구 등의 중국과 남한의 최고 학자와의 공동 프로젝트를 통해서 서로의 이해를 발전시켜 나갈 수 있습니다.

조 ▶  끝으로 한국정부에게 재외동포 정책과 관련해 말씀하시고 싶은 것이 있으시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 ▶  중화인민공화국에서는 전 세계에 있는 2천만 화교에 대해 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고 화교들이 그들이 속한 주류 사회에 들어가서 열심히 살고 그 사회를 위해 기여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중국의 조선족들은 국가, 민족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복합적인 자기 정체성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약 150년 전에 우리가 조선인의 국적으로 월경한 민족이지만 중국인으로 살고 있는 지금은 일단 중국이라는 나라를 위한 기여도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사는 것이 떳떳합니다. 미래에는 국경과 민족을 뛰어넘어 인류의 공통목표를 위해서 살아야 하겠지만 지금은 그 다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또 한 가지 덧붙여 말씀 드리자면 대한민국에서 학술연구나 문화연구, 인재양성 등 분야에서 좀 더 많은 지원 사업을 부탁드립니다. 이미 학술진흥재단 등 한국의 많은 단체들이 지원을 해 주고 계시지만도… 특별히 자연과학 분야에 대해선 저희 대학이 상당히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연변 사회와 지역 발전을 위해 산학협동을 하고자 하나 전문가 부족으로 인하여 많은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조 ▶  오랜 시간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정리 = 이새야(연변대학원 재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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