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아열대화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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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아열대화 논란
  • 이현아 기자
  • 승인 2007.08.23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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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가 아열대 기후에 접어들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국내 각계 전문가 그룹에서 높아가고 있다. 장마철이 따로 없으므로 '장마'라는 표기 대신에 ‘우기(雨期)’를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의 한반도 집중호우는 남쪽에서 올라오는 북태평양 고기압 세력이 예년처럼 강한 세력을 형성하지 못했고, 북쪽에서 수시로 찬 공기가 유입돼 지역적으로 강한 국지성 호우가 쏟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비가 내려도 대지는 식지 않아 수시로 폭염주의보가 발령됐다.

경상북도 소방본부는 열적 스트레스에 취약한 노약자를 위해 폭염특수구급대를 운영했다. 경북 뿐만 아니라 각 도시에서 폭염주의보 및 폭염경보 발령에 따른 긴급대피소들도 운영 중이다. 관공서 등 냉방 건물을 지정해 냉방기기를 사용할 수 없는 도시 극빈층을 위해 개방한 것이다.

대부분의 학교가 여름방학이 끝났으나 남부지방 각 학교마다 개학이 연기되거나 단축수업을 실시하는 경우가 잇따랐다. 교육부는 폭염주의보가 발효된 지난 20일 남부지역만 대략 85개교가 단축수업을 실시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최근 30년간 제주바다의 수온이 0.8도 상승해 아열대 남방계 어류가 출몰하고 있으며 해저에서는 석회조류로 덮이는 갯녹음 현상이 심해지면서 해조류가 없어져 소라, 성게, 전복이 감소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한 해 동안 제주도에 갈색얼가니새, 밤색날개뻐꾸기 등 열대성 조류도 관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라산은 온대성 소나무숲이 기온상승에 따라 한대성 구상나무 숲에 침투하면서 세계 유일의 순수 구상나무 숲 면적이 감소하고 있다.

또 대나무의 일종인 제주조릿대는 20여년전 해발 600∼1400m에서 자생했으나 지금은 고산지대까지 침투해 한대성 고산식물인 시로미를 고사시키고 있는 한반도의 아열대기구화는 이제 한층 가속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다음은 이와 관련한 각계의 주장과 견해다.

▷“트로와사 기준에 의하면 100년 뒤에는 우리나라의 산악과 북부지방을 제외하면 거의 아열대 기후가 되지 않을까 전망하고 있다” (권원태 기상청 기후연구실장)

▷“시민들 처지에서는 장맛비나 집중호우나 튼 차이가 없으므로 기존의 ‘장마’ 개념을 일반인들이 알기 쉬운 상식선에서 조정해야 할 것 같다. 열대 기간의 영향을 받기 시작하는 6월 하순부터 8월까지를 통칭해 ‘우기(雨期)’라는 개념으로 바꾸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민간 기상 전문가 )

▷“여름철 평균 기상현상만 놓고 봤을 때 한반도는 이미 아열대 기후 현상을 보이고 있지만 겨울 한파가 있기 때문에 기상학적으로 아열대 기후로 판단하기에는 문제가 있다. 다만,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인 만큼 이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기상청 공식입장)

▷“아침에 비가 오더니 낮에는 해가 불같이 내리쬐고, 밤에 또 비가 내리고. 아무래도 아열대 기후의 스콜같아요. 밤에도 도심은 삼십도 근방에서 온도계가 너울거리고, 땅은 가만히 있는데 하늘이 이사왔나봐요” (블로거 chatelain)

▷“제주지역 해수면의 높이가 지난 30여년간 22㎝나 오른 것은 기후변화가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준다” (환경부)

▷“1950년대까지만 해도 썰매를 타던 한강이 얼지 않는데 기온 상승이 0.6도였다. 이게 4도가 오른다면 그 변화는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이다” (박정규 APEC기후센터사무총장)

기상청 관계자는 아직 한반도를 아열대 지역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반응이나, 향후 70년 안쪽에 서울을 비롯한 한반도 전역이 아열대 기후에 속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가 급격하게 한반도에 미치고 있는 영향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한다.

제주도의 연평균 기온은 1924년부터 2004년까지 매년 평균 0.02도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80년 이후에는 매년 0.05도 증가해 전체적으로는 지난 80년간 기온이 약 1.6도 상승했으며, 지난 30년간 겨울은 24일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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