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사교육으로 700만 동포들 정신적 유대 맺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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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사교육으로 700만 동포들 정신적 유대 맺을 수 있다"
  • 이석호 기자
  • 승인 2007.06.07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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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포초대석 유영렬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

한국사 교육의 대중화를 위해 앞장서고 있는 유영렬 국사편찬위원장(67). 그는 "재외동포들의 역사를 하나로 엮음으로써 진정한 한국의 역사가 완성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항일운동사, 해외이주사가 빠진 역사의 기술은 진정한 한국의 역사로는 반쪽이라는 것. 유 위원장은 “한상대회가 동포경제인들의 유대를 맺는 역할을 하듯, 국사편찬위의 국사교육이 700만 동포들의 정신적 유대를 맺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동포들을 위한 역사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편집자 주>

- 올해 한국사시험을 2회 째 시행하는 등 한국사 교육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이유는?
역사는 역사학자나 전문가만의 것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우리 역사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우리 사회와 국가 전체가 선진국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역사가 대중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계를 향해서 우리 역사를 제대로 설명할 줄 알아야 선진 국민으로서의 자격도 갖출 수 있습니다. 해외에 살고 계시는 재외동포들도 한 사람 한 사람이 한국사 대사(大使)로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학생과 국민들의 한국사 이해 수준은 대단히 위험한 수위에 있다고 판단됩니다. 우리 대학생들이 안창호와 안중근을 구별하지 못하고, 이순신과 김유신 중에서 어느 사람이 앞선 시대의 사람인지를 모른다는 신문 보도도 있죠.

국사편찬위원회가 작년 11월부터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을 실시하게 된 것은 바로 이러한 역사의 위기 상황을 어떻게든 타개해 보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 국사교육이 재외동포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우리 동포들에게 한국의 역사를 교육하고 알리는 것은 국내 국민들에 대한 교육 이상으로 의미 있고 꼭 필요한 일입니다. 국사교육에 대한 필요성에 대해 말씀하시는 해외동포들도 많이 계시죠. LA와 같이 한인사회에서는 한국사 시험을 자국에서 실시하게 해달라는 요청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요청에 부응 국사편찬위원회에서는오는 9월 카자흐스탄에서 제1회 해외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을 실시할 계획입니다. 한국의 역사에 대한 중요한 역사 흐름과 기본적 사실, 중요한 역사 인물과 사건 뿐만 아니라 동포들의 이주사와 항일운동사도 함께 공부할 수 있는 시험이 될 것입니다.

- 카자흐스탄에서 최초로 한국사시험을 시행하는 배경은 무엇인가?
올해는 고려인들이 중앙아시아로 이주한 지 70주년이 되는 뜻 깊은 해이기 때문에 제1회 한국사시험을 계획하기에 카자흐스탄이 최적의 국가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9월 28일에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개최 예정인 “고려인 정주 70주년 한․러 국제학술회의”라는 큰 행사도 준비 중인데, 카자흐스탄은 이런면에서 고려인들의 이주 역사를 깊이 있게 바라볼 수 있는 의미를 갖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또한 카자흐스탄을 시작으로 점차 미국, 일본 등지로 확대해 나갈 생각입니다. 이 시험이 세계 각지의 재외동포 사회에서 한국사를 공부하는 붐을 일으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이렇게 한국사에 대한 붐이 우선 일어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 한국어 교재 개발 문제를 보았을 때 교재개발을 현지문화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다.
현재 재외동포들이 활용하고 있는 한국사 교재는 그 종류나 수준에서 매우 제한적입니다. 재외동포들은 초등학생부터 일반 성인에 이르기까지 각 단계와 수준에 맞는 교재, 그리고 다양하고 재미있게 구성된 디지털 교재를 원하고 있습니다.

국사편찬위원회는 앞으로 초등학생부터 일반 성인에 이르기까지 각 단계와 수준에 맞는 맞춤형 교재를 개발해 나갈 생각입니다. 국사편찬위원회는 작년에 “재미있는 디지털 한국사 이야기” CD를 제작한 경험이 있습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재외동포들에게 맞는 형식을 개발하여 대중용으로 보급해 나갈 생각입니다.

물론 한국사 교재 개발 역시 쉬운 작업은 아닐 것입니다. 그 지역의 문화적 배경을 충분히 고려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그 지역의 이주사 항일운동사와 우리의 역사를 잘 융합해서 지역에 맞는 국사 교재를 개발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한국사시험을 방문취업제를 위한 한국어시험과 연계할 수도 있지 않나?
아직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진 않았지만, 한국사시험을 다른 국가 시험제도들과 연계해 역사교육을 시행할 방안들을 연구해 봐야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연인지 방문취업제도 시험도 제1회한국사시험 예정인 9월과 같다고 하니, 한번 검토해 볼만한 사안인 것 같습니다.

한국사 시험을 우수하게 본 동포들에게 모국방문의 기회를 주는 등 시험의 의미와 더불어 동포들에게도 우리의 역사를 알아서 실생활과 연결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습니다. 성적우수자는 현지의 우리업체에 취업하는 데 가산점을 주는 방식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중단됐던 <재외동포사>를 다시 정리하는 일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현재 140여개 국가에 700만 명이 넘는 동포들이 해외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인구 대비 해외에 나가 있는 동포들의 비율은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에 속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역사학적인 안목에서 이들의 이주사를 총체적으로 정리한 적은 아직까지 없었습니다.

국사편찬위원회는 2001년부터 해외 소재 한국사 자료를 수집하는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이 재외동포사 편찬사업은 2005년부터 시작했고, 2010년까지 <재외동포사> 총서 20책을 출간하고, 각국에 산재한 재외동포 관련 자료를 수집·정리할 계획입니다.

현재까지 <재외동포사> 3책을 간행하였으며, 올 8월 말 <재외동포사> 총서 북미편 2책과 중남미편 1책을 간행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구 소련의 정치탄압 희생자들에 관한 러시아 문서관 기록을 발췌하여 편집한 <소련의 정치탄압 희생자들 : 고려인>을 모스크바에서 간행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8집을 간행했고, 올해 9집과 10집을 간행할 예정입니다.

- 재외동포사하면 구소련 지역의 항일운동사가 우선 머리에 떠오른다. 이밖에 북미나 중남미, 유럽 등 다른 지역에서 눈여겨 볼만한 재외동포사는.
항일운동사를 단순히 구소련 지역으로만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미국, 중남미의 이민사는 단순히 이주의 역사만이 아닙니다. 우리의 항일운동사는 전 세계 한국인의 이주사와 모두 연결을 맺고 있습니다. 미국, 중남미의 독립운동사는 특히 참으로 감동적인 우리의 이야기입니다.

미국에 이민 가서 그 어려운 여건에 항일운동을 위해 항일독립운동 단체를 만들고 독립군에 줄 자금을 만드는 역사는 정말 눈물 나는 우리의 역사입니다. 미국, 쿠바 등에서는 한인 비행사를 양성한 얘기. 터전을 잡고 생활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항일운동 자금을 임시정부에 송금했던 선조들의 얘기 등 구구절절한 사연들이 우리에게 있고, 계속 밝혀나가야 합니다. 해외동포사는 구소련의 항일독립운동사와 전 세계의 이민사와 맞물려 있어 더 큰 의미를 가집니다.

- 국사편찬위원회의 활동은 진실화해위원회 등 정부 타 부처와 활동과 연계할 필요성이 높다. 함께 교류 협력하는 부분은 어떤 모습이 있을지.
현재 국사편찬위원회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일제강점하 강제동원피해진상규명위원회,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등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그동안 국사편찬위원회가 한국사 사료 전문기관으로서 수집한 방대하고 질 높은 자료를 각종 위원회에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각종 위원회에서는 우리 국사편찬위원회의 자료들을 바탕으로 과거의 역사를 밝히는 데 매우 중요한 자료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한국사 자료를 수집하는 일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함께 노력해 이루어야 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 마지막으로 우리 역사를 공부하려는 재외동포들을 위해 한 말씀.
재외동포들이 모국의 역사와 뿌리를 아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역사를 모르고 해외에서 사는 것은 곧 국제적 낭인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 선배들의 독립운동 이주사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과 자신감을 찾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뿌리를 알고 한민족의 긍지를 찾으시길 바랍니다. 그래서 모국과 현지와의 가교 역할을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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