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교사 연수 외형은 '성장', 질은 '제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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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교사 연수 외형은 '성장', 질은 '제자리'
  • 오재범 기자
  • 승인 2007.05.1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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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 전문가들 사업에 문제제기

올 여름 전세계 한국어 교사에 대한 국내 초청연수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지만 이와 함께 프로그램 평가 및 관리 소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해동안 정부 혹은 정부지원금을 받은 민간단체에서 실시하는 프로그램 중 한국어 교사 및 관계자가 모국을 방문해 교육을 받는 유사한 연수 프로그램만 총 8건에 약 530여명에 달한다.

이들 한국어 연수사업 각 주체들이 프로그램을 시작한지 최소 5년에서 많게는 10년이 넘었다. 하지만 이에 대한 평가와 관리가 소홀해 전문성과 교육내용 발전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는 비판이 관련 학계에서 일고 있어 주목된다.

△봇물 이루는 한국어 교사 모국 초청연수…재외동포교육진흥재단에서는 오는 8월 9일부터 15일까지 제주도에서‘제 6회 재외동포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한다. ‘세계시민의식과 재외동포교육의 방향’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대회는 약 300명의 재외동포 한국어 선생님이 참석할 전망이다.

행사 진행을 맡고 있는 강성봉 사무국장은 “아직 준비 중이라 구체적인 일정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에서 진행될 전망이다”고 예상했다. 재단측은 오는 7월 14일까지 참가자를 모집하며, 이들에게는 숙식이 무료 제공될 예정이다.

이어 한글학회는 오는 7월1일부터 14일까지 서울 강서구‘국제청소년센터 드림텔’에서 ‘제11회 국외 한국어 교원 연수회’를 개최한다. 문화관광부와 국립국어원 후원으로 열리는 이번 연수회는 약 35명의 교원이 초청될 전망이다.

초청대상자는 한국문화원 추천의뢰와 국외 한글학교 등 교육기관 추천을 통해 받을 예정으로 오는 12일까지 마감할 방침이다. 학회는 초청자들의 국제선 왕복 항공료와 숙식일체를 제공하며, 지금까지 한번도 참석하지 않은 동포선생님들을 초청할 것으로 내부방침을 정했다.

또 미국LA에 있는 ‘한국어진흥재단(구 SATⅡ 한국어진흥재단)’에서는 미국 정규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2007년 한국어교사연수회’를 오는 7월 6일부터 13일까지 서울에서 개최한다.

오는 15일까지 참가자를 모집 중인 재단측은 참가자들에게 왕복항공료 50%와 숙식 일체를 제공할 방침이며, 자체 제작한 교육용 DVD 활용을 위한 세미나도 함께 진행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문애리 진흥재단 이사장은 “선생님들이 학교에서 단순히 한국어 교육만 아닌 역사, 문화 등 변화된 사회상을 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한국방문을 통해 문화적 체험과 다시 참가한 선생님들에게는 재교육을 실시할 좋은 기회다”고 밝혔다.

재외동포재단은 올해도 CIS지역 한국어 교사 28명을 초청해 7월 2일부터 27일까지 4주간 한국어, 컴퓨터교육 및 문화탐방 행사를 진행하며, 또 8월 16일부터 23일까지는 국제교육진흥원 주최로 하는‘재외동포 교육지도자 초청연수’프로그램이 60명의 한국어 교사가 참가한 가운데 서울 등지에서 열린다. 재외동포재단은 참가자들을 위해 왕복항공권 일체와 숙식 등 연수에 필요한 모든 경비를 부담한다.

이밖에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는 동포를 포함한 외국인 학자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국문화를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제15회 문화교실’을 오는 7월 23일부터 8월 17일까지 경기도 분당에서 실시한다. 한국학중앙연구원측 역시 항공료를 제외한 숙식, 각종 현장체험 등을 무료로 제공한다.

△모국방문 교사연수의 문제는 없나?…학계와 관련 단체에서는 "이같은 모국방문 프로그램이 표면적으로는 많이 증가했지만, 질적으로 전혀 성장하지 않았다"는 주장하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 한국어 교육 전문가에 따르면, “한국에서 열리는 초청연수가 동포 선생님 사이에 ‘위로연수’라고 불려왔다”고 밝히며, “해당부처의 업무조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초청연수 사업을 진행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업시행 후 제대로 된 평가시스템이 없어 사업성과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으며 심지어는 참가대상자 통합DB도 없이 수년간 진행돼 실제 중복 참가자도 상당수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재외동포 한글학교 교사연수는 교육부에서 주관하여 각 한국 교육원에서 자체 사업으로 실시하고 있다”며 “중복참가자는 우리 쪽의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각 부처 담당자들이 주기적으로 만나 서로 정보를 공유하는 수준이며, 각 부처간 사업 중복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서로 안 건드리는 것이 불문율”이라고 말했다.

한광수 재외동포재단 교육문화팀장은 “연수 대상자의 중복초청을 막기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며 “교육 내실화를 위해 전문적인 교육기관에게 연수사업을 위탁해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문성이 없는 정부 기관의 한국어 연수 프로그램의 질적 문제점을 간접적으로 시인한 셈이다. 이어 그는 “사업내용에 관한 세부조정은 재외동포정책위원회의 결정에 따르며, 11개 정부부처가 참여하는‘한국어 국외 보급사업 협의회’에서도 조정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현재 재외동포 관련사업 중 한국어교사 연수를 비롯한 여러 관련 사업을 해당부처 간 ‘한국어 국외 보급사업’이라는 틀에 놓고 진행하고 있다.

이 틀에 의해 교육인적자원부는 한국 국적을 가진 재외동포 대상 교육, 외교통상부 산하 재외동포재단은 한국 국적을 갖지 않은 재외 동포 대상 교육지원, 문화관광부는 현지의 일반 대중 대상 한국어와 한국문화 보급이라 분류한 채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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