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공대 총격 사건에 동포사회 충격 휩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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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공대 총격 사건에 동포사회 충격 휩싸여
  • 류수현 재외기자
  • 승인 2007.04.18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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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동포 조승희씨 범행, 한인 여학생 1명 사망

미 역사상 최악의 교내 총격사건으로 기록되며 미국 사회 전체를 큰 충격과 슬픔에 휩싸이게 만든 버지니아공대 총격난사 사건의 범인이 재미동포 조승희(사진, 23)씨로 밝혀져 미주 한인사회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수사당국은 범인 조씨가 평소 내성적인 성격으로 '외톨이'같은 고립된 생활을 해오며 주변 사람들과 접촉이 적었던 데다 범행동기를 암시하는 단서를 남기지 않아 범행동기 조사에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조씨가 여자 친구 에밀리 힐스처(18)와 기숙사에서 논쟁을 벌인 뒤 자기 방으로 돌아가 권총을 휴대하고 기숙사 건물로 되돌아온 뒤 에밀리 외 1명에게 총격을 가했다는 목격자들의 증언과, 1차 범행 후 자신의 방에서 적은 "네가 이일을 저지르게 만들었어(You caused me to do this)"라는 내용의 메모에 따라 여자 친구와의 원만치 않은 관계가 범행동기를 제공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조씨는 이날 오전 7시 15분께 버지니아공대 남녀공용 기숙사 건물인 웨스터 앰블러 존스턴 홀의 4층 기숙사에서 에밀리와 대학원생 리얀 클라크(22)를 총살했다. 당시 이 두 희생자들은 존스턴 홀의 4040, 4042호실에 각각 기거해온 것으로 드러났으나, 목격자들은 이 들이 별다른 연인관계가 아니었다고 말해 조씨가 연인관계였던 에밀리와 심한 언쟁을 벌인 뒤 격분한 끝에 에밀리에게 총격을 가하고, 우발적으로 클라크에게도 총탄을 발사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

또한 조씨가 1차 범행 후, 무려 30여명을 사살한 공학부 건물인 노리스 홀을 옮겨 다니며, 강의실 문으로 누구를 찾듯이 두 세 차례 들여다 본 뒤 총을 난사했다고 전한 현장 목격자들의 증언에 따라 누군가를 찾으려 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제기됐다.

그러나 ABC 방송은 사법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그가 적어도 한 달 전부터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보인다고 17일 보도했다.

관리들은 범행에 사용된 두 자루의 총기 중 9mm 권총을 조씨가 지난달 13일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총기 구매자가 또 다른 총기를 구입하려면 30일을 기다려야 하는 버지니아주 법률을 감안할 때 조씨가 범행에 사용한 두 번째 총기를 지난 13일 이후에 구매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조씨는 범행 당시 보이스카웃 같은 제복차림을 하고, 공포에 휩싸인 학생들을 벽을 뒤로 하고 줄지어 서게 한 후 총살형을 집행하듯 침착한 모습으로 사살했다는 점을 비춰볼 때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해 왔다는 설도 제기되고 있다.

수사당국은 조씨의 기숙사 방에서 그가 쓴 것으로 추정되는 독설로 가득찬 노트 '부자집 아이들' '방탕' '기만적인 허풍선이'들이 발견됐다고 밝혔으며, 최근 조씨가 기숙사 방에 불을 지르고 몇몇 여학생을 스토킹하는 등 폭력적이고 비정상적인 행동을 보여 왔다고 전했다. 수사당국은 또 조씨가 우울증 치료제를 복용한 적이 있는 것으로 보고, 더 구체적인 증거를 찾기 위해 현재 그의 컴퓨터를 조사에 총력을 가하고 있다.

사건 당일 손과 옆구리 등에 부상을 당한 한국인 유학생 박창민(토목공학 박사과정)씨는 치료를 받은 뒤 17일 퇴원했으나, 뉴저지 팰팍 출신 한인 혼혈 메리 캐런 리드(19세)양이 안타깝게도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버지니아공대 영문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이었던 조씨는 어릴 때 가족과 함께 지난 1992년 미국으로 이민 온 영주권자로, 버지니아주 패어팩스 카운티의 센터빌에서 세탁소를 운영해 온 부모와 프린스턴대학을 졸업한 누나를 두고 있다.

그러나 한때 미확인 보도된 조씨 부모의 자살설은 사실이 아미며, 조씨의 부모는 사건 발생 이후 검찰 조사를 받은 뒤 신변 보호 조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 대학 소속 한국인 유학생들은 충격과 허탈감에 빠진 가운데 17일 오후 버지니아공대에서 열린 희생자 추모예배에 대거 참석,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엄청난 충격과 마음의 상처를 입은 미국인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표시했다.

뉴욕타임즈는 17일자 사설을 통해 '버지니아공대 총격사건은 미국 사회가 놀라울 정도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총기로 무장한 살인자들의 위협에 노출돼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면서 '희생자들에 대한 단순한 동정을 넘어 총기 규제를 위한 실질적인 조치가 필요한 때'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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