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의 댄포스 음식축제와 다문화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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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의 댄포스 음식축제와 다문화주의
  • 윤인진
  • 승인 2006.11.20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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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인진(고려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1990년대 초반 한국이 세계화에 적극 참여하면서 한국사회는 빠르게 다문화되어가고 있다. 8월 현재 국내 체류 외국인 수는 87만 명에 달해 넘어 한국 인구의 1.8%를 구성하고 있다.

현재의 증가추세로 보면 향후 5년 이내에 출입국자는 5천만 명에 육박하고 체류 외국인도 12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하고 있어 한국이 본격적으로 다문화·다민족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한국이 다문화사회로 변모하면 다양한 인종과 문화집단간의 사회통합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이때 사회통합의 모델로 벤치마킹할 나라가 캐나다이다. 캐나다는 초기 건국과정부터 영국계와 프랑스계 주민들로 연합된 연방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사회통합을 이루기 위한 이중문화적인 정책이 국가차원에서 실천된 사회이다.

특히 1970년대 이후로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인종·민족집단들의 이민이 가속화되면서 캐나다 사회는 모자이크와 같이 복합적인 사회로 변해갔다. 이러한 시대적, 인구학적 변화를 반영하면서 사회통합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다문화주의가 출현하였고, 지금은 캐나다 모든 국민과 정부의 지지속에 사회통합의 가치와 이념으로 발전해 가고 있다.

캐나다의 다문화주의를 실천하기 위한 대표적인 문화행사 중의 하나가 토론토의 ‘댄포스 음식축제(Taste of the Danforth)’이다. 그리스 음식 축제인 이 행사는 올해로 13주년이 되는 토론토시의 대표적인 여름 축제이며 북미에서 가장 큰 그리스계 캐나다인의 축제이다.

이 축제에 참가하기 위해 캐나다 전역은 물론 미국, 유럽 등지에서 100만 명의 관광객이 토론토시 동남쪽에 자리 잡은 그리스타운(Greecetown)으로 몰려든다. 매년 8월 둘째 주에 열리는 축제에는 각종 문화 예술 공연이 댄포스 대로에 세워진 특별 무대에서 열려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방문객들은 단지 눈으로만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에 맞춰 춤을 추거나 행사 스폰서 업체에서 제공하는 판촉물을 무료로 받거나 경품대회에도 참여하여 뜻밖의 행운을 차지하기도 한다. 또한 행사장에 설치된 특별 무대에서 암벽타기 등 각종 레저 스포츠에도 직접 참여한다. 행사 주최측에서는 참가자들이 여름철 무더위를 식힐 수 있도록 시원한 간이 쉼터(영어로 Cool Zone)를 마련하는 정성을 보인다.

댄포스 음식축제가 성공하게 된 주요한 요인 중의 하나는 모든 사람들이 쉽게 접하고 즐길 수 있는 음식을 소재로 삼았다는 것이다. “먹을 때는 만인이 평등하다”는 말이 있듯이 음식은 인종 및 민족, 언어와 문화, 종교와 가치관의 차이를 초월하여 모든 사람에게 다가갈 수 있는 보편성이 있다. 그리고 여기에 예술과 오락이 곁들이면서 일반 대중을 축제로 끌어들이게 된 것이다.

타문화에 대한 개방성과 관용성을 가진 토론토 시민들의 열린 사고가 댄포스 음식축제를 그리스계의 축제로 그치지 않고 토론토시 전체의 축제로 발전할 수 있게 만들었다. 정부의 노력도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요인이다. 문화교류를 통해 캐나다의 다문화주의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연방 정부와 지방정부는 재정 지원뿐만 아니라 홍보, 행정지원, 교통관리 등을 통해 더욱 많은 사람들이 안전하고 즐겁게 축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한국도 '서울 음식축제(Taste of Seoul)'와 같은 행사를 통해서 한국에 거주하는 다양한 인종 및 민족집단들이 음식과 예술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계기를 마련했으면 좋겠다. 댄포스 음식축제가 정부-비지니스-시민의 이해관계를 윈-윈 전략으로 결합한 것을 모델로 삼아 우리도 서울 음식축제가 재정적으로 자립적이면서도 풍부한 볼거리와 먹거리를 제공하고, 축제를 통해 우리 국민이 타문화에 대한 개방성과 관용성을 갖춘 선진 국민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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