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한인회 초대회장 故김용덕 씨, 그의 삶을 회고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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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한인회 초대회장 故김용덕 씨, 그의 삶을 회고하며…
  • 박정연 재외기자
  • 승인 2016.03.22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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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캄보디아 재수교 일등공신이자 태권도 보급에 기여했던 교민 1세대 먼 길 떠나다

캄보디아한인회 초대회장과 2, 3대 회장을 역임한 김용덕 전 한인회장이 지난 3월 21일 오전 10시경(현지시각) 향년 66세를 일기로 세상과 아쉬운 작별을 했다.

재캄보디아 한인회(회장 김현식)에서는 이날 故김용덕 회장의 장례를 한인회장(葬)으로 치르기로 결정했다. 다만, 유가족의 요청에 따라 장례를 현지방식으로 치르되, 한인회 사무실에는 별도 분향소를 마련해 교민 문상객들의 조문을 받기로 했다. 이날 오후부터 시작된 조문행사에는 황순정, 김문백, 박광복 회장 등 역대 한인회장들과 서병도 프놈펜 한인교회 목사 등 교민사회 주요 인사들이 참석해 헌화하고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23일에는 한인회 주관으로 별도의 영결식을 갖기로 했다.

▲故김용덕 전 캄보디아 한인회장 영정모습.(사진 박정연 재외기자)
미국 시민권자인 김용덕 전 한인회장은 1951년 9월 22일생으로 지난 1990년대 초반 내전이 종식된 후 캄보디아에 정착한 교민 1세대다.〈썬 트레이딩〉이라는 이름의 무역회사와 광산을 운영했으며, 캄보디아 초대 한인회장과 연이어 2, 3대 회장을 역임했다. 그는 1975년 크메르공화국 몰락으로 말미암아 약 20여 년간 단절되었던 양국 외교관계 정상화에도 크게 기여한 인물이다. 과거 훈센 총리와도 호형호제할 만큼 친분이 두터웠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교민사회에서는 그를 ‘용(龍) 회장’으로 불렀으며 현 정부 실세들과 연이 닿기 위해서는 용 회장의 도움 없이는 힘들다는 말이 돌 정도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인물로 교민사회에 알려지기도 했다. 어려운 일이 발생할 때마다 교민들은 물론이고 상사주재원들과 공무원들까지 용 회장부터 먼저 찾을 정도였다. 그 동안 경제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놓인 교민들과 캄보디아 현지 주민들도 여러사람을 도왔다.

지난 1997년 한국인 21명이 목숨을 잃은 베트남 비행기 추락사고 당시 교민들로 구성된 자체사고 수습반을 조직, 40명이 10명씩 4개조를 편성해 사고당일부터 밤새워 현장에서 병원으로 시신을 운구하고 정리하며 염까지 하는 등 어려운 작업을 자청해 벌인 적도 있다. 이에 관한 〈연합뉴스〉발 미담기사는 지금도 검색이 가능하다.

태권도 공인 5단인 그는 90년대 초 캄보디아에 태권도를 보급하는데도 앞장섰다. 직접 캄보디아 태권도협회를 조직한 사실상의 일등공신으로 지난 1995년 캄보디아 태권도 협회가 세계태권도연맹(WTF)에 정식 가입하는데도 결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했다. 캄보디아에 아시안게임 최초 금메달을 안겨준 현 국가대표감독인 최용석 감독도 캄보디아에 처음 파견 당시 김용덕 회장의 도움이 없었다면 현지 정착이 거의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그의 갑작스런 사망소식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지난 1998년 캄보디아 한인회 사무실 현판식 당시 김용덕 한인회장(왼쪽에서 세 번째)이 한인회 수석부회장이었던 서병도 프놈펜 한인교회 목사(왼쪽) 등 한인회 임원들과 함께 한인회 사무실 오픈을 자축하고 있는 모습.(사진 박정연 재외기자)
현재 그의 빈소에는 훈센총리와 함께 찍은 사진과 캄보디아 정부로부터 받은 각종 훈장들과 표창장이 고인의 영정사진 앞에 놓여 있다. 그는 캄보디아와의 외교정상화와 우호협력에 기여한 공로로 지난 2005년 대한민국정부훈장을 받기도 했다.

갑작스런 고인의 별세소식에 오랫동안 한인사회를 함께 이끌어 온 교민 1세대들 역시 애석한 마음을 금치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고혈압 등 지병 탓에 수년전 광산업 등 사업을 그만 둔 후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그가 공식석상에 마지막으로 나타난 것은 지난해 연말이다. 그는 당시 역대 한인회장들로 구성된 비대위 위원장을 맡아 선거잡음으로 어지러웠던 교민사회를 안정시키고 수습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당시 함께 비대위에 참여했던 박광복 제8대 한인회장은 고인은 우리 교민사회 역사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매우 훌륭한 업적을 쌓은 분이라며 “최근 안색이 나빠 보여 몸 건강에 유의하라고 누누이 강조했는데 이렇게 황망하게 빨리 세상을 떠날 줄 몰랐다”며 고인의 죽음을 슬퍼했다.

▲故김용덕 한인회장과 오랫동안 생사고락을 함께하며 캄보디아 한인사회를 이끌어온 한 교민원로가 그의 넋을 기리며 한동안 영정 곁을 떠나지 못했다.(사진 박정연 재외기자)
故김용덕 전 한인회장의 장례는 23일까지 3일간 치른 후 24일 목요일 오전 발인할 예정이며, 수도 프놈펜 외곽에 위치한 사찰에 불교식 화장을 마친 뒤 평소 남긴 고인의 유언대로 유골은 메콩강에 뿌려질 예정이다. 유가족으로는 현지에서 만나 결혼한 아내와 두 명의 어린자녀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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