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서 보니]동포들 기죽이는 ‘어글리 코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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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 보니]동포들 기죽이는 ‘어글리 코리안’
  • 세계일보
  • 승인 2004.04.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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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4-04-01 (오피니언/인물) 칼럼.논단 26면 45판 1546자    스크랩    
  
    
미국에 사는 한인 가운데는 나처럼 성인이 돼 한국을 떠나 이곳에 정착한 사람과 미국에서 태어난 한국계 2, 3세가 있다. 차이가 있다면 나처럼 성인이 돼 미국에 온 사람이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뉴스에 더 민감하다는 점이다. 내가 살고 있는 메트로폴리탄 워싱턴·볼티모어 지역에는 15만명 이상의 한국계 주민이 살고 있다. 물론 미 연방 정부의 인구센서스 숫자와 비교하면 많이 부풀려지긴 했지만, 버지니아주의 애난데일은 이제 한인타운이 형성돼 영어 구사가 서투르거나 해독이 어려운 한인들도 불편없이 살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가끔 현지 사회의 사정을 잘 몰라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기도 한다.
얼마 전 산삼을 찾는 한국인이 많다는 것을 안 버지니아주 당국이 함정수사를 벌여 20명이 넘는 이 지역 교민이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버지니아주에서는 산삼이 멸종위기에 처한 식물로 지정돼 법으로 채취가 금지돼 있다. 그것을 몰랐다고 변명을 해도 통할 리 없다. 한인만 표적으로 삼았기 때문에 수사가 공정하지 않다는 교민의 주장이 얼마나 효력이있을지는 모르지만 우리는 미국에 살면서 법을 배우고 따르는 일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한국인 관련 뉴스 가운데는 불법 마사지 영업점에 관한 것도 있다. 내가 살고 있는 메릴랜드주의 하워드 카운티에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마사지 영업점들이 있다. 그런데 뉴저지주에 거주하는 한 마사지 영업점 주인이 경쟁업체를 손봐주고, 불법 체류자 신분인 여직원들의 영주권 발급 신청을 도와 달라고 경찰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입건됐다는 것이다. 불법 마사지 영업점에서 손님으로 가장한 경찰에게 성행위를 제공하다 구속되는 한국 여인들이 TV 카메라를 피하는 모습이 화면에 나오면 행여 남편이나 아들이 볼까 봐 얼른 채널을 돌리곤 했는데 이런 사업은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때로는 한국의 대형 뉴스가 이곳 주요 언론에 다뤄지기도 하는데 자랑스러운 일보다는 불미스러운 일이 더 기사감이 되곤 한다. 수년 전 조계종 승려들이 싸우는 장면이 그랬는데 대다수 미국인에게 평안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던 불교에 대한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것이었다.
얼마전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될 때 벌어진 한국 국회의원들의 해프닝 역시 그렇다. 출근 준비를 하면서 TV화면에 나타난 장면을 힐끗 보게 됐는데 “저 사람들 참 자주 싸운다”는 모닝쇼 프로그램 진행자의 비웃음 섞인 코멘트가 기분을 상하게 했다. 출근 뒤에는 탄핵소동에 대한 직장 동료들의 질문에 시달렸고, 나는 “잘 몰라”라고 피해버렸다. 미국인들은 한국인의 과격한 행동을 이해하지 못한다.
한국을 떠난 지 28년째. 한국계 미국인으로 살고 있는 내가 오늘의 한국과 한국 국민을 제대로 알 수는 없다. 올림픽 메달 시상식장에 오르는 태극기를 보면 가슴이 찡하지만 숨가쁘게 변해버린 한국의 시대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하면서 아무 때나 외치는 교포 젊은이들의 “대∼한민국”이 나를 불안하게 한다. 재외동포재단에서는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한민족이 600만명이라고 한다. 이들이 어디에 살든지 어글리 코리안은 되지 말고 또한 고국의 동포들이 어글리 코리안이란 말을 듣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무리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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