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통일문제와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입장'을 주제로 한 이날 강연에는 필자(김원일 러시아한인회장)와 통일부에서 파견근무(한국정부는 러시아에 파견근무를 안하다가 약 2년 전부터 통일관을 두고 근무를 시키고 있음)중인 대사관 관계자가 이 대학의 초청을 받아 참석했다.
북한측에서는 특강을 한 박영철 북한통일연구소 부소장(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북한에서는 차관급의 직급이라고 함)과 조명남 참사 외 북한대사관 직원 1명이 참석했다.
강연내용은 다음과 같이 사실 지극히 상투적인 내용이었다.
그의 강연은 "한반도의 남쪽은 미국에 의해서 강점되어서 시작된 정부다. 그래서 자기쪽(북한)이 역사적인 정통성이 있는 정부다. 6자회담이 무슨 북한의 핵무기에 대해서 심판하는 자리라고 자기들(북한)은 판단하고 있지않다"
"북한이 핵을 가진 것은 사실적인 측면에서의 문제이다. 한반도 비핵화는 김일성과 김정일의 유훈이다. 그러므로 한반도 비핵화는 북한이 가진 불변의 정책적인 입장이다"
"북한은 천연자원이 많은 국가이다. 그래서 경제봉쇄만 풀리면 경제가 금방 살아날 수 있다. 특히 히토류의 매장량은 세계최고 수준이다"
대략 이와 같은 강연을 한 후에 질의 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질의 응답 중 주목할만 했던 점은 "중국과 북한의 관계는 지금 어떠냐"는 질문에 그(박영철)는 "서방과 한국 정부와 언론에서 북중관계에 이상이 있는 것 처럼 이야기 하는데 북중관계는 지금 어느 때 보다도 좋은 상태이고 북중관계는 역사적 혈맹의 관계다"라고 주장하면서 "북한과 중국을 이간질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장담했다는 것이다.
박영철 부소장은 마지막으로 재미있는 발언도 했다.
특강을 듣던 러시아의 한 대학생이 "남한의 젊은층에서 통일에 대해서 무관심하고 심지어 반대입장을 갖고 있다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 한국의 정권과 보수언론들이 통일을 하면 남한에서 북한사람들을 먹여살려야 한다고 악선전을 하기 때문이다. 만일에 통일이 된다면 남한이 아니고 반대로 북한이 남한을 먹여 살려야 할 것이다."라고 확신하는 듯 큰 소리로 말해 많은 사람들의 웃음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최근 북한 국방위의 '중대제안' 이후에 각국 대사관에서 북한의 새로운 대남정책에 대해서 선전을 겸한 회견들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 강연도 그런 취지로 북한에서 대학의 제안을 응낙한 것이 아닌가 싶다.
강연에 참석한 후 북한에 대해 느낀 것은 일반적인 상식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설득력이 떨어지는 70-80년대의 냉전적 시각으로 아직도 한반도 통일문제와 대남 대미관계를 바라보고 있지 않는가 하는 답답함이었다. 그러면서도 나름은 자기체제에 대한 자신감(?)과 충성심(?)도 엿보였다.
사실 본인도 직접 북한당국자(?)가 하는 강연에는 처음 참석하는 자리여서 어느정도의 기대감과 긴장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들고 우리랑 똑같은 사람들인 것 같더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