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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디의 '노력없는 부(富)'
icon 장동만
icon 2005-04-10 07: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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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디의 ‘노력없는 부 (富)’


언젠가 김영삼 전 대통령이 인도를 방문했을 때, 그는 간디의 어록이 쓰인 두루마리 하나를 선물로 받았다고 한다. 그 어록에는 ‘7대 사회악’이 나열되어 있는데, 그 내용을 보면 1) 원칙없는 정치, 2) 노력(勞力)없는 부, 3) 양심없는 쾌락, 4) 특성없는 지식, 5) 도덕없는 상거래, 6) 인간성 없는 학문, 7) 자기 희생없는 신앙을 들었다고 한다.

聖人의 더 할바 없는 이 명언 중, 특히 간디가 ‘7대 사회악’의 두 번째로 손 꼽은 ‘노력(근로)없는 부’를 한 번 생각해 보기로 한다.

그가 말하는 ‘노력없는 부’란 무엇인가? 한 마디로 불로 소득이다. 자기 이마에 땀 흘리지 않고 얻는 돈과 재산이다. 땀 안 흘리고 얻는 불로소득, ‘空짜’란 있을 수 없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떤 것이 이 범주에 속하는가? 복권? 뇌물? 부동산 투기? 증권 수익? 은행 금리? 그러나 이런 것들도 돈(자본)이 투입되어야 하고 많은 시간과 노력을 바쳐야 하니, 전적으로 ‘노력없는 부’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런데 ‘空짜’가 없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기 손가락 하나 까딱 않고 거저 얻어지는 부가 하나 있다. 부모로 부터 물려 받는 상속 재산이다.
하나님은 인간을 더 할 수 없이 공평하게 창조하신다. 이 세상에 태어날 때 누구나 다 빈 손이다. 적수공권이다. 그런데 태어나자 마자 불평등이 야기된다. 재벌 집안에 태어나면 재벌 2세, 없는 집안에 태어나면 가난의 멍에…그리고 그 사회 구조는 “한번 재벌이면 만년 재벌”, “한번 노동이면 만년 노동”, 그 굴레를 좀처럼 벗어나기 어렵게 되어 있다. 그러면서 자본주의는 자유 경쟁을 하란다. “능력껏 벌어 맘대로 쓰라” 한다. 그러나 경쟁의 출발점 (start line)이 이렇게 다른데, 어떻게 공정한 경쟁이 될수 있을 것인가? 그 결과가 너무나 뻔한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가 될수 밖에 없다.

오늘 날 민주사회는 봉건시대에 있었던 직위의 양수(讓受)도, 권력의 계승도 모두 없어진 인간 평등의 시대다. 그런데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이 권력도 창출하고, 직위도 만들어 내는 힘을 갖는다. 따라서 부모로부터 부를 물려받는 사람들은 그 같은 힘을 또한 ‘空짜’로 물려 받는 것이 된다. 그리해서 그들은 새로운 계층, 새로운 계급으로 등장한다. 인간이 삶을 받자마자 불평등을 야기시키는 부의 대물림, 간디가 ‘7대 사회악’의 두번째로 손꼽은 ‘노력없는 부’의 으뜸이 아닐 수 없다.

자본주의 경제 체제는 “인간 평등”이라는 민주주의 기본 정신에 정면 배치되는 두 가지 요소를 내포한다. 하나는 ‘땅 (토지)의 사유화’-한국선 땅 투기가 으뜸되는 불로소득의 하나다-이고, 다른 하나는 ‘부의 대물림’이다. 인간은 물론이고, 이 땅 위에 삶을 받는 모든 생명체는 이 땅 위에서 서고, 걷고, 자고, 뿌리를 내릴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천부권이자 생존권이다. 그런데 ‘땅의 사유화’는 이 같은 천부권, 생존권을 침해하고 박탈한다. 그리고 ‘부의 대물림’ 은 인간이 태어나는 순간 불평등을 야기시켜 “인간 평등”이라는 민주 정신에 정면으로 어긋난다. 이같이 상충하는 자본주의와 민주 정신을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을 것인가?

한 이상주의자의 꿈은 이렇다. 땅은 본래 하느님이 “만인의 것”으로 창조하신 것, 이제라도 “만인의 것”이 되어야 한다. 홍콩, 싱가포르 같이 점진적으로 공유화 내지 국유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그리고 부는 자손 만대로 대물림할 것이 아니라 그 당대(當代)에 그치게 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보아도 내가 피땀 흘려 번 돈, 무엇 때문에 사랑하는 2세들에게 ‘노력없는 부=사회악’을 물려줄 것인가.

미국의 빌 게이츠 등 뜻있는 많은 부자들이 “재산 자식 안물려 주기”를 선언하고 나섰다. 한국에도 이와 비슷한 동호회 (회원 100여명?)가 있는 줄로 알고 있다. 그 기본 정신은 낳고 기르고, 그만큼 교육시켰으니 앞으로는 “네 힘으로 살아 보라”는 독립심 함양이다.

참고로, 미국 클리브랜드 연방은행 조사를 살펴보면, 2000년도의 경우 미국인 들의 92%는 부모로부터 상속받은 재산이 전혀 없었다. 재산을 상속받은 8% 가운데, 그 절반은 상속 규모가 고작 2만 5,000 달라 (약 2백 50만원)에 불과했고, 5만 달라 이상을 받은 경우는 겨우 1.7% 였다. 이 세상을 떠날 때, 갖고 있던 재산을 자식들에게 물려주기 보다 적극 사회에 환원하는 미국 사람들, 좀더 많은 재산을 자식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그 같이 악전고투하는 우리, 과연 어느 쪽이 참되고 보람있는 삶을 사는 것일까. <자유 기고가> <중앙일보 (뉴욕판) 2005년4월 6일자>

http://kr.blog.yahoo.com/dongman1936
2005-04-10 07: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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