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바랜 대통령 방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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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바랜 대통령 방미
  • 정채환 킬럼
  • 승인 2003.05.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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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난생 처음 미국을 방문하였고 부시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도 가졌다. 약 1주일간 뉴욕과 워싱톤 그리고 샌프란시스코에서 예정된 활동을 하며 귀국할 것이라고 했다. 종합적인 방미성과는 이제 곧 가시화되겠지만 많은 부분에서 미진한 느낌이 든다.
우선 올해는 이민 100주년을 기념하는 해이고 또 가장 동포들이 많이 살고 LA는 해외동포의 상징인 도시이기에 일부러 라도 찾아올 만 한데도 무슨 심사인지 그냥 지나가고 말았다. 물론 산적한 국내외 일정이 특별한 용무가 아니면 오기가 어렵겠지만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전직 대통령에 다 들린 지역인데 좀 섭섭한 마음이다. 허기야 아직 임기가 많이 남아 있으니 차차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문제는 오는 것만이 아니다. 역대 대통령이 언제나 다짐하고 간 해외동포들의 권익향상 문제가 실제로 잘 해결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노무현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사진 찍으러 미국에 가지 않겠다고 했는데 이는 실용적인 방문을 하겠다는 뜻도 되고 미국이라는 강대국에 비굴한 아첨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이기도 했다.
동포들도 마찬가지이다. 공항영접에서 만찬에 이르기까지 한 자리 차지하고 사진 한장 찍으려고 대단한 노력을 하지만 사진 찍기 위해 영접할 일은 아니다.

◎ 사상 초유의 물류대란
그런데 정작 더 섭섭한 일은 LA에서가 아닌 한국에서 발생했다. 전국운송하역노조화물연대가 벌이는 파업으로 부산지역의 콘테이너가 전면 봉쇄된 상태이고 그 파장과 여파가 전국에 걸쳐 심각한 국면에 처해 있는 것이다.
사상초유의 물류대란이라고 언론이 연일 대서특필하면서 대통령 방미에 따른 뉴스는 아예 관심권 밖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물론 그동안 부시 대통령과 정상회담도 남아 있었고 크게 다룰만한 기사거리가 안되어서인지 모르나 국민 전체적인 관심과 우려가 바로 물류대란에 쏠려져 있었던 것이다.
미국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함부로 말을 하다 실수만 하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다행히 노무현 대통령은 곳곳에서 아부성 비슷한 발언을 하여 여러 사람들의 가슴을 진정시켰다.
노 대통령은 "미국에 올 때에는 머리로 호감을 가지고 왔었는데 이틀이 지나고 보니 마음으로도 호감을 가지게 되었다"거나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 눈에 보이지 않는 엄청난 것이 있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든지 "미국이 우리 한국을 돕지 않았다면 저는 지금쯤 북의 정치범 수용소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 등이다. 자신이 강경하지 않고 반미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다.
반면 그런 발언들은 "사진 찍으러 미국에 가지 않겠다"던 호언과 배짱과 신념에 대한 지지를 배반하는 것이라 텃밭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나왔다.

◎ 어려운 시기에 대어(大漁)를 낚아야
언제나 어려웠고 항상 격변하는 국제정세이지만 북한의 핵, 정치권 갈등, 경기 침체, 강성 노조, 이념 문제, 빈부격차 등 선결해야할 과제가 산 넘어 산이다. 즉 보통 문제가 아니다. 그리고 경제해결이 최우선 화두이다. 미국에 사진만 찍으러 온 것이 아니니 뭔가 큼직한 대어를 낚아 올려야 할텐데 한미 양국 정상간의 생각의 차이만 확인하고 만다면 이건 더 큰 문제이다.
이제 풀어질 방미성과에 대한 논의가 제발 빛 바래지 않고 반짝반짝 하는 것들로 가득 채워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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