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의 영어표기 통일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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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의 영어표기 통일되어야
  • 미주한국일보
  • 승인 2005.0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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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광공사가 한국 음식 이름의 영어표기 기준을 마련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한국관광공사는 지난해 12월 외국인 관광객의 편의를 돕기 위해 지명, 음식 메뉴 등의 영어표기를 통일, ‘외국어 관광안내 표기 용례집’을 발행했다. 지난 1994년을 시작으로 한국정부가 관광 강국의 기틀을 다지겠다며 ‘한국 관광의 해’ 사업을 펼친 것이 벌써 여러 번인데 이제야 외국어 표기 기초자료가 만들어졌다니 늦어도 한참 늦었다.


그렇기는 해도 뒤늦게 나온 ‘용례집’이 반가운 것은 미주 한인사회가 영어표기 기준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식당들이 메뉴를 영어로 표기할 필요성을 느낀 지는 오래되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한식당 메뉴판은 한글표기와 함께 영어표기를 담고 있다. 하지만 마땅한 기준이 없으니 중구난방이고, 전혀 틀린 설명이 버젓이 들어 있기도 하다. 예를 들어 똑같은 매운탕이라도 ‘Mae Woon Tang’ ‘Maeuntang’ 등 제 각각이고, 많은 경우 ‘Fish Casserole’이란 엉뚱한 번역이 붙어 있다. Casserole이 어떤 음식인지를 전혀 모르고 붙인 결과이다.

전문가도 자문기관도 없이 대개 인쇄소에서 찍어주는 대로 메뉴판을 받다 보니 생긴 일이다. 한국관광공사의 ‘용례집’을 보면 370가지 정도의 음식에 대한 영어 표기와 설명이 담겨 있다. 미주 한식당들에게는 더 없이 반가운 자료이다.

하지만 ‘용례집’은 한국 국내용인만큼 미국에서 타민족 고객을 타겟으로 하기에는 조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예를 들어 ‘생선전’은 ‘saengseonjeon’(pan-fried fish fillet)으로 나와 있다. 과연 이런 표기를 이해를 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원어에 너무 충실하다보니 생긴 결과이다. ‘fish-jeon’으로 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우리 고유의 조리법인 찜, 구이, 조림, 무침, 전, 탕, 찌개, 국 등은 한국어 발음에 기초해 표기하고 쇠고기, 닭, 오징어, 새우 등 재료는 영어로 번역하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인다.

관광공사의 용례집을 기초로 미주 현실에 맞게 표기 기준을 정하는 작업은 한인 요식업협회의 몫 이다.  다문화 사회인 미국에서 음식문화의 비중은 크다. 고유음식이 얼마나 보편화했는가가 그 민족이 미국사회에서 얼마나 뿌리를 내렸느냐를 보여주는 한 잣대가 된다. 피자나 파스타, 사시미나 스시 같이 우리 음식이 미국인들에게 친근해지려면 우선 이름이 분명해야 한다. 이름이 분명하려면 표기가 통일되어야 한다.

당장은 시간과 노력이 드는 일이지만 장기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본다. 요식업협회가 올해를 한국음식 표기 통일의 해로 삼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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