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출신 불법체류자의 성공담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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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출신 불법체류자의 성공담 ‘화제’
  • 박정연 재외기자
  • 승인 2016.05.13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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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엇 나렛씨, UCC 동영상 공모전서 최우수상…강연자로 나서기로

▲ 니엇 나렛씨.

한국산업인력공단(이사장 박영범)이 지난 4월 전 세계 송출국가 귀환 외국인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주최한 ‘UCC 동영상 공모전 캄보디아 경연대회’에서 니엇 나렛씨(35)가 영예의 최우수상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이번 UCC 공모전은 한국근로를 마친 뒤 귀환한 외국인 근로자들의 삶을 소개함으로서 국내 불법체류 노동을 줄이기 위한 취지로 시작된 행사로 네팔, 태국, 베트남, 스리랑카 등 주요 송출국가 출신 귀환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처음 실시됐다. 시상식은 지난 5월 11일 오전 수도 프놈펜 지사무소에서 열렸다.

최우수상 수상의 영광을 안은 니엇 나렛 씨는 지난 2004년 산업연수생 자격으로 한국 땅을 처음 밟은 뒤 연장근무 허가를 받고 경남 창원 기계공업단지에서 약 7년간 근무한 뒤 지난 2010년 경 귀환한 근로자다.

이번에 나렛 씨가 만들어 제출한 2분 남짓한 동영상은 그가 매니저로 실제로 근무 중인 한국 식당에서의 업무와 평범한 생활상을 주된 소재로 삼았다.

참고로, 현재 그가 일하는 ‘르 서울식당’은 캄보디아에서 꽤나 유명한 고급 한국 식당이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해 유엔사무총장인 반기문 전 외교부장관도 들릴 만큼 명소로 현지 사회에도 잘 알려진 식당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그도 이 식당에서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지난 한국생활이 어떠했는지 묻자 그는 “평일은 물론이고 주말에도 근무를 하느라 솔직히 많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특히 가족과 오랫동안 떨어진 삶은 무척 외롭고 힘들었다. 그래도 어린 동생들을 비롯해 가족의 생계를 위해 꾹 참았고,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휴일에도 외출을 삼가 할 만큼 일만 열심히 했다. 그 덕에 열심히 저축한 돈으로 가족들을 위한 집도 장만할 수 있었다.”

고된 일을 마치고 숙소에 들어와서도 매일 밤 두고 온 가족들이 그립지 않은 날이 없었지만, 막상 고국으로 돌아갈 날이 다가오니 생각지 못한 불안감이 그에게로 엄습했다. 수년간 못 본 어린 동생들과 다시 재회한다는 기쁨도 잠시,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컸기 때문이다. 그는 그러한 불안감과 초조함 탓에 귀환을 앞둔 며칠 밤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그가 자신의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이 결국 기우에 지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은 고국으로 돌아온 지 불과 수개월도 되지 않아서였다.

“한국에서 일한 경험과 한국말을 한다는 장점 덕분에 일자리가 실제로 많았어요. 게다가 현지 한국기업들도 한국에서의 제 근무경력을 높게 사서 좋은 조건을 제시해 놀랐구요.”

그의 한국어 실력은 아주 유창하지는 않았지만, 의사소통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괜찮다.

지금 그가 받고 직장에서 받고 있는 월급은 미화 500불 수준이다. 한국에서 일할 때보다 보수가 절반도 안 되지만, 실제 한국에서의 생활비 등을 감안하면 만족할만한 수준이라고 그는 귀띔해주었다. 실제로 이 나라 공무원들이나 은행원들의 평균 임금이 대략 200~300불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고소득자인 셈이다.

그는 지금 한국식당에 취직해 안정적인 삶을 누리게 되어 너무나 행복하다고 말했다.
13살 때 불의의 사고로 양부모를 모두 잃은 나렛 씨는 어린 동생들을 돌보기 위해 혼자 고생한 가장이었다고 말했다. 가족들에 대해 얘기를 나누던 도중 그의 목소리가 잠시 떨려왔다. 그는 캄보디아로 다시 돌아와 안정적인 직장도 구했고, 지금은 첫눈에 반한 아내와 결혼해 7개월 된 딸아이를 키우며 행복한 삶을 영위해 나가고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 측은 최우수상을 받은 나렛 씨에게 한국왕복 항공권과 숙박권을 제공할 계획이다. 나렛 씨는 오는 7월중 한국 방문기간 동안 전국 기업체들을 돌며 강사로 나서 자신의 귀환 성공체험담을 외국인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공유할 예정이다.

하지만 풀어야 할 큰 숙제가 하나 남아 있다. 놀랍게도 그는 한때 불법체류자였다는 사실이다. 그는 좀 더 돈을 벌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한국산업인력공단 박태훈 지사장도 이미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박 지사장은 심사과정에서 이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동안 이 문제 때문에 여러모로 고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불법체류 경험을 가진 나렛 씨가 한국 근로시절 늘 쫓겨 다녀야만 했던 자신의 불안했던 삶과 실제 경험, 그리고 귀환 후 자신의 성공적인 삶에 대해 귀환을 앞둔 많은 외국인 근로자들과 공유한다면 더 큰 공감대를 형성시킬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한다.

여러 심사위원들과 오랜 논의 끝에 우선 나렛 씨에게 한국 방문 기회를 주기로 잠정 결정했다. 하지만 과거 불법체류 경험 때문에 한국 재입국이 가능할 지 여부는 법무부 등 소관부처의 결정에 달려있기에 아직은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다.

그럼에도 나렛 씨는 한국에 가고 싶다는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지금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동료 근로자들에게 불법체류 기간 불안했던 삶은 물론이고, 귀환을 앞둔 동료 근로자들에게 미래에 대한 조언을 하고 싶다”며 환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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