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북한식당, 손님 끊겨 잇달아 폐업
상태바
캄보디아 북한식당, 손님 끊겨 잇달아 폐업
  • 박정연 재외기자
  • 승인 2016.04.06 14: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사관과 한인회 나서 북한식당 출입 자제 캠페인 전개

최근 유엔안보리와 국제사회를 중심으로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가 본격화된 가운데 캄보디아 북한식당들이 불경기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수도 프놈펜에 성업 중이던 북한식당 6곳 중 절반인 3곳이 문을 닫았다. 수년 전 여성종업원 문 모씨가 탈북한 것으로 언론에 알려진 바 있는 프놈펜 소재 대동강 식당은 지난해 일찌감치 문을 닫았으며, 최근 능라도식당이 폐업한데 이어 단골손님이 많다던 평양고려식당마저 문을 닫았다.

일각에서는 북한여성들의 잇따른 탈북에 따른 징계조치차원에서 당의 결정으로 식당들의 폐업이 결정되었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지만, 현지 우리 교민들은 북한식당을 찾던 한국인 손님들이 눈에 띄게 줄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런 가운데, 최근 캄보디아 한인회(한인회장 김현식)에서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동참과 정부의 정책에 따른다는 의미에서 북한식당 출입을 삼가달라는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전개하기도 했다. 김원진 대사도 최근 교민 간담회 때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상당 시간을 할애해 설명하는 한편, 교민들이 북한식당 출입을 삼가해줄 것을 거듭 강조했다.

▲ 앙코르와트로 유명한 관광도시 씨엠립에 위치한 북한식당 평양랭면관 간판 전경(사진 박정연 재외기자)
앙코르와트로 유명한 관광도시 씨엠립에 위치한 평양랭면관과 평양친선관 등 2곳 북한식당 역시 한국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긴 지 벌써 수개월째다. 이곳 씨엠립 한인회(한인회장 정복길) 역시 북한식당과 관련된 캠페인을 전개 중이다. 한인회 장원표 사무국장은 “출입 금지 포스터를 제작해 교민사회에 배포하는 한편, 현지 여행사와 교민들에게도 북한식당 출입을 자제해달라고 협조를 구한 바 있다”고 말했다.

씨엡립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는 김창민 씨(가명)는 “하나투어 등 한국 여행사들의 북한식당 방문을 자제해 달라는 공식요청도 있었고, 실제로도 북한의 핵위협이 커진데다 교민사회에서도 북한식당방문을 자제하자는 분위기가 퍼진 상태”라고 말했다.

평소 북한식당을 자주 드나들었다는 가이드 윤성미 씨(가명) 역시 “요즘 솔직히 눈치가 보여서 북한식당에 안 간지 꽤 오래됐다”며 부디 북이 핵을 포기해 남북관계가 나아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저녁때면 십여 대가 넘는 대형버스들이 식당 앞 장사진을 이루던 때가 언제였던가 싶을 정도로 요즘 북한식당 주변은 한산하기 짝이 없다.

남북관계가 냉기류를 타며 한국 손님들이 갑자기 크게 줄어들자, 일부 북한식당들은 중국인 관광객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중국춤과 노래를 부르는 등 영업 전략에도 변화를 주는 등 외화벌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소문도 들려온다.

▲ 지난해 문을 닫은 프놈펜 소재 대동강식당 공연 모습(사진 박정연 재외기자)
그런 가운데 지난 1일 북한이 또다시 단거리 지대공 미사일 3발을 쏘아 올리자 TV뉴스를 통해 소식을 접한 캄보디아 일반 국민들도 북한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프놈펜 주재 북한 대사관 앞 사진 게시판에는 핵탄두 미사일 발사 사진을 여러 장 전시해 놓았지만, 오가는 현지 국민들의 반응은 대체로 냉소적이거나 무관심한 모습이다.

한때 친북성향국가로 분류되었던 캄보디아정부도 최근 북한의 핵 실험과 장거리 로켓(미사일) 발사 이후 북한과 일정 거리를 두며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공조를 맞추는 모습이다.

홍기철 북한대사가 지난달 17일(이하 현지시각) 캄보디아 호르 남홍 외무부장관과 가진 회담에서 리수용 북한 외무상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캄보디아 방문과 함께 훈센총리의 북한 방문을 제안했으나 〈연합뉴스〉와 현지 언론보도에 따르면 호르 장관이 “양측이 모두 바쁘니 없던 일로 하자”는 말로 일언지하에 거절해 양측 관계가 예전만 훨씬 못하다는 사실을 입증해 보이기도 했다.

최근 개각으로 자리에서 물러난 호르 장관은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1997년 당시 대한민국정부와의 재수교를 강력 반대하는 등 친북성향 정치인으로 분류되었던 인물이다.

반면, 지난달 31일 캄보디아를 방문한 우리나라 외교부 김형진 차관보에게는 캄보디아정부측이 박근혜대통령의 캄보디아 방문을 적극 요청한 것으로 〈프놈펜 포스트〉 등 현지 언론들이 보도, 캄보디아를 둘러싼 남북간 달라진 외교적 위상을 실감케 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