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동포 700만 시대, 정부 무상 원조기구 없는 것 이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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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동포 700만 시대, 정부 무상 원조기구 없는 것 이해 안 돼”
  • 허겸 기자
  • 승인 2015.04.03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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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빈곤층 재외동포 귀국 돕는 권태일 부평 사랑밭교회 담임목사

▲ 권태일 '부평사랑밭 교회' 담임목사가 교회에서 가진 인터뷰도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허겸 기자)
  “전 세계에 걸쳐 700만 명이 넘는 재외동포들이 있음에도, 빈곤층을 국내로 데려오기 위한 정부의 원조기구가 없는 것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권태일 목사는 인천 부평구의 사랑밭교회에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고 “건강이 악화된 많은 재외동포들이 외국땅에서 날마다 가난, 배고픔과 싸우고 있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외동포의 수가 지난해 10월 처음으로 720만 명을 넘어섰다. 해외 한인들은 한국과 그들이 터전을 잡고 있는 주재국과 사이에 중요한 가교로서 역할하고 있다.

  글로벌 무대에서 한국 동포들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지만 일부 동포들은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 사각지대에 내몰리고 있다. 곤경에 처한 동포들의 수는 전 세계적으로 10만 명을 웃도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가운데 불법 체류자들은 민간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이상 공공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다. 이들은 돈이 없어 민간 보험 가입은커녕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조차 못하는 실정이다.

  권태일 목사는 동포사회로부터 유기된 채 살아가는 이들의 소식을 듣고 마음이 크게 동요됐다고 했다. 길거리와 지하도에서 신문지를 덮고 잠드는 이들의 얘기는 충격적으로 들리기까지 했다.

  그는 “외국의 동포 노숙자 문제는 재외동포사회가 직면한 큰 난제 가운데 하나라고 본다”며 “한때 성공을 꿈꿨던 이국땅에서 굶어죽거나 얼어 죽는 동포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랑밭 공동체를 설립한 뒤 29년 째 이끌어오고 있는 권 목사는 동포사회로부터 소외돼 온 한인들의 생명을 살리는 데 헌신해왔다. 이 같은 일을 하게 된 배경에 대해 질문하니 ‘주님의 뜻’이라고 답했다. 동포사회의 가장 어두운 이면을 하나님의 사랑으로 채우려 애써왔다는 얘기다. 

  그의 운명이 바뀐 것은 지난 1989년 여성 노숙자를 만나면서부터였다. 이 여성의 얼굴은 화상으로 심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간질 환자였던 그녀는 갑자기 실신한 채 아궁이로 쓰러져 얼굴이 심하게 손상됐다.

  불운하게도 그녀는 남편으로부터도 버림을 당했다. 오로지 살기 위해 일을 찾으려고 백방으로 뛰어다녔지만 모두 허사였다. 이 여성은 충무로 육교에서 구걸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당시 직장을 다녔던 권 목사는 이 여성과 두 자녀를 자신의 신혼집으로 데려와 보살폈다. 그는 이 경험을 계기로 쥐꼬리 만한 월급에도 불구하고, 노숙자들을 집으로 데려오는 일을 시작하게 됐다.

  “마치 봉사에 중독된 것 같았어요.” 권 목사는 그 시절을 이렇게 회상했다. 그는 집 근처에 공동체 숙소를 지었고 병들고 가난한 이들에게 개신교 복음을 전하는 일에 헌신했다.

  하지만 비좁은 공간에 많은 노숙자들을 돌보기 위해서는 가진 돈이 턱 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권 목사는 빈곤층을 위한 숙소를 운영하기 위해 모금운동에 나섰다.

  공동체 식구들이 갈수록 늘어나면서 권 목사는 마침내 직장을 그만두고 부평의 낙후된 지역에 세워진 사랑밭 공동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최근 사랑밭 교회는 알코올 또는 약물에 중독된 동포들이 살고 있는 중국 베이징에 나눔 공동체를 만들었다. 개신교 역사상 체계적인 동포 원조 시스템을 이식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대부분 국내의 개인 또는 단체들로부터 기부금을 받는 사랑밭 교회는 베이징과 그 인근 지역에 사는 40명에 이르는 곤경에 처한 한국 동포들을 월드쉐어와 협력해 한국으로 귀국시켰다. 

  사랑밭교회와 월드쉐어는 소외된 동포들에게 끼니를 대접하는데 그치지 않고 비행기 표까지 제공하고 있지만 전혀 비용을 받지 않고 있다. 수혜자들에겐 모두 무료인 셈이다. 

  ‘사랑이 가득 담긴 밭’이라는 뜻을 가진 ‘사랑밭’ 교회의 권태일 담임목사는 해외 동포사회의 불우한 동포를 구조하기 위해서 여러 단체의 협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3일 부평 사랑밭교회에서는 재외한인 구조단의 공식 발대식이 열렸다.

▲ 3일 사랑밭교회에서 열린 재외한인구조단 발대식에서 인사말하는 권태일 목사.(사진=김영기 기자)
  구조단은 권태일 목사와 북경한인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김성학 베이징 사랑밭교회 집사가 중국지역 단장으로 함께 이끌게 된다.

  이날 발대식에는 유재건 전 국회의원, 곽영훈 환경그룹 회장, 전명구 대은교회 목사, 강춘오 교회연합신문 대표, 최성균 사랑밭 이사장, 이형모 재외동포신문 대표를  비롯한 100여명이 참석했다. 모든 참석자들은 빈곤한 동포들을 돕기 위한 구조 계획을 적극 지지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구조단을 총괄하게 된 권태일 목사는 이날 발대식 인사말을 통해 미국과 아시아, 아프리카, 호주, 유럽, 중동에서 남미에 이르기까지 더 많은 지부를 세우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외국에서 크게 성공한 재외동포들의 소식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매우 많은 빈곤층 이민자들이 가까운 친구와 친지도 없이 힘겹게 현실과 싸우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극심한 불황이 닥친 이 시기에 가난한 이들에게 사랑을 나누어주는 일에 동참해주길 희망합니다.”

  관련 문의는 권태일 부평 사랑밭교회 담임목사(032-508-4448) 또는 재외한인구조단 24시간 콜센터(02-2612-4400)로 하면 된다.

  허겸 기자 khur@dongponews.net
               kyoumhu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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