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는 착한 CEO가 성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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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는 착한 CEO가 성공합니다”
  • 홍미은 기자
  • 승인 2014.11.18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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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K 글로벌 스포츠 그룹 송창근 회장

▲지난 4일에 개최한 ‘2014 세계한인차세대대회’에서 기조 강연을 하고 있는 송창근 KMK 글로벌 스포츠그룹 회장. 송 회장은 ‘Human Touch Management(HTM)’를 주제로 종업원 중심의 경영철학을 소개했다.

세계 3위의 신발 생산국 인도네시아에서 나이키, 컨버스, 헌터 등 세계 유수의 브랜드화를 생산하는 ‘KMK 글로벌 스포츠 그룹’이 주목받고 있다. 신발산업의 선두주자로 인도네시아 내수의 자체브랜드까지 보유하고 있는 KMK의 대표는 한국인 송창근(55) 회장이다.

연간 생산량 3천만 켤레, 연 매출 2억 5천만불이라는 사업 규모도 놀랍지만, 송 회장이 2만 여 종업원과 소통하며 휴먼 경영을 실천하는 과정은 더욱 놀랍다. 종업원과의 소통은 지역 공동체에 대한 관심과 지원으로 이어지고,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경제를 잇는 단단한 끈이 되고 있다.

1982년 울산 공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송 회장은 1984년 나이키 신발 제조 회사에 취직했지만, 한국의 신발 산업이 사양길로 접어들자 회사를 그만 두고 1988년에 인도네시아로 건너갔다. 하지만 사업실패로 무일푼이 되었고, 한국에 있는 부인이 보내준 돈 300달러로 버스를 타고 다니며 신발 부자재 영업을 시작했다. 6개월 동안 빵만 먹기도 했지만 ‘호랑이가 배고플 때 사냥을 제일 잘한다’는 말처럼 배고픈 현실을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 그 결과 1990년에 인도네시아 현지 신발 공장을 인수했고, 1993년부터 나이키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1998년 5월, 또 다른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다. IMF 외환위기로 촉발된 대규모 폭동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수많은 공장이 불타고 외국계 회사들이 떠났다. 송 회장의 공장에도 주문이 끊겼다. 송 회장은 최대의 위기 속에서 4,000여 명의 종업원에게 회사 사정을 털어놓고 도와달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자신을 믿고 자리를 지켜달라는 부탁이었다. 그리고 다음 날 미국으로 출발했다. 나이키 본사를 방문해 경영진에게 “우리 직원들을 위해 일거리를 달라”고 설득했다. 진심이 통했고, 나이키 본사는 신발 주문뿐 아니라 나이키 기술 개발실까지 열어주었다. KMK는 이때부터 승승장구하며 한 해 1,700만 켤레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종업원들이 기뻐하는 일을 해주는 사람이 CEO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착한 CEO가 성공한다”는 송 회장의 신념은 위기를 함께 극복한 종업원들과의 신뢰 속에서 더욱 확고해졌다. 송 회장은 다섯 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한해 3천만 켤레 생산이 가능한 것도 2만여 종업원의 공으로 돌린다. 종업원을 사랑하는 마음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휴먼 경영의 특징이다. 1년에 두 차례 2만여 전 직원과 악수하기, 깨끗한 공장 환경 유지하기, 임신부 직원은 10분 먼저 식사하고 10분 먼저 퇴근하기처럼 세심한 배려가 있다. 또한, KMK 메디컬 센터, KMK 복지센터 종합 복지관, 2만여 명이 식사하는 넓은 식당 등을 운영하며 직원 복지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직원들을 위한 KMK 메디컬 센터는 생산 현장에서 병원까지 구급차로 1분도 걸리지 않는다. 5명의 전문의가 24시간 대기하며, 병원을 찾는 환자는 하루에 300~400명이다. KMK 메디컬 센터는 직원과 가족까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KMK 종합 복지관은 실내 체육관을 중심으로 결혼식장, 동아리방, 미용실, 노조사무실 등 다양한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송 회장은 1998년부터 지금까지 직원 가정방문도 진행하고 있다. IMF 시절 우연히 한 직원의 집을 방문해 주민들의 참담한 현실을 목격한 이후부터 2주에 한 번 수요일마다 직원들과 함께 시골에서 어렵게 사는 직원 가정을 방문하고 있다. 송 회장은 노인과 고아, 미망인을 지원하고, 이슬람 사원과 주거환경 개선비용 등을 지급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신발산업은 현재 치열한 경쟁을 치르고 있다. 시장이 변하면서 한국 기업은 특히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 한국 시장이 급격히 떨어지며 쇠퇴하는 조짐도 보인다. 하지만 송 회장은 “단지 어려울 뿐, 불가능은 없다”고 직원들을 격려한다. 탄탄한 ‘HTM(Human Touch Management 사람 중심 경영) 경영이 오늘도 KMK 글로벌 스포츠 그룹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KMK의 제1공장에서만 1만5천여 명의 종업원이 신발을 만든다. 모든 제품을 수작업으로 제작하는 이 곳의 주력 제품은 세계적인 브랜드화 나이키다. 한해 1천700만 켤레를 생산하고 있다. 이곳은 독자적인 생산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미리 만들어진 주물 틀에서 부품을 찍어낸 다음 조립하는 것과는 달리 포화방식을 이용한다. 포화신발은 압출된 고무로 신발 밑창을 감싼 후 가마 속에 넣어 120도의 고열로 쪄서 만드는 신발이다. 이미 20년 전부터 도입한 포화기술은 KMK가 전 세계 나이키 공장 중에서도 세계최고로 알려졌다.

제2 공장은 세계적인 브랜드화 컨버스를 생산하고 있다. 컨버스는 미국 본사의 부도로 2000년 일본과 미국의 합작회사가 됐다. 송 회장은 이 때 컨버스 본사의 기술과 생산라인을 그대로 들여와 제2 공장에 설치했다. 컨버스 부도 후 아시아 최초로 제품을 만들었고, 지금은 한해 500만 켤레를 생산하고 있다. 공장 입구에는 ‘CONVERSE IS MY BABY(컨버스는 우리의 아기다)’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미국에서 입양한 BABY 즉, 신발을 여기서 키운다는 의미다. 송 회장은 “종업원들이 신발을 아기처럼 다뤘기 때문에 오늘의 컨버스가 있다”며 “그 때 제품이 안 좋았으면 시장이 죽어버렸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KMK 컨버스 기술 개발실은 일본 본사와 함께 디자인 개발을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미국에서 만든 제품보다 질이 좋고, 가격이 저렴해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송 회장의 또 다른 회사인 주식회사 HTM(휴먼 터치 매니지먼트)는 헌터 부츠를 생산하고 있다. 헌터는 1856년 스코트랜드에서 시작되어 유럽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영국의 대표적인 패션 장화다. 연간 약 120만 켤레를 생산해 대부분 영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2006년에 설립한 주식회사 GFI 글로벌 패션 인도네시아는 KMK의 자체 브랜드인 이글 스포츠화를 만드는 회사다. 자체 브랜드 개발을 추진해 인도네시아 점유율 1위 내수 브랜드로 만들었다. 주문자 상표를 부착하는 OEM 방식이 아닌 자체 브랜드를 개발하고 시장을 창출하는 것은 송 회장의 오랜 염원이었다. 앞으로 이글 스포츠화를 인도네시아의 국민 신발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송 회장은 기업을 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늘 ‘사람’이라고 강조한다. 사람은 곧 종업원을 뜻한다. 종업원들은 회사에 자기 인생을 투자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주주가 투자하는 자금과 비교했을 때 종업원의 인생 투자는 가장 값어치가 있다고 믿는다. 종업원을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고 생각하며, 종업원들이 오래 있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종업원들이 더 많이 가져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종업원들이 더 기쁘게 살 수 있도록 노력한 결과는 오늘날의 KMK 글로벌 스포츠 그룹의 규모와 화목한 분위기에 그대로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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